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회)
제 1 장
첫 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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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시에 환성을 올리며 뻐스를 에워쌌다. 드디여 공장에 뻐스가 생겨 이렇게 회의참가자들을 태우러 왔던것이다. 이제까지는 시내에 나왔다가도 자전거로 가거나 시외변두리까지 걸어가서 화물차를 타던 종업원들이였다. 그들은 마치 뻐스를 처음 보기라도 한것처럼 빙빙 돌면서 감탄을 터치기도 했고 뻐스안에 올라 의자에 앉아보기도 하면서 아이들처럼 떠들었다.
뻐스는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쓰던것이라는 관념이 있어서 그렇지 도색을 하고 의자에도 무늬를 돋구는 새 천을 씌웠더니 새 차가 울고 갈 정도였다.
공장에 뻐스가 온다는 소식은 언제부터인지 종업원들과 사택마을속에서 꽃잎처럼 날아옜었다. 이제는 통일거리에서 오가던 종업원들은 물론 사택마을자녀들이 걸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국가계획위원회 부
뻐스때문에 신형일이 어지간히 마음을 쓰고 걸음도 몇번 했지만 실은 그의 도움이 컸다.
신형일은 뻐스를 둘러싸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니 자기 마음도 자꾸 부풀어났다.
이제 차학선로인의 일만 풀리면 공장에 오자마자 부닥쳤던 일은 다 해결되는셈이다.
모두들 껄껄거리는 속에서 유별난 우덕진의 웃음소리를 가려들은 신형일은 뒤를 돌아보았다.
《기사장동무는 공장에 돌아간 다음 기술자들을 모두 태우고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오.》
《정말입니까?》
《지배인동지, 아무리 바쁜 때지만 우리 기술자들에게 특혜를 베풀어봅시다.》
신형일은 거나하게 취하기나 한듯 기분이 떠서 동의를 구하듯 지배인을 바라보았다.
지배인도 신형일의 기분을 알아채고 빙그레 웃어보였다.
《<우대틀>의 위신이 또 올라가게 됐군.》
누군가의 말에 와하고 함성이라도 터진듯 웃음소리가 커졌다.
신형일은 은근히 놀랐다. 지금 우덕진이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싱글거리고있었다. 《우대틀》이라구? 업은 아이 찾는다더니 늘 곁에서 돌아가는 우덕진이가 《대틀》이라. 어디서나 무슨 일에서나 두드러진다고 그런 별호가 붙었을가, 아니면 위풍을 돋구는 덧옷을 늘 입고다녀서일가.
그 순간 신형일은 슬그머니 돌아서는 지배인을 놓치지 않았다.
불현듯 며칠전의 일이 생각났다.
제출된 회의참가인원명단을 보던 신형일은 생각이 많았다. 지배인과 기사장 두사람의 견해가 서로 다른것이다.
지배인은 일을 잘하는 종금과 비육직장장 두명외에는 모두 기술원들을 비롯한 기술일군들을 선출했고 기사장은 반대로 기사들은 적고 거의 모두가 행정일군들이였다. 기사들도 현장일군이 아니라 사무실의 한미순이와 공급소장을 비롯한 기타부서들이 다수였다.
이렇게도 견해가 다를수가 있나. 신형일은 그들과 마주앉아 한명한명 재확인했다.
《기사장동무, 어째서 차천호동무가 없소?》
신형일은 대뜸 이렇게 따졌다.
《그 동무야 젊고 아직 이렇다할… 그대신 공적있는 직장장들이 다 들어갔습니다.》
우덕진이가 우물거리면서도 뻣뻣하게 대답했다.
《젊었으니까 선발해야지요. 공적있는 직장장들과 함께 앞으로 공장의 주력이 될수 있는 젊은 기술자들을 배합합시다. 인원이 모자라면 사무실 성원들은 빼도록 하고. 이제 종합조종소를 꾸려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갈 성원들을 우선적으로 하도록 하는게 어떻습니까?》
《그래야지요.》
지배인이 대뜸 찬성하자 기사장이 볼부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 공장의 핵심적인 직장장들이 많이 빠집니다. 젊은 동무들이야 어느때든 또 기회가 있겠지만 일을 많이 한 나이든 사람들이야 언제 또 기회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지배인이 놀랍게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쨌든 생산직장 사람들이 기본이고 일할 사람들이 가야 하오. 회의갔다와서도 구경갔다온 사람처럼 은을 내지 못할 사람은 안되지요.》하며 언뜻 당비서를 바라보았다. 때를 놓치지 않고 신형일이가 얼른 지지했다.
《당위원회도 그 의견에 찬동입니다.》
《글쎄, 다 참가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쩔수 없는듯 기사장이 쩝쩝 입을 다시며 슬며시 왼고개를 틀었다.
그가 나간 다음 지배인이 들려주는 말은 신형일을 더 놀라게 했다.
바로 오늘 차학선을 구내에 들여놓았다고 기사장이 방역대처녀들이며 경비성원들을 닥달했다는게 아닌가.
신형일은 아연해졌다. 무엇때문에 차학선의 존재를 두고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알수 없었다. 물론 차학선은 종업원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공장에 오는것은 공장을 위해서, 오리를 잘 기르기 위해서 우정 나오는 걸음이다. 오히려 그의 걸음을 두고 고마와하고 높이 일러주는게 옳은 처사다. 그렇게는 못할망정 정문에 가서 그 밸풀이를 하다니.
차학선을 은근히 무시하려들던 우덕진의 말투와 기사장이라면 도리질을 하며 외면하려들던 차학선.
차학선의 문제를 푸는것이 보다 절실했다. 시당에서는 왜 아직 소식이 없는가. 그러면 차학선이가 일을 할수 있게 직제를 줄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오늘이라도 다시 시당에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여전히 우덕진을 둘러싸고 터치는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우대틀》이라.)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별호였다. 그런데 더 주의를 돌리게 되는건 《웃는 대틀》이였다. 첫순간엔 인상이 좋다는 의미로 들릴수 있겠지만 신형일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일가. 아직은 잘 알수가 없었다. 이 모든것을 알아야 하는것이 바로 자기 일감이였다. 그에 못지 않은건 행정적으로 지배인을 적극 내세워서 그가 자기 일을 원만히 하도록 도와주는 일이였다. 그가 결코 능력이 없는것이 아니였다. 이번에 살림집문제를 책임지우고 내밀게 했더니 기일을 보장했다. 단지 연구사업에 더 취미를 가지고 시간이 있으면 될수록 연구사업에 신경을 쓰고싶어할뿐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흠이 아니라 그의 장점이다. 오히려 기술사업에 앞장서야 할 기사장은 그렇지 못한것이 결함이다.
이들과의 사업을 어떻게 해야 좋을가 하는 생각에 묻혀 뻐스에 올라 자리를 잡은 신형일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번에 진행된 회의정신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