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1 장

첫 상면

10

 

강시연은 힘없이 층계를 내리였다. 자기가 맡았던 단위에 대한 검열에서 제기된 문제는 대단히 엄중하였다. 실은 자재와 설비가 충분했는데도 건물이 일떠서지 않았기에 개인이 탕진한것으로 구체적인 총화를 하고 결속을 했던것인데 실은 그런것이 아니였다.

작업반내의 한 성원에 대한 집보수에 적지 않게 돌려진 자재문제였는데 후에는 그것이 다 보상되였다. 한지에 나앉게 된 반원네 집사정이 너무 급해서 먼저 쓴것이 그만 개인사취로 오인되였던것이다.

이 문제는 마지막까지 작업을 조직한 작업반장이 사정얘기를 하지 않고 자기가 먼저 썼다는것을 인정했기에 그대로 총화되였었다. 그러나 그 반장에게 엄중한 법적제재가 가해지자 작업반에서 제기가 들어왔다.

반장을 옹호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진정이 울리고있었다. 집을 보수한 본인이 울음을 터뜨리면서 집단의 도움을 받은것을 렬거하는 바람에 지도소조성원들은 아연했다. 이 문제는 심중하게 다시 론의되였고 지도소조를 책임졌던 강시연이가 문제처리를 경솔하게 한것으로 비판되였다.

강시연은 시당에 불리워와서 자기의 사업에 대한 총화를 받았다.

한달이나 되는 기간 사업을 정지하고 총화를 받고 돌아가는 그는 온몸에서 피가 다 빠진것처럼 허청거렸다. 모든것이 귀찮을 정도로 맥이 났다. 이제껏 자기야말로 일생을 무사고주행의 운전사마냥 보람있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것은 완전히 오산이였다.

년로보장을 눈앞에 두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였다. 불시에 마음이 약해지며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60이 가까운 나이에 고향에 계시는 80고령의 어머니를 다 생각하는 정도로 늙었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어머니앞에 모든 사연을 말하고 마음편히 얹히고싶었다.

이제라도 마지막휴가를 받아서 고향으로 갈 생각을 하며 강시연은 천천히 걸었다. 이제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강시연은 휴가라는것을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렇게 한자세로, 곧은 걸음으로 걸어온 인생인데 어디에 걸려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수 없었다. 오직 일밖에 몰랐고 생활에서 탈선을 몰랐던 내가 아닌가. 생각할수록 머리가 쑤시고 심신이 노그라들었다. 또다시 휴가 생각이 났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것이 사람들의 생활이였다.

강시연은 오늘 또 시당에서 찾는다는 련락을 받았다. 아마 마지막결속을 받겠지. 해임? 설마 그렇게까지야 되랴. 이제껏 솔직히 반성한 나의 비판서를 놓고 심중히 토론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맥이 나던 다리에 기운이 뻗쳤다. 일생을 살아가느라면 실수도 하는게지, 나라고 어떻게 한번의 실수도 없으랴. 그런 마음으로 시당책임비서앞에 마주앉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예상외로 시당책임비서의 얼굴은 침중했다. 그는 앞에 놓인 두툼한 종이장을 오래동안 뒤적였다. 자기의 총화보고서인가 했던 강시연은 의아해졌다. 종이색이 다른것을 보니 자기것이 아니였다.

《하나 물어봅시다. 오래된 일이요. 두연오리공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취급한 일이 있었소?》

《?…》

강시연은 고개를 들었으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리공장 전 기사장문제인데, 나이가 된 다음에 들어갔으면 오히려 일없었을걸…》

《아, 생각납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강시연은 서둘러 인정했다.

두연오리공장의 기사장 생각이 났다. 머리가 벗어지고 보통체격이였지만 눈매가 날카로왔던 사람이였다. 숱한 오리가 죽은데 대한 과오를 놓고 그는 구구하게 변명은 안했지만 서뿔리 결론을 내리지 말아달라고 간청하는 말만은 거듭했다. 그때 강시연은 그를 측은히 내려다보며 문건을 다시 료해했지만 그의 과오로 탕진된 자금은 너무나 엄청난것이여서 어쩔수 없었다.

《이번일과 비슷한 일이요. 문제를 겉면만 보고 서뿔리 인간의 운명을 결론하는건 아마 동무에게 있는 치명적인 결함인것같소.》

《? !》

잔등으로 랭기가 주르르 흘렀다.

《그 사람의 기본결함이 아니라는건 후에 판명됐다는게 사실이구만. 그런데 동문 왜 그걸 후에 다시 상정시키지 않았소?》

안경너머로 강시연을 바라보는 시당책임비서의 눈길이 별로 엄엄 했다.

