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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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 주영호는 금속려관회의실에서 도당과의 련계밑에 북부지구의 주요공장, 기업소의 책임일군들과 과학자, 기술자협의회를 가지고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전달한 다음 선군시대과학자, 기술자대회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사업을 진행하였다.

협의회뒤끝에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현장지휘부를 따로 남게 한 그는 도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토론하고나서 일부 달라진 인원류동에 대하여 알려주었다. 내용을 보면 설계분과를 책임지고있던 김형규를 현장지휘부의 총책임자로 임명한 동시에 그가 보던 설계분과를 형규의 직속에 두었는데 비유해 말하면 중간급집행부서에서 일약 참모부로 승격시킨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충격적인 일과 같은 이 조치에 다들 처음에는 얼떠름해있었으나 인차 공감하였다. 그러나 일부는 머리를 기웃거리고있었는데 정구철이같은 사람은 의견을 묻는 주영호에게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있는 불만을 표시하였다.

협의회를 마치고나서 주영호는 형규를 불러 즉시 사업을 인계받으며 지금부터 도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자기에게 보고할것을 지시하였다.

도당의 일군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현관에서 잠간 지체하다가 차에 오르려 보니 정구철이 다가오고있었다.

《내 지금 어랑천발전소에 나가보려던 참인데 지금 꼭 말해야겠소? 오늘중에 돌아서서 기업소에 오겠는데.》

《그리 길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하지요.》

《그럭하오, 사람문제는 좀 될수록 피하고.》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재촉하였다. 사람문제란 정구철이 필경 형규를 입에 올릴것이라는 짐작에서였다. 하지만 구철의 입에서 애써 피하려 했던 그것이 나오지 않을리 만무하였다.

《물론 형규강좌장을 총책임자로 하는건 반대없습니다. 그 사람네 기술을 도입하자면 자기네가 해야 더 편하니까요.

그러나 저는 축열체론난이 바로 해결되지 않는 한 새 기술도입사업은 한걸음도 제대로 전진할수 없다고 봅니다.》

(또 축열체이야기로군.)

주영호는 이마살이 찌프러지는것을 자제하며 물었다.

《어째서 기술적으로 합의본 문제를 자꾸 뒤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거요? 국가심의를 거쳐 그 합리성이 론증되지 않았소?》

《리론과 실천은 다릅니다. 구형체는 이미 다른 내화물직장들에서 실천적으로 증명되였습니다. 벌집형도 정람에서 성공했다지만 어쨌든 김철현장에 더 가까이 접근한건 구형체란 말입니다. 그래서 난 형규강좌장네가 독단을 범하는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과학기술적문제해결에서 집단주의가 충분히 발휘되도록 공동총책임자제를 내오자는것입니다.》

주영호는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사전예방, 공동총책임자제, 이 사람이 이런게 의견있다는건가?

《너무 본위주의하지 마오. 뭐 형규강좌장한테 사고조서를 한지함이나 씌웠다면서? 그거야 너무하지 않소, 동무네 일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이런 때 봐선 정구철이답지 않소.》

황황히 이리저리 둘러치며 발명하는 정구철이였다.

《하여 간 생각해보기요, 그건 갔다와서 토의에 붙여보기로 하고. 이보우 부기사장동무, 동문 수원지구에 있는 김철로동자사택에 가본적 있소?》

《둬번 가보느라고 했는데 일이 바빠서 요즘은… 왜 그러십니까?》

《한번 가보오.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면서부터 물고생을 했다는데 여전하더군.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겠소.》

《내 가보겠습니다.》

금속려관을 떠난 주영호는 오전내껏 차를 달려 어랑천발전소 팔향언제에 도착하였다. 마침 현장에는 철색의 얼굴에 눈이 류달리 둥그렇게 크고 키가 작은편인 청진금속건설련합기업소 기사장이 나와있었다.

그를 데리고 언제에 올라가 둘러보니 기발도 꽂혀있고 방송선전도 하고있으나 그에 비해 언제공사장의 열의는 소극적이였다. 두대의 기중기가 물어날라 쏟아주는 혼합물을 다지는 작업인원들과 어랑천에서 골재를 실어나르는 몇대의 대형차들, 모래와 각이한 규격의 자갈을 생산하는 파쇄장의 동음만 울릴뿐이였다.

