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1 장
첫 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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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형일은 병원구내에 잠시 서있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섰다. 입원하고있는 녀성종업원중 한명은 만났는데 황춘영이라는 녀인은 없었다. 어린 딸들을 집에 두고 온 그는 이틀전에 벌써 퇴원했다는것이다.
신형일은 잊지 말고 가정방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정문을 나섰다.
이젠 뻐스때문에 계획대로 국가계획위원회에 가야 했다. 오늘 병원에 와서 환자들을 만나고보니 뻐스문제는 더 미룰수 없는 절박한 일이였다.
구역인민병원에서 나온 승용차는 통일거리의 넓은 거리를 돌아 충성의 다리에 들어섰다.
시내의 중심거리에 들어서자 대번에 왕래가 복잡해진게 알렸다. 길이 메여지게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개가 젊은이들이였다. 활개짓을 하는 그들의 걸음걸이에서는 패기가 넘쳤다. 문득 오늘 아침에 만났던 두 젊은이가 생각났다. 야심만만해보이는 태인이라는 연구사도 그렇지만 차로인의 아들인 천호라는 젊은이한테 더 마음이 씌여졌다.
말쑥해보이는 얼굴이 두툼한 입술로 해서 말수더구도 적고 듬직해보이게 조화가 잘되는 젊은이였다. 코날이 상큼하고 눈정기가 있어보이는 그가 직장의 기술부원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더해졌다.
이번엔 차학선의 얼굴이 우렷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꿋꿋해보이고 태연한듯 했지만 그 얼굴엔 고민의 흔적이 력력했다.
국가에 더 많은 리익을 주자고 나이가 지나도록 일을 해오다가 터진 차학선의 문제는 결코 스쳐지나갈 일이 아니였다. 절대로.
그러나 신형일은 차학선의 일에 대하여 더 생각하지 못했다. 벌써 국가계획위원회청사가 눈앞에 다가왔기때문이였다.
신형일은 국가계획위원회
그러나
계획위원회 부
신형일은 그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
《꼭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신형일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두연오리공장에 온지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공장에 대해서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공장의 그 어느 곳에 있어도
신형일은 그자리에서 두단땅에 깃든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간청하다싶이 절절했다.
《무슨 문제인데요, 어서 말씀하십시오.》
실무적인 부
《지금 우리 공장은
《그렇군요.》
부
《비서동무,
《부
《방도 말인가요? 글쎄…》 그가 무슨 생각엔가 잠긴듯 말끝을 흐리였다.
《좀 도와주십시오.》
신형일은 목마른 사람이 당장 우물에라도 뛰여들 자세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부
《지금 새 차를 받게 된 대상들이 순서를 기다리고있습니다. 그 기관들이 뻐스를 배정받게 되면 쓸만한 뻐스가 생길수 있을것같은데…》
그러면서 현대것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기관들에서는 새 차를 배정받으면 여유가 생기게 된다는것이였다. 그런 뻐스를 정비하고 도색만 하면 새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웃기까지 했다. 그거야말로 방도였다.
부
금시 날아갈것같이 홀가분해진 신형일은 부
방금 어디에 나가려던 시당책임비서(당시)는 신형일을 보자 자리를 권하며 마주앉았다.
《그사이 몸이 축갔구만. 어떻게 일하고있소?》
신형일은 공장에서 벌어지고있는 일이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요약하여 말하고는 기본용건인 차학선문제를 꺼냈다.
신형일의 말을 마지막까지 들은 시당책임비서는 그가 내민 문건을 펼치며 물었다.
《그게 다요?》
《오늘은 이게 답니다. 하지만 이 문제만은 꼭 해결해주었으면 합니다. 그것도 빨리 해주었으면 합니다.》
《알겠소, 그 짧은 기간에 오리사며 살림집건설을 시작해서 거의 끝내간다니 대단하오. 확실히 동문 일제끼는 솜씨가 있소. 그래서 동무가 하는 일은 마음을 놓게 되지. 몇세대라구?》
신형일은 완성되여가는 살림집수자를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앞에서 치하를 받으니 어색한 생각이 앞섰다.
《그런데 말이요, 새 당일군이 와서 일을 쭉쭉 내민다는 소리도 있지만 독판친다는 소리도 있소. 어떻게 된 일이요?》
《예?!》
신형일은 흠칫했다. 무거운 철퇴로 이마를 맞은듯 아찔했다.
《동무가 방금 말한 살림집문제때문에 로력을 돌리고 작업공정을 바꾼걸 놓고보면 그런 말이 얼마든지 나올수 있겠소.》
《그렇다고 일이 잘못됐다는걸 알면서도 그대로 방임해야 되겠습니까. 전 일이 제대로 되자면 조건부터 해결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하루종일 밖에서 건설작업을 한사람들이 편히 앉을 집 하나 변변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루이틀도 아닌 야외작업을 계속할수 있습니까. 연구사들은 어떤지 아십니까. 오늘은 여기에 짐을 풀어놓았다가 며칠을 못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공장에서는 어쩌는 수가 없다고, 곤난을 극복해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신형일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당책임일군이 이윽토록 말없이 지켜본다는걸 느끼고서야 그만 자기가 지나쳤다는걸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물론 동무의 견해는 옳소. 하지만 방법이요. 방법이 걸렸소. 동문 공장에서 걸리고있는 문제의 중심을 무엇이라고 보오?》
《그거야 뭐 현대화가 아닙니까.》 신형일은 아직은 납득되지 않아서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옳소, 현대화요. 현대화를 완성하는데 동무가 앞장서는거야 응당 한거지만 그다음이 문제요. 동무의 몫은 바로 현대화로 내달리는 공장에서 지배인이며 기사장을 비롯한 모든 일군들이 다 자기 직능에 따라 일을 잘하도록 이끌어주는거요. 그들을 발동시키는것이 동무의 임무지 동무 혼자서 주장하고 뒤집어엎는게 아니란 말이요.》
가슴이 띠끔했다.
《내 말뜻을 알겠소?》
《알았습니다.》 저도모르게 선선히 말이 나갔다. 시당책임비서의 말이 더할나위없이 옳았기때문이였다.
《동무가 제기한 문제를 심중히 론의하겠소. 그 사람 문제를 누가 담당했댔는지 알아봅시다. 그리고 말이요, 일만 일이라구 하지 말고 몸을 좀 돌보오, 오늘은 나왔던김에 집에도 들어가보고.》
다심한 시당책임비서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 울려나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더 제기할게 없소?》
《없습니다.》
신형일은 가까스로 대답하고는 일어섰다. 시당청사를 나오는 그의 머리는 무거웠다.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가슴을 치는 경고였다. 그사이 내가 그렇게 독단을 부렸는가? 그런게 어디서 나타났는가. 한창 하고있는 오리호동건설장에서 로력을 떼고 주택문제에 력량을 돌리던 때가 생각났다. 온지 얼마 안되여 결심하는 바람에 벙벙해서 바라보기만 하던 지배인의 모습이 이제야 생각히웠다. 그대신 아빠트건설은 완공을 바라보고 그중 한동은 완성되여 연구사들은 이사를 해서 안착되였는데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숙소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게 아닌가. 가슴속에서는 이런 반발의 목소리가 울렸으나 고개는 쳐들리지 않았다. 사업방법이 걸렸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어 걸음발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