《저, 그건 일단 제 단계에서 넘어간 일이여서… 그래서 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강시연은 마른 입술을 감빨며 입을 열었으나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자기 단계에서 넘어간건 사실이였다. 그러나 후에는 그 사람이 범한 과오가 아니란건 알았다. 자기가 맡았던 대상이기에 다시 알아보았어야 했다. 한 인간의 운명문제이기에 심중해야 했었다. 그러나… 손바닥에 질펀히 진땀이 났다.

강시연은 당황해났다. 이런 일은 언제한번 자기의 신상에서 일어난적이 없었다. 그 무슨 일에서든 말을 더듬어본적도 없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동무는 알아보았어야 했소. 동무가 경솔하게 처리한 일때문에 일생 자기 사업을 충실히 해온 한 인간은 허무하게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의 공적은 령으로 되였소. 얼마나 절통했겠소. 그러나 그는 어디 가서 항변 한마디 안하고 자기의 손으로 직접 오리를 기르면서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의 원인을 해명하느라 몇년을 고생했소. 그것을 알고있었소?》

《후에 듣기는 했습니다만 정확히는 모릅니다.》

강시연은 입안이 말라들어 몇번이나 입술을 추기며 대답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해야 하는것이 더 정확한 대답이였다. 그러나 정정할 생각을 못했다.

《알아야 했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동무가 취급한 사람이기때문이고 또 사람들의 운명과 관련되기때문이요. 검열사업은 법만 알아서는 안되는거요. 인간을 알아야 하는것이요.》

강시연은 등골로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는것을 똑똑히 의식했다. 이젠 무슨 말이든 나가지 않았다.

《그가 유럽나라들에서 어떻게 간고하게 우량종오리알들을 가져왔는지 알아보았소?》

《…》

이번에도 강시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걸 파지 못했다. 또 본인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것같았다. 아니, 자기가 구체적으로 들으려고 하지 않은것같았다.

《그걸 알았다면 동무가 그렇게 쉽게 결론하지 않았을지 모르지. 지금 어떤 사람들은 외국에 가면 자기 개인의 리익에 눈이 어두워지는 편향이 종종 있군 하오. 그러나 그 사람은 그렇지 않았소. 얼마나 대조적이요, 자기의 리익보다 더 큰것을 생각하면서. 그가 걸어온것을 생각하면…》

강시연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맺지 못한 다음말이 너무나 뻔하게 안겨왔기때문이였다.

《그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맡아서 키운건 아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가 왜 남의 아이를 키운단 말인가. 그 문제와 그의 과오가 무슨 련관이라도 있는가?

강시연은 어리둥절해서 시당책임비서의 얼굴을 뻔히 바라보기만했다.

《모르고있구만. 이 모든것을 동무는 다 알았어야 했소. 그러니 제기된 내용이 다 맞구만.》

(제기됐다구? 누가 제기했단 말인가. 본인이?! 그의 자식들이?!

그럴수 있다. 그들이라면 가슴아파서 제기할수 있다.

그러나 일단 취급하고 법에 넘긴 문제를 내가 꼭 알아야 했단 말인가?!)

강시연은 무엇인가 자기의 가슴속을 털어놓고싶었지만 이제 와서 그것은 한갖 변명이라는 가책에 입을 열 생각을 포기했다. 이제 와서 구차한 말을 늘어놓는건 비렬하다. 하면서도 인정하자니 심장부위가 뜨끔뜨끔했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약성을 보이는것이 자존심이 걸리여 참느라니 이마에 진땀이 쫙 내돋았다.

강시연은 나가서 결론을 기다리라는 말을 들으며 일어섰다. 어떻게 계단을 내려왔는지 알수 없었다. 한동안 지나서 보니 축축한 비방울이 어깨에 떨어지고있었다. 그러나 피할 생각은 없었다. 뒤늦게야 분명 하늘이 벌을 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죄를 범하면 어느때든 벌을 받는다고 어머니가 늘 외웠지. 내가 한 일이 그렇게 엄중했던가? 아직은 인정이 되지 않았다. 아니, 자연의 리치대로 하늘이 흐렸으면 응당 비가 내리는게지 나와 무슨 상관이게 나의 몸에 비줄기를 퍼붓는단 말인가.

그러나 어쨌든 머리가 쑤셔났다. 어쩔수없이 서리를 앞둔 마가을 초목같이 운명의 처분을 기다리는수밖에 없었다. 그는 온몸에 쏟아지는 봄비를 피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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