(제 75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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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 난 기어코 음악대학에 가고야말겠어요. 난 음악이 좋아요. 나에겐 재능이 있어요. 올해초에 예비시험에서 합격되였다는 소식을 듣구 아버지나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셨나요. 할아버지두 그랬구요. 그런데 이제 와서 김책공업종합대학시험을 쳐보자는건 뭐예요. 난 싫어요.》

《너에게는 할아버지나 아버지, 이 어머니를 닮아 수학적재능이 있다. 늦지 않았다. 네겐 어릴적에 전국수학경연에서 2등을 한 전적이 있지 않니. 너만한 실력이면 그 대학시험에 합격될수 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말대루 하거라.》

《우리 집에선 왜 할아버지말이라면 쩔쩔매는거예요. 할아버지가 정무원(당시) 부부장이면 다나요. 아무리 친손자라 해도 인생길을 강요하면 안된단 말이예요.》

《너 왜 일어서? 앉아라, 앉으라지 않니. 형규야, 어딜 가? 이리 오지 못하겠니?》

《부부장동무, 형규를 김책공업종합대학시험으로 돌린다는건 무슨 소리요. 롱담이겠지요?》

《정담입니다. 교수선생. 내 썩 전부터 교수선생에게 말했지만 난 원래 그애를 가문의 대를 이을 금속공학자로 키우려했댔지요. 한데 커가면서 애가 피아노를 두드리고 편곡을 하는걸 보고서는 대견하거니와 공학을 전공하느니 차라리 손자애의 희망대루 음악공부를 시키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댔소. 금속공학이라는게 보통 힘든 학문입니까?》

《말씀 삼가하시오. 부부장동무, 음악이 쉬운 학문이라구요? 음악을 사랑하는 부부장동무의 마음속에 그런 편견도 자리잡고있는줄은 몰랐구려. 부부장동무의 견해대로 하면 온 나라에 음악인재가 차고넘쳤을거요.》

《교수선생, 내 그만 실언을 했나봅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선생. 그애가 앞으로 음악인재가 되겠는지 말겠는지는 두고봐야 알노릇이 아닙니까.》

《그건 옳소. 그러나 될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지요. 천성적이고 여기에 전문교육이 안받침된다면 결실은 좋을겁니다.》

《그것 보시오. 미래형이 아닙니까. 우리 애를 귀중히 여겨주는것은 감사하오만 교수선생, 부탁하는데 제 의향을 막지 말아주시오.》

《그래요. 흠- 집안의 가장이 완강하게 나오니 할수 없구만. 부부장동무, 그럼 형규가 공학을 전공하면 그 분야에서 솟구칠수 있다고 봅니까.》

《솟구쳐야 합니다. 그앤 가문의 바통을 이어야 한다기보다 우리 당에서 지금 제일 걱정하는 문제를 한몫 맡아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꼭 되여야 합니다.》

《갑자기 손자애의 전공을 바꾸겠다는걸 보니 무슨 곡진한 사연이 있는것같은데. 부부장동무, 뭐 큰 가정비밀이 아니라면 듣고싶소. 나야 형규를 다년간 키워온 스승이 아니요.》

《곡진한 사연, 그렇지요. 있지요. 교수선생두 알아 나쁘지 않을거요. 얘기해드립시다.》

《너희들 그애 시험성적을 알고있니?》

《시험결과가 나왔습니까?》

《락선이다. 나쁜놈의 녀석, 너희들은 애 교양을 어떻게 했게 그 모양이냐. 시험지를 보낼테니 보아라. 녀석이 락선될려구 우정 문제를 틀리게 썼단 말이다. 형규를 저녁에 내게 보내거라.》

가스 류입! 발브 열고 랭각수 투입! 시동 시작!- 몸부림치는 가열로 동체, 팀파니의 가장자리를 때리는듯한 요란한 폭음, 폭음.

김형규는 쏘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꿈이였다. 그는 얼굴에 내돋은 식은땀을 손바닥으로 뻑 쓸었다.

(무슨 꿈이 이래. 하도 강편가열시험에 지나치게 집념한탓일것이다.)

방구석에 있는 음료수통의 꼭지를 틀어 물 한고뿌를 마시고나니 진정되는듯 하였다.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선들선들 부는 창밖에서는 한창 열간제품, 산세, 랭간압연직장쪽으로 가는 출근자들의 자전거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있었다. 더러 아는 사람이 있어 손을 흔들어주었다. 한참 그러고있느라니 정신이 맑아져 창문을 도로 닫았다.

(그담에 어쨌던가. 오, 할아버지 사무실에 갔었지. 성이 가라앉았는지 할아버지는 여느날처럼 대해주었다. 허나 할아버지가 해준 이야기는 이상하게 내 심장을 흔들었다. 그날 들은 이야기는 여전히 나의 뇌리에 새겨져있다. 이것은 대학시절과 다년간의 실습을 비롯해서 흘러가는 세월과 더불어 내 한생의 좌우명으로 굳어진것이기도 했다.)

