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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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시가 되여오자 가열로건설현장에는 이고 지고 안은 기업소후방부사람들이며 가두녀성들이 들어섰다. 그들의 출현으로 하여 건설현장은 즐겁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바뀌였다.
김형규는 녀성과외지원대원들이 손을 끄는것을 만류하고 침실 겸 사무실로 꾸려놓은 가설막으로 돌아왔다. 같이 앉아 음식을 들며 휴식을
즐기고싶었지만 그에게는
몸을 얼추 씻고 책상에 마주앉은 김형규는 영문으로 된 원서를 펼쳐들었다. 한 10분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누군가가 들어서는 기척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뜻밖에도 문가에는 단추가 네알짜리인 진회색작업복차림의 정구철이가 한손에 비닐구럭지를 들고 서있었다.
그는 엉거주춤해있는 형규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모자를 벗어걸고 책상앞에 다가왔다.
마디마디들이 굵직하고 검붉어보이는 손이 구럭지에 드나들더니 이내 책상우에 자그마한 김치통이며 명태 두마리, 한절반 비게에 아이 손바닥만하게 썰어담은 고기편육찬곽과 막걸리를 넣은 5ℓ짜리 통이 차려졌다.
《이건 뭡니까?》
형규의 물음에 응대없이 물고뿌를 찾아 벌려놓고 단물병의 마개를 여는 정구철이였다.
《선생이야 술을 못하니 이걸 가져왔지. 한잔 나눕세.》
《?!》
《왜? 로동자들과는 잘 어울린다던데. 나하군 싫소?》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럼 우리 속털기나 하기요.》
정구철은 쿨럭쿨럭 소리가 나게 막걸리를 붓고는 고뿌를 들라는 손시늉을 하였다. 그러고나서는 자기도 고뿌를 들었다.
《낮에 내 너무했소. 어쩌겠소. 속이 원래 두꺼비잔등같은걸. 그러다나니 밸이 나면 입이 제멋대로요. 그래 이놈 성격때문에 자주 흠을 잡히지 않소. 리해해줍소.》
정구철의 사내싼 태도에 틀고앉아있던 불쾌감이 봄눈처럼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김형규는 후련해나서 고뿌를 들고 자기를 낮추었다.
《나도 일처릴 성급하게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부기사장동지.》
《그러니까 우리 두사람은 다 고쳐야 할 성격을 가지고있구만.》
둘은 웃으며 고뿌를 찧었다. 정구철은 고뿌를 소리나게 놓으며 장담조로 형규를 안심시키였다.
《낮에두 말했지만 바빠하지 맙소. 2강철, 련속조괴 했으니까 이번 차례는 강괴관리직장인데 그야 상관없지. 가열로만 서문 제깍 도입합세.》
편육 두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정구철은 남은것을 마저 들고 물병을 쥐였다. 김형규가 물병을 앗아들고 부어주자 구철은 받는 례의에 흡족해하였다.
《좋은 책을 보누만.》
정구철은 고뿌를 내려놓고 책상가녁에 밀어놓은 원서를 끄당기였다. 몇문장 웅얼거리는 그를 보며 김형규는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허- 좋은데요. 번역수준이 괜찮습니다.》
《우습게 보지 맙소. 머리굳을라문 멀었소. 한데 대학입학초기엔 군사복무를 마치고 가다보니 외국어때문에 혼났댔지. 그래 내 머릴 싸매구 외국어를 얼마나 들이판줄 아우.》
《어느 대학을 다녔습니까?》
《청진광산금속대학을 다녔소.》
형규는 다시한번 진심으로 그의 원서번역수준을 치사하였다. 그들은 음식을 들면서 화제에 가지를 쳐나가며 한동안 사담을 나누었다. 그러던중에 김형규는 문득 드는 생각이 나서 구철에게 물어보았다.
《부기사장동지, 내 언제부터 알고싶었던것이 있었는데 금속연구소의 고온공기연소기술 말입니다. 개발력사가 길고 고생이 형편없었다던데 오늘밤에 그 이야기 좀 부탁합시다.》
《호명아바이랑 신정이 얘기 안해줍데?》
《다른 이야기는 해줘도 그 말은 이상하게 꺼내지 않습니다.》
고개를 여러번 끄덕이며 심중한 기색을 짓는 구철이였다.
《그럴게요. 호명아바이도 그렇고 신정이 경우에야 더하지. 제일 큰상처를 입었으니까.》
정구철은 고뿌를 들며 느닷없이 형규에게 나이를 물었다.
