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1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7 장

대지에 피로 쓴 상소문

4

 

정암수후위장은 그동안에 새로 만들어낸 화살 1 000개를 가지고 장공인 셋과 함께 조계산으로 갈것을 결심하였다.

완기선봉장의 기마대가 관가의 지붕에 충청도의병대와 충청도승병대의 기발을 장히 휘날리다가 조계산으로 떠나간 이후로 왜놈들은 얼씬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 금산에서 벌어질 싸움이 조헌의병대의 최후의 마지막싸움이 되리라는것을 알았다. 그래서 가야 하였다. 한대의 화살이라도 보태고 자기의 한몸이라도 보태서 싸우다가 조헌의병장과 함께 죽고싶었다.

정암수는 뜻밖에 조헌의병장의 불탄 집터앞에서 말을 타고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빈 집터에 절을 하고 돌아서는 두 젊은이에게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이 젊은이들이 조헌의병장과 깊은 인연이 있는것같았기때문이였다.

《젊은이들은 뉘시오? 나는 조헌의병대의 후위장이요.》

《예, 그렇소이까?! 우리들은 조헌의병대를 찾아가는 사람들이오이다.》

두 젊은이는 정암수후위장앞에 굽석굽석 절을 하면서 반가와 어쩔줄 몰라하였다. 이들은 송익필, 송한필형제들이였다.

《나도 조헌의병장을 찾아가는 사람이요. 나와 함께 갑시다.》

《예, 알겠소이다. 형제들, 이분은 조헌의병장님의 후위장이시요. 인사들을 하시오!》

송익필이 벙글벙글 웃으며 말하니 말을 타고있는 젊은이들은 일제히 《안녕하시오이까?》하고 기쁘게 절을 하였다.

정암수도 즐겁게 그들의 절을 받았다.

《고맙소, 젊은이들. 지금 조헌의병대는 금산의 왜적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있을것이요, 시간이 없소. 빨리 그곳으로 가야 하겠소.》

정암수는 자기를 기꺼이 따라나선 젊은이들의 앞장에서 송익필형제와 나란히 말을 달리였다.

《그대들은 어디에서 오는 의병들이요?》

《우리들은 마천령의 <림꺽정의병>들이오이다, 하하하.》

《하하하, 마천령의  <림꺽정의병>이라, 그참 이름 또한 훌륭하군!》

정암수는 기분이 유쾌하여 뒤따르는 젊은이들을 돌아보며 껄껄 웃었다.

《마천령이라면 여기서 2천리인데 그 먼곳에서 조헌의병장님을 찾아온단 말이요?》

《예, 그렇소이다. 우리 형제들은 왜란이 일기 전에 벌써 왜적과 싸울 준비를 해야 된다는 조헌나리님의 말씀을 받았었고 왜란이 일면 자기를 찾아오라는 당부도 받았는데 이렇게 늦었소이다.》하고 송익필은 자기들의 지난 생활과 조헌나리님과 사귀게 된 이야기를 하였다.

하루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갔다. 말들은 달리고 송익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나갔다.

《조헌나리님은 우리에게 화적질은 그만두라, 왜놈들이 우리 나라를 쳐들어올 때가 박두하였다, 너희들은 깊은 산속에서 무술을 익히라, 왜놈들이 쳐들어오면 그놈들을 크게 쳐서 공을 세우라, 그러면 너희들은 노비에서 해방될수 있다, 왜란이 일면 나를 찾아와 함께 싸우자, 너희들의 공을 내가 임금님께 알려서 노비의 멍에를 벗게 해주마 하고 약속하였소이다.》

30여명의 송익필형제의 기마대는 모두 노비들이다. 량반토호들의 턱밑에서 더는 살수가 없어서 도망쳐나온 젊은이들이였다.

그들은 마천령 《림꺽정부대》의 의로운 소문을 듣고 한명, 두명 찾아들었었다.

송익필형제는 그들을 기꺼이 친동기처럼 맞아들이였다.

《형제들, 우리는 노예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사람답게 살길을 찾아야 하오이다.》하고 송익필형제는 조헌나리님이 자기들과 한 굳은 약속을 가슴에서 심장을 꺼내놓듯이 다 털어놓았다.

노비들은 격동되였다. 그들은 마필을 마련해가지고 마천령산발을 누비며 억척같이 무술을 닦아왔었다.

마천령에서 옥천땅까지 오는 길에 앞에 나타나는 왜놈들을 족치느라고 아슬아슬한 사지판을 수없이 넘었다. 그러나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오직 조헌나리님과 함께 왜적을 쳐야 공을 이루고 그 공이 고스란히 임금께 상주되고 그래야 자기들의 한생의 피맺힌 소원을 풀수 있다고 여긴것이였다.

마천령일대에서도 왜놈들을 얼마든지 칠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공을 세웠대야 그곳 상전들의 공으로 되여 그들이나 벼슬품계를 올려받고 더욱 권세를 부리게 해줄뿐 노비들에게는 아무것도 차례지지 않는것이다.

정암수는 송익필의 말을 끝까지 듣고는 깊이 감동되였다.

《참말 잘하였소. 장하오. 우리 힘껏 왜놈을 치자구. 그러나 죽을 각오를 해야 하오. 지금 적은 7 000놈이 넘고 의병대는 700이요. 거기에 이 한몸도 보태서 후날 조헌의 의병대는 7백 하나였다 하고 전해지게 하려고 하오. 하하-》

송익필형제는 정암수후위장의 말에 불쑥 눈물이 나오는것을 참았다.

《아니오이다. 우리 서른사람의 몸도 보태서 7백서른하나라고 해야 하오이다.》

《오, 그래?!》

정암수는 환하게 웃었지만 그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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