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제 1 장
첫 상면
3
(4)
박순배의 마음은 금시 언짢아졌다.
《공장에 통근차가 원래부터 없는가요?》
《걸린게 통근차뿐이 아니지요. 사실 그전에는 그리 불편을 느끼지 않았는데 통일거리에서 로력을 많이 받으면서…》
박순배는 버릇처럼 한숨을 내쉬며 말끝을 흐리였다.
《이제야 공장로력을 채우재도 그렇고 또 하루종일 힘들게 일한 종업원들의 퇴근길을 보장하자고 해도 그 문제가 절박하지 않습니까?》
박순배는 대답을 못했다. 공장에 걸린 로력문제를 놓고 그렇게까지 심중하게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아니, 언제 그런걸 생각할 사이가 없는 그였다.
《
《그래도 면회조직사업은 해주지 않았는가요. 지금형편에서 그것도 큰거지요.》
박순배는 이번에도 아무 말을 못했다. 방금 왔다는 당비서가 며칠전에 난 사고를 알뿐만 아니라 면회를 조직해준 일까지 알고있으니 갑자기 입이 얼어붙기라도 한것같았다. 도대체 언제 그런걸 다 알았는가.
박순배는 자기의 발길이 어디로 향해지는지도 느끼지 못하고 허겁지겁 따라걸었다. 이제까지 공장에 자기가 있은것이 아니라 당비서가 있은것같았다.
후문앞 아빠트건물이 일떠선 곳에는 숨죽은듯한 정적이 깃들어있었다. 불빛도 없는 속에서 박순배는 당비서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며 아빠트를 오르내리였다. 그래도 안에 들어서니 저 멀리 공장에서 비쳐오는 불빛으로 층계는 가려볼 정도였다.
마지막아빠트안으로 들어서던 당비서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까 두번째로 들렸던 채로 다시 가자고 했다.
되돌아와서 아빠트 2층에 올라서던 당비서가 무엇인가를 결심한듯 이렇게 말했다.
《지배인동지, 살림집건설을 놓고서는 심중한 토론이 있어야 할것같습니다.》
살림집건설이라구? 그야말로 바늘구멍도 구멍이라구 내미는 격이라는 반발이 생겼지만 당비서는 벌써 앞서걷고있었다. 부득이 할 말을 입에 문채 뒤따르지 않을수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정문으로 다시 들어섰다.
박순배는 돌아오는 길에 결원인 초급일군들의 보강문제에 대해서 비쳤다. 일감은 더미로 쌓이는데 초급일군이 없으니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가공직장이 제일 문제였다.
《복안이 있습니까?》
당비서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단백반의 통계원인 조현숙을 점찍고있는데, 이제 차차 알게 되겠지만 그는 무슨 일에서나…》
《아, 단백반 통계원? 알만합니다.》
그의 얼굴에 빙긋 웃음이 어리였다.
《아니, 아십니까?》
박순배는 놀라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그와 이미 아는 사이인가?
《예, 좀 압니다.》
박순배는 아직도 웃음을 거두지 않은 당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종시 깨도가 되지 않았다.
《참, 초급일군들 말이 나왔는데 공장에서 일이 잘되려면 당위원회와 지배인, 기사장이 합심이 잘되여야 합니다. 기사장동무와는 몇년째 일해옵니까?》
《그는 공장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습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파악하는것이 중요한데 지배인동지가 기사장과 구면이고 사업파악도 어지간히 되였겠으니 우리사이에 첫공정은 지나간셈입니다. 내가 문제인데 그거야 지배인동지가 잘 도와주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기사장이 보매 정열이 있고 패기가 있는것같더군요.》
《벌써 만났댔습니까?》 박순배는 다시한번 놀랐다.
《예, 오자마자 만났습니다. 이렇게 공장에서 오래동안 일하셨고 기술에 밝은 지배인동지와 기사장이 있으니 앞으로 일이 잘되리라 봅니다. 참, 조현숙동무가 통계원이라지요? 각 직장 통계원들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녀성부원들을 합하면 몇명이나 됩니까?》
박순배는 갑자기 당비서가 무슨 리유로 묻는지도 모른채 직장과 작업반에 있는 통계원과 사무실의 각 부서에 한명씩 있는 녀성들의 수를 대답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적어넣은 당비서가 잠간 강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지배인동지, 살림집건설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타산을 잘해보십시오. 다 되면 토론해봅시다.》
그루를 박는듯한 당비서의 그 말에 박순배는 말없이 입술을 감빨기만 했다.
《이젠 차학선동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