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회)

제 1 장

첫 상면

3

(2)

 

《그는 한창 일을 잘해오다가 해임되였습니다. 기사장으로서의 사업을 결속짓지도 못한채 말입니다.》

《그러니 년로보장으로 집에 들어간게 아니란 말입니까?》

《예, 그가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받들고 다른 나라에 가서 비육오리종을 들여온 일이 있습니다.》

《그가 직접 들여왔습니까? 그 일이 쉽지 않았겠는데요.》

《그렇지요. 간고하게 들여왔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박순배는 차학선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하며 그때 일을 방불하게 들려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 유럽에서 들여온 그 오리들이 빨리 자라고 무게도 나갔지만 실은 우리 토종이 생활력도 강하고 알을 잘 낳습니다. 단지 45일동안에 나가는 무게가 유럽에서 들여온 종보다 작을따름이였지요. 유럽오리는 무게는 나가는 대신 생활력이 약해서 새끼오리때에 쩍하면 죽었습니다. 별의별 약질을 다했는데도 잘되지 않아 차기사장이 첨가제라는걸 연구했지요. 그런데 그걸 먹은 숱한 오리들이 죽어나가는 큰 사고가 났습니다. 후에야 그가 연구한 첨가제의 특성대로 오리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것을 알게 되였지만 이미 늦었지요.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받들고 들여온 숱한 오리들이 죽었으니 그가 책임을 질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됐구만요.》 당비서의 침울한 목소리였다.

《사실 본인문제도 그렇지만 요새는 아들문제까지 겹쳐서… 참… 사실은 그 로인의 아들이 그 <두단령감>의 손자인데…》

《아니, <두단령감>의 손자가 차학선동지의 아들이라니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당비서가 한껏 놀라 바라보았다.

박순배는 말문이 막혔다. 헝클어진 실꾸리같은 그 집안의 가정사를 얘기하자니 난처해서 두손을 비비적거리기만 했다.

《그럼 그 이야긴 후에 듣기로 하고 이젠 건설장을 좀 봅시다.》

박순배는 당비서의 그 말에 후 하고 긴숨을 내쉬며 오리사건설장이 보이는 왼쪽으로 돌아섰다. 건설장은 전등을 설치하여 구석이 따로없이 환했다. 시내의 공장, 기업소가 맡아서 하는 오리사는 경쟁적으로 일어서고있었다.

마치 한사람이 한형타로 찍어내는것같은 오리호동을 이윽토록 바라보던 당비서가 불쑥 물었다.

《호동건설은 다 지원단위만 하고있습니까?》

《웬걸요, 우리 종업원들도 합니다. 지금은 생산하는 오리가 없으니 종금직장만 내놓고 다 호동건설에 달라붙고있습니다. 우리 종업원들이 맡은 호동은 저기 뒤쪽입니다. 농산직장이 제일 앞서나가고있습니다.》

박순배는 손짓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참, 현대화의 기본계획들이 어떻게 되여있는가요?》

당비서가 어느새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먼저 꼽으면 개건보수해야 할 오리사는 60개 호동, 야외오리사는 자그만치 40개 호동이나 됩니다. 모두 새로 지어야 합니다.》

《60개 호동, 40개 호동…》

당비서가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장건물들을 거의다 새로 지어야 하는데 우선 큰것만 해도 배합먹이직장건설이 제일 문제입니다.》

《배합먹이직장…》

당비서가 혼자말로 뇌이자 박순배는 계속하여 하나하나 꼽아나갔다.

《알깨우기실, 발효 및 단백먹이생산기지 한동, 훈제장 한동, 종합조종소 한동. 그런데 말이 한동이지 여기엔 미생물실험실, 수의약제조실, 분석실, 균보존실, 원격강의실, 과학기술보급실이 꾸려져야 합니다. 그리고 취수뽐프장 한동, 지열에 의한 랭난방화가 세동인데 자그만치 3만평방이 넘지요. 그리고 태양전지를 리용한 정원등설치 26등, 분수식관수 10정보, 공장구내 도로포장, 이게 바로 새로 건설해야 할 대상입니다. 간단치 않지요.》

《예.》

당비서가 여전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적어나갔다.

박순배는 등이 달았다. 이 엄청난 일감을 들으면서도 어쩌면 사람이 놀라지도 않고 저렇게 조용히 감수하기만 할가. 아직 문세를 몰라서 그럴가? 그제야 그는 새삼스레 그를 처음 보기나 한듯 돌아보았다. 확실히 그는 처음 볼 때보다 더 젊어보였다.

《그것만 계획합니까?》

당비서가 이번에도 꼭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만이라니요, 아직 절반도 꼽지 못했는걸요.》

박순배는 슬그머니 약이 올랐다. 제가 아무리 늙은 몸이라고 해도 웬만한 일감앞에서 결코 나약하지 않다는걸 보여주고싶었다.

그는 연방 꼽아나갔다. 건물외벽타일붙이기를 해야 하는데다 알깨우기실, 고기가공직장, 오리털가공장, 단백곤충서식장 및 동물성단백먹이생산기지, 방역대, 종금1, 2직장사무실, 문화회관, 사무청사, 제약작업반, 탁아소, 변전실, 정문꾸리기와 울타리공사, 마지막에는 살림집 50호동에 여섯채의 아빠트까지 완성하는걸 다 꼽으니 숨이 차올랐다.

《참, 공장에 나온 지원단위들이 어느 기관들입니까?》

갑자기 당비서가 화제를 바꾸었다.

박순배는 이번에도 부재공장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을 일일이 꼽고나서 잇달았다.

《그리고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그외에도 먹이에서의 현대화문제를 해결하려 김일성종합대학과 리과대학에서 연구사들이 나왔습니다. 한 50명 됩니다.》

《그들이 어디서 숙식합니까?》

박순배는 당비서가 무슨 일이든 매우 구체적이고 세심하다는것을 느끼자 입을 열기 힘들었다.

《이제까지는 제일먼저 일떠선 알깨우기실에서 하댔는데 오늘부터 설비들이 들어오면 개인집으로 내보내려고 합니다.》

《개인집에요? 아니, 모두 새로 개건하느라 불편하게들 살고있는데 들일만한 집이 몇이나 되는가요?》

《그래도 어쩔수 없습니다.》

박순배는 전에없이 단호하게 자기의 결심을 표명했다. 공장이 현대화를 하고있는데 그만한것쯤은 참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당비서는 새로 와서 이런 고충을 몰라서 그러겠지만 이제 공장실정을 안다면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을게다.

《대학시절 농촌지원 나가서 선전실 아니면 개인집 웃방에 들던 그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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