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1 장
첫 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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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 종업원들에게 가금 및 축산부문일군협의회에서 하신
《비서동지, 이번에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모두 좋아들 하고 비서동지에 대하여 고마워들 하고있습니다.》
그의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가 줄줄 흐르고있었다.
《허-》신형일은 빙긋이 웃어보였다. 모두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니 기뻤고 귀뜀해주는 그의 말이 그리 싫지 않았다.
《기사장동무, 나야 아직 공장과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동무가 돌아가는 반영에 대하여 제때에 알려주오. 그래야 사업에서 참고하지.》
《다른 반영이야 무슨, 다 새로 온 당비서동지에 대한 좋은 말뿐인데. 보십시오, 얼마나 좋아들 합니까.》
여전히 사람들은 뻐스를 둘러싸고 웃고들 있었다.
《그런데 저, 지배인동지와 조현숙동무에 대한 관계를 아십니까?》
기사장의 얼굴에 능청스런 빛이 얼핏 스쳤다.
《관계라니, 그건 무슨 소리요?》
신형일은 깜짝 놀랐다.
《지배인동지와 조동무는 젊은 시절부터 저… 그들은…》
갑자기 사람들이 와르르 뻐스에 올라타는 바람에 그의 말은 중단되였다. 그러나 기사장이 남긴 말은 그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분명 남다른 사이라는걸 말하려고 한것같은데. 그래서 직장장으로 추천했는가?
아니, 조현숙의 의협심은 내가 직접 목격한게고 이번에 책임자의 임무도 얼마나 성실하게 집행했는가. 그런 능력이면 얼마든지 한개 직장을 담당할수 있다. 지배인이 추천한다고 해서 무턱 받아들인건 아니다. 그렇다면 기사장은 무슨 말을 하려는것인가. 신형일의 머리속은 갑자기 혼탕되였다.
이때 길거리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사장 우덕진이가 창밖을 내다보다가 큰소리로 떠들었다.
《우리 애들이구만. 비서동지, 우리 애들이 가고있습니다. 태워야지요?》
《그럼, 물어볼거나 있소.》
차가 멎고 애들이 우르르 올라탔다. 제일먼저 뛰여오른 기사장의 딸이 아버지앞으로 가려다말고 당비서를 보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오, 순미로구나.》
《너희들 이젠 아침에 학교에 갈 때도 또 돌아올 때도 이 뻐스를 탈수 있다. 이건 공장뻐스다.》
누군가의 그 말에 아이들이 좋아라 박수를 쳤다.
그러자 인차 우덕진이가 끼여들며 큰소리로 훈시했다.
《당비서동지에게 모두 인사를 해야지, 고맙습니다 하고.》
《당비서아저씨,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합창하는 그 소리에 뻐스가 흔들 춤을 추는듯했다.
뻐스는 다시 달렸다. 열어젖힌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렸지만 신형일의 머리속은 번거로왔다. 사소한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그의 습성은 기사장이 방금전에 한 말을 두고 거듭거듭 생각을 굴리게 했다.
지배인과 조현숙이가 젊은 시절부터라고? 간부사업을 눈앞에 둔 그에게 있어서 이 말은 훌 넘겨버리기 힘들었다.
신형일은 공장에 도착하자바람으로 부비서를 불렀다. 그에게 이번 회의에 대하여 상세히 이야기해주고 이어 가금 및 축산부문일군협의회에서 하신
《부비서동무는 지배인동지와 단백반의 통계원인 조현숙의 관계를 알고있소?》
《아, 우리 지배인동지와 말입니까?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건 우리 공장에서 비밀이 아닙니다.》
《비밀이 아니라구? 사실 부비서동무도 찬성했지만 이번에 조동무를 가공직장장으로 임명하려던게 아니요. 그런데 지배인과의 인연이 있어서 추천한다는 뛰뛰한 소리가 돌아간다면, 도대체 어떤 관계요?》
《그건 말입니다.》
부비서는 그렇게 꼭지를 떼놓고 허 하고 제혼자 킥킥 웃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순전히 조동무의 오해였는데, 사실 지배인동지가 조동무를 만났을 땐 이미 그의 결혼문제가 다 결정되여 집으로 떠날 때였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부비서는 그때 일을 방불하게 들려주었다.
《그렇소?》
신형일은 그제야 숨이 나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사실 조동무같은 그런 대상은 없습니다. 일 잘하지, 정열적이고… 이번에 책임자로 일하는것을 보면서 다시 탄복했습니다. 비서동지, 빨리 하자는걸 제기합니다. 지금 직장장이 없어서 가공직장이 말이 아닙니다.》
《알겠소.》 간단히 대답을 하는 속에서도 신형일의 눈앞에서는 웃던 우덕진의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말하자는건 무엇이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