-네가 아다싶이 할아버지는 년초에 외국출장을 다녀왔다. 이 내용이 어버이수령님께 보고되여 할아버지는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였지. 우리 수령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는가. 《부부장동무가 이번 걸음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것을 기쁘게 보고받았소. 그러니까 제철과 제강, 등 생산의 전행정에 콕스나 중유를 배제한 무연탄과 갈탄, 산소, 고온공기를 리용하는 일체식대야금공장이란 말이지, 가격은 얼마만한 폭이요?》 라고 물으시였다.

그래 내가 상대방이 자금결재가 아니라 금을 요구하기때문에 당에 보고드린 다음 계약을 맺으려고 결심했으며 가격은 이렇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얼마나 만족하셨는지 모른다, 수령님께서는 《계약을 맺읍시다. 금을 그만큼 내가면 한 3~4년 인민생활에 지장이 올수는 있소. 하지만 그후부터는 나아지게 될거요. 년산 그만한 능력의 야금공장이면 어디요. 이거면 그 어간의 불균형을 충분히 맞출수 있을뿐더러 우리 경제가 배를 두드리며 철강재를 쓰기도 하고 팔기도 할수 있소. 또 최신기술을 이전해오는것과도 같으니 전망적으로는 력청탄과 중유소비기준을 결정적으로 낮출수 있고. 그러니 이거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불때구두 그 재로 물감을 만드는 격이요. 내가 관계부서에 과업을 주겠소.》 라고 하시였다.

형규야, 하지만 할아버지는 계약을 실현시키지 못하였다. 그때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이 문제를 대책하기 위한 정무원협의회를 여시였는데 나도 참가했다.

나는 지금도 협의회에서 하신 어버이수령님의 이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보시오, 동무들. 우리는 돈을 가지고있으면서도 공장을 들여오지 못하고있습니다. 사회주의의정무역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야금공장을 사자고 하면 오늘은 이 설비, 래일은 저 설비 하며 질질 끌면서 주기 싫어합니다.

력청탄과 중유 역시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들여오는지는 동무들이 잘 알거요. 무슨 형제의 나라요, 사회주의가족이요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데 서방사람들이 무엇이 급해 헐헐히 주겠소. 우리에게 팔고싶어두 미국놈이 무서워서 더 그러지 못할거요. 앞으로의 국제정세는 더욱 험할것이요. 동유럽과 쏘련의 현정세가 그걸 말해주고있소.

이번 계기를 통해서 우리 일군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은 채심하고 분발해야 돼. 다른 나라들에서는 력청탄이나 중유가 없이도 철강재를 생산하는데 우리는 언제까지나 여기에 기대고있어야 하는가. 내 한 10년만 젊었어두 무연탄이든 갈탄이든 우리의 연료로 철강재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맡아가지구 저 황철이나 김철에 내려가 일하고싶소. 내 10년만 젊었어두 말이요.》

형규야, 이게 할아버지가 네게 해주고싶었던 이야기였다. 손자가 음악대학이 아니라 김책공업종합대학시험을 치기를 원했던 리유이기도 하고.

이게 다다. 네가 김책공업종합대학시험을 일부러 락선되게 친걸 보니 단단히 작심을 한것같은데 이젠 음악을 계속하든 뭘하든 네 맘대로 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날 교수선생을 찾아갔었지. 그랬던 나는 교수선생에게서 처음으로 되는 준절한 꾸중을 듣고 행여나하는 희망마저 포기하지 않을수 없었고.)

《내가 보건대는 형규동무가 아주 옳지 않소. 할아버지가 옳았소. 난 기껏해야 제자 하나 잘 키워 말년을 부끄럽지 않게 장식할 리기적인 욕심에서 동무를 탐냈다면 할아버지는 손자의 리공과적재능을 수령님께서 걱정하시고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부문에 바치기를 원했단 말이요.

추가시험이 끝났거니와 차라리 잘되였소. 동무가 뛰여들어야 할 곳은 음악세계가 아니라 금속공업부문이요. 생활 그자체가 음악이니 서운해할것두 없으며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기의 생활을 선률에 담을수 있소. 그래서 우리 나라엔 로동자작곡가, 박사연주가가 있질 않소.

나는 동무가 할아버지의 뜻대로 금속부문에서 일하며 자기의 창조물로 진정한 음악을 빚어내기를 바라오.》

(할아버지 그리고 선생님, 형규는 강편가열시험준비를 끝냈습니다. 시험은 오늘, 바로 오늘 밤 0시에 나 혼자 조용히 하려고 합니다. 김철의 오랜 기술자인 채호명아바이와 몇몇 기능공들이 나를 방조하게 될것입니다. 콤퓨터로 충분한 모의시험을 했고 예견되는 정황을 처리할수 있게 대책은 철저히 세워놓았지만 그래도 알겠습니까. 고온공기연소식가열로의 강편생산시험중에 뜻밖의 대사고가 일어난 전례는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있다 해도 가야 합니다. 부디 저를 축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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