《음- 내 막내와 비슷한 나이구만.》
이번 고뿌는 꺾지 않고 단번에 마셔버리고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우둘투둘한 정구철의 얼굴은 고뇌비슷한것이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푸른 탁상등빛때문인지 이밤따라 창백하게 질려있는것처럼 보이였다.
실제로 형규의 물음은 정구철에게 있어서 겨우 아물어가던 가슴속의 상처를 다쳐놓은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철은 지금 로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전날 아침에 동생과 함께 출근하면서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하고있었다.
《래달에 너 장가보내는 문제때문에 온 집안이 모이기로 했다. 암만 바빠도 너두 참가해라.》
《본인들은 꿈도 꾸지 않는데 옆에서들 과연 들볶소. 모여서 뭘 토론한다는거예요?》
《집안에 유독 부모없이 장가가는게 너 하난데 이게 큰일이 아니면 뭐냐? 집도 그래 가장집물을 떳떳하게 갖춰주고싶은게 맏형인 나나 세 형들의 소원이다. 그리고 신정인 여느 처녀들과는 다르다. 그애가 처녀의 몸으로 외지에 나와 너랑 우리와 함께 고생인들 좀 작게 했니? 그래 난 이래저래 궁리하다가 너희들 결혼식만은 굳이 함경도풍습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왜 웃어, 이 자식아.》
《신정이 굉장히 좋아하겠군요. 난 원래 신정이에게 고온공기 성공하면 첫 강판으로 제일 멋있는 고급강철가구를 만들어줄 계획을 하고있었어요. 한데 형님들이 결혼례물을 또 가득 안겨주겠다니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어요.
하지만 형님, 다들 조촐한 살림을 하고있는데 그런데 너무 신경을 쓰지 말아주세요. 내겐 형님들이 생각하는
《뭐,
《책 한권 주면 되지요.》
《글쎄 그럼 그렇겠지. 장가도 못가 누래가지고 여직까지 형수손에서 밥을 얻어먹는 녀석에게 뭐가 있겠다구. 건 맘대루 하려무나. 근데 무슨 책이게?》
《…》
《웃지만 말구 어서 말해봐라.》
《됐어요. 형님이 굳이 아실 필요는 없어요.》
《이것 봐라, 맏형이 닦구쓸구해서 내세워주었더니 처녀가 생겼다구 말 잘 안듣는다?》
《형님, 호기심이 지나치면 좋은 말 못들어요. 이런 때 봐선 정씨집안의 가장답지 않군요. 장래로는 알게 돼요.》
《허허, 별놈의 녀석 다 보겠다. 가르치기까지 하는구나.》
그 다음날 밤에 로폭발사고가 일어났고 정철이 희생되였다.
정구철은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담배 한대를 태울 때까지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는 담배를 비벼끄고나서 말문을 열었다.
그 새벽에 김형규는 구철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정철이네들이 고심참담하게 엮어온 개발력사는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였다. 게다가 요즘 해당 기관에서 내려와 정철실장의 표창내신문제를 료해한다는데 그가 연구한 모든것이 그냥 묻혀버릴가 걱정하는 정구철부기사장의 심중도 리해되였다.
이것은 형규로 하여금 구형축열체를 심중하게 재음미해보는데로 기울어지지 않을수 없게 하였다. 응용경험이 있는 구형축열체이니 우점은 있을것이고 이걸 가지고 론의를 해보면 벌집형축열체도입에 좋으면 좋았지 나쁠것은 없지 않을것이다. 여기에는 같은 과학자로서 정철이네들의 고행을 존중하고싶고 조금이라도 사주고싶은 의리심이 강하게 작용한것도 있었다. 하여 김형규는 아침에 구철을 찾아가 생각했던바를 말해주었던것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서 열린 협의회는 김형규의 뜻대로 흘러가지 못하였다. 협의회가 열이 오르려는 참에 신정이 일어나 구형체론의를 일축하였기때문이였다.
채호명이 역시 뒤따라 《나두 신정선생과 같은 의견입니다. 확실히 구형체에는 분명히 치명적인 결함이 있소. 그러니까 폭발사고가 나지 않았소. 때문에 이런걸 론의하면 안되지요.》라고 협의회론제에 반대표를 던지였다.
금속연구소와 김철기술진의 핵심들인 그들의 발언은 김형규며 정구철이들, 지어 어랑천발전소에 갔다와서 협의회에 참가했던 주영호에게 착잡과 의아함, 노여움까지 자아내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