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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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이튿날 주영호는 무산으로 내려갔다.
석진이 놓은 줄을 타고 주영호가 직접 면담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려던 일부 설비들을 광산에서는 새로 작성한 개건현대화안에 따라 자체의 힘과 기술로 개작하거나 새롭게 제작해내고있었다. 또한 3월5일청년광산에서 북부지구의 어느한 역에 가져다놓은 대형원추형파쇄기를 실어오기 위한 준비사업도 힘있게 벌어지고있었다.
광산에 도착한 주영호는 전반적인 개건현대화실태를 알아보고 그길로 광산참모부에 위치하고있는 일명 현대화돌격대라 부르는 대형원추형파쇄기시운전기술집단을 찾아갔다.
거의 300평방가까이 되는 넓은 방에 들어서니 콤퓨터들에 마주앉아 한창 일을 하고있던 돌격대원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돌격대를 책임진 오십대의 광산기술부기사장이 그를 맞이하였다. 주영호는 앉아 일을 계속하라는 손시늉을 하였다.
상품설명서 비슷한 책자들이 무져있는 커다란 량수책상을 일별하고나서 물었다.
《이건 뭐요?》
《파쇄기동작설명서를 번역하는중입니다.》
그러고보니 콤퓨터건반을 두드리는 돌격대원들의 책상에도 설명서들이 댓권씩 놓여있다.
설명서를 하나 집어들고 훑어보았다. 영문으로 된 얇은 책내용은 태반이 기술용어들이여서 까다로왔다.
《힘들지 않소?》
《사전의 도움을 받으며 하자니 뻐근합니다.》
《전공어종은 뭐였게?》
《로어와 일업니다.》
량수책상을 에돌아 돌격대원들이 일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느 대학을 나왔소?》
그는 웃몸을 솟구는 철색얼굴의 한 돌격대원의 어깨를 눌러앉히였다.
《청진광산금속대학통신을 다녔습니다.》
《외국어는 뭘 소유했소?》
《영어와 중어를 자습했습니다.》
설명서의 임의의 페지를 가리켰다. 돌격대원의 화법은 서둘렀으나 번역은 정확했다.
《음, 괜찮아.》
그는 이런 식으로 한시간가량 대형원추형파쇄기시운전기술집단의 실력과 구성상태를 료해해보았다. 무산광산이 마음먹고 새로 꾸렸다 해도 그 기술집단의 수준이야 어디 가겠는가 하고 생각했던바와는 달리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였다.
돌격대원들중 중앙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태반이 무산광업대학처럼 지방대학의 주간교육을 받았거나 통신과정을 마친 사람들이였다. 했어도 한결같이 외국어실력이 높았을뿐더러 새로 들여오는 첨단기계를 자기 힘으로 정복하고야말겠다는 야심만만한 각오와 청춘의 열정과 패기가 엿보이였다.
《괜찮아, 괜찮소.》
주영호는 누구에게라 할것없이 칭찬하고나서 부기사장이 서있는쪽으로 돌아왔다.
《한데 속도가 뜨오. 힘들겠지만 당기오. 그래야 시운전을 제기일에 보장할수 있소. 뭘 제기할거 있으면 하오.》
《중앙지휘부에서랑 련합당에서 관심을 돌려줘서 제기되는건 특별히 없습니다. 그런데 부총리동지, 우린 자기 속도로 나가고있습니다.》
주영호는 의아한 눈길로 부기사장을 주시하였다.
《부장동지가 며칠전에 제게 이 설명서들을 주면서 너무 급히 하지 않아도 된다며 파쇄기시운전부담을 무산에 크게 주지 않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 우린 중앙지휘부에서 다른 안을 가지고있는가부다 하구 여기에 맞춰서 모든 일정계획을 짜놓았댔습니다.》
그가 말하는 《부장동지》란 무산광산개건현대화중앙지휘부의 책임일군을 말한다.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련합당책임비서동문 다른 의견을 가지고있던데. 책임비서동무는 뭐라고 하오?》
《출장중이여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 그렇지, 흥남에 있지. 회의 끝나지 않은 모양이군.》
송수화기를 끄당겨들어 교환을 찾아 중앙지휘부에 대게 하였다. 교환수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점심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그가 사무실에 붙어있을리 만무하였다.
참모부청사를 떠나 파쇄장으로 가는 길에 주영호는 인차장대기실을 개조하는 건설장에서 례의 일군의 얼굴을 띠여보았다. (무산광산을 찾으시였던
가까이에 멎어선 주영호의 차를 알아본 일군이 허리를 펴며 들고있던 삽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 인사말이 오간 뒤에 광산부기사장과 나눈 대화에서 의문되는것을 알아보았다.
《거 파쇄기시운전부담을 무산에 주지 않겠다는건 무슨 소리요?》
《시간때문입니다. 인차 시운전지도서를 작성하고 그의 요구대로 파쇄기를 움직인다는게 말처럼 어디 쉬운 일입니까.
부총리동지두 아시겠지만 대형원추형파쇄기며 여기에 달려있는 100t기중기는 해당 나라가 이 기계설비의 특허권을 쥐고있는 적대국가의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것입니다. 때문에 모든 작동장치에 까다롭고 복잡한 암호가 채워져있을것입니다. 이걸 광산의 힘으로 풀자면 품이 많이 드는데 우리에게 어디 시간이 있습니까. 그래서 전 대표단을 내보내여 한시바삐 파쇄기시운전에 필요한 전문기술자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내용의 건의서가 부총리동지책상에 놓여있을겁니다.》
《광산현대화돌격대원들과는 토론해봤소?》
《토론해보았습니다.》
《뭐랍데?》
《뭐랄게 있습니까. 실력이 여물지 못해서인지 주저하는 눈치가 헨등하던데요.》
《왜, 이자 만나보니 그래두 해보겠다는 각오는 만만하던데?》
《각오하구 실천하구야 다른게 아닙니까. 새로 들여오는 파쇄기가 어떤 기계라구 그럽니까. 모르면 용감하기마련입니다. 촌사람들이 아닙니까.》
웃으며 하는 이 마지막말이 불쾌하여 그를 치떠보았다.
《그런 말 좀 삼가하오. 동문 뭐 전자기술을 배속에서 가지구나와 오늘처럼 전문일군이 되였소?》
《미안합니다. 부총리동지》
일군은 진심으로 시정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물러서려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와장 하나 아끼다가 대들보를 썩이는 격으로 몇푼 안되는 로력비때문에 시운전을 드틸수야 없지 않습니까. 사실말이지 개건현대화공사를 벌리면서 한켠으로는 정광생산계획을 수행하느라 무산광산이 얼마나 혼나고있습니까. 이런 형편을 봐서라두 빨리 새 파쇄기시운전을 하고 생산에 들어가야 한단 말입니다.》
《동무견해에 일리가 있소. 하지만 좀 두고보기요. 전문기술자들을 외국에서 데려오기 전에 난 여기 일군들과 기술자들을 다 만나보고 결심해야겠소.》
《부총리동지, 시운전과 종합조종계통뿐만 아니라 무산광산개건현대화는 제가 총책임지고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저에게 일임된 문제입니다.》
일군의 어조에는 자기 사업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강조의 뜻이 진하게 깔려있었다. 주영호는 차안에 들어가려다말고 웃몸을 펴며 그에게로 돌아섰다.
《나는 무산광산의 개건현대화를 당앞에 책임진 내각부총리요. 대표단을 데려오는건 급하지 않소. 내 말뜻을 알겠소?》
그의 기상이 하도 엄엄하여 일군은 반론을 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