《왜 이리 조용하오?》

《세멘트가 모자라 그럽니다, 철근재고량은 바닥이 난지 오라고. 이 작업두 유휴자재를 가지고 하는중입니다.》

《대책은 강구하고있소?》

《하고는 있는중인데 고무산세멘트 가지고는 어림없습니다.》

자신없는 목소리였다.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그게 뭐요? 혹시 상원세멘트를 계속 넘겨다보고있지 않소?》

《상원이야 온 나라를 대상하는데 우리같은 지방발전소건설에 대줄 세멘트까지 있겠습니까. 그리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말씀이 계셔서 상원세멘트를 한번 크게 받았는데 무슨 렴치로 그쪽을 또 쳐다보겠습니까. 그래 토의는 계속하고있는중입니다.》

《저건 또 뭐요?》

주영호는 바위벼랑과 언제가 맞붙은 곳을 가리켰다. 거기서는 사람들이 붐비고있었는데 한켠에서는 혼합물을 이기고 다른켠에서는 시추를 하는 등 무슨 용도의 작업을 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며칠전에 국가건설감독성에서 내려와 정기검열을 진행했습니다.》

기사장이 한숨을 내쉬더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검열끝에 검열성원들은 언제공사를 당분간 중지할것을 요구하였다. 측정해본 결과 새는 물이 허용수치를 넘기때문에 대책을 세우기 전에는 절대로 공사를 하면 안된다는것이였다.

빠른 시일내에 퇴치하겠으니 공사를 그냥 하게 해달라는 기사장의 통사정에 한걸음 양보한 검열성원들이였지만 다음검열때까지 일을 수습하지 못하는 경우 언제건설을 완전히 중지하는것과 동시에 본인은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탐사대를 동원하고 전문가를 데려오는 등 역사질을 벌려놓아 바위벼랑과 언제사이에서 물이 샌다는것을 끝내 알아내였고 이걸 막느라고 온갖 씨름질을 했으나 허사였다. 워낙 수압이 너무 셌기때문이였다.

《얼마나 새오?》

기사장의 대답을 들은 주영호는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그럴리가 있나?》

언제를 빨리 쌓아야 어랑천1호발전소의 조기조업성과가 확대되여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 전기를 보내줄수 있는데 뚱딴지같이 예상치도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였다.

주영호는 골똘히 생각해보다가 결심을 내리고 손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정구철이를 찾아 어랑천발전소에서 며칠을 묵어야 하니 기업소협의회를 구철이 집행하며 결과를 알려달라고 지시하였다.

그는 아직도 시추작업을 하는 곳에 눈을 주고있는 기사장의 팔을 당기였다.

《오후에 나하구 현장을 한바퀴 돌아보기요. 그러구나서 걸린 문제를 하나하나 토론해봅시다.》

 

다음날 늦은 아침에 정구철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총리동지가 말씀하던 상수도문제말입니다, 제 나가보고 기업소 주택건설사업소 지배인동무에게 임무를 주었습니다. 근일간에 물이 나올겁니다. 》

주영호에게서 받은 과업을 간단히 보고한 정구철은 다음화제를 꺼냈는데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어떤 쾌감 비슷한것에 젖어있었다.

《부총리동지, 형규강좌장 말입니다. 많이 배운 사람이 역시 다릅니다. 알구보니 나이는 젊어도 사람은 큰사람입니다.》

《?》

《우리네 주장을 반대하더니 이자 찾아와 하는 소리가 구형축열체의 우점을 참고해볼 가치가 있다면서 부총리동지가 온 담에 모여 토론해보자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주영호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의문스러워하였다.

《호명동무랑 신정이도 형규동무와 립장이 같은가?》

《형규선생이야 총책임자인데 그들이 상급과 다른 주장을 고집하면 됩니까. 좌우간 그 말 들으니까 자책이 들더란 말입니다. 제 이때까지 사람을 잘못 본것같습니다.》

《늘 형규선생네 일을 타발하던 사람이 180° 달라졌구만. 오늘은 해가 서쪽에 뜨겠소.》

《그런걸 요구성이라고 봐야지 타발이 뭡니까.》

정구철이 게정을 부리며 맞롱담을 하였다.

《어쨌든 일이 끝나면 빨리 돌아서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주영호는 손전화기를 접으며 달라진 형규의 립장을 놓고 자문하였다. 김형규로 말하면 고온공기연소식기술과 가열로분야에서 두번째라고 하면 섭섭해하는 실력가로 학계에서 인정받고있는 과학자이다.

여기에 랭정하달만치 신중하고 침착한 성격이여서 무엇을 하건 덤비거나 놓치는 일이 거의나 없었다. 특히 사업에 들어서면 빈틈없는 과학적론거가 안받침된 후에야 자기 견해를 내놓군 하였으며 일단 주장을 펴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학적자존심이 대단히 강한 사람이였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현장지휘부 총책임자가 되자마자 구형축열체의 가치에 관심을 돌리고있다. 사실 그를 총책임자로 임명한것은 그의 학적주장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주자는것이였다. 한데 도리여 한발 후퇴한 격이 아닌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구형축열체에 눈길을 돌리게 했을가.

그는 착잡하게 엉켜도는 의문을 털어버리지 못한채 사람들이 모여있는 기사장방으로 걸음을 향하였다. 하지만 주영호는 자기가 없는새에 김형규와 정구철이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으며 그 일때문에 형규가 원래의 벌집형축열체도입안에 수정을 가하려고 결심하였다는것을 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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