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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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굽이를 방금 돈 야전차행렬은 500m가량 직선으로 뻗은 길을 살같이 달리고있었다. 무엇인가 전조등빛에 비쳐오는 형체가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순간적으로 지나쳐버리였으나 길섶에 서있는 승용차가 몹시 눈에 익다고 생각되시였다.

(누구의 차던가?)

그이께서는 마침내 알아내시였다.

(그래, 맞아. 진청색승용차. 저게 황철의 김중건의 차야.)

김정일동지께서는 근년간에 황해제철련합기업소를 다녀오신 뒤 생산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는 기업소의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잊혀지지 않으시여 해당부문 일군들을 불러 황철의 로동계급과 기술자, 일군들에게 높은 국가수훈과 표창을 주도록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황철지배인에게는 훈장보다 차를 바꿔줘야 하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이요, 이때까지는 달렸다면 이제부터는 날아다녀야 돼 라고 하시며 자신께서 직접 좋은 차를 골라 배려해주시였었다.

(그러고보면 그옆에 서있는 사람이 분명 김중건이같군. 어디 갔다오는 길인가? 차는 왜 로상에 세워놓았을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운전사옆좌석에 앉은 책임부관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방금 길섶에 세워놓은 차를 봤소?》

《봤습니다.》

《그게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지배인 김중건동무의 차요. 식사나 제대로 하구 다니는지 모르겠구만.

내 북진기계련합기업소에 잠간 다녀오겠으니 동무는 숙소에 지배인을 데리고가서 식사랑 시키고 휴식하면서 기다리오. 내 중건지배인을 만나봐야겠소.》

《알았습니다.》

 

×

 

문기척소리가 나고 문지방에 김중건이 나타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어서 오라고 부르시였다.

그런데 김중건은 못박힌듯이 서있기만 하는것이였다. 이밤 중건은 갑자기 받아안게 된 기쁨과 영광이 믿어지지 않아 자기가 혹시 꿈을 꾸고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 사로잡혀있었다. 하여 그는 자기를 데려온 책임부관이 불밝은 식사칸에 안내하여 식탁에 앉혀줄 때에도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도 줄곧 어리뻥해있기만 하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를 뵈옵는 순간 이밤의 행운이 꿈이 아니라 생시라는것을 인정하였고 그다음에는 오열이 터져나왔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황철에 다녀가신 뒤보다 더 수척해지신 장군님의 신색, 자신의 신상을 잊으신채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맞아주시는 어버이장군님.

김중건은 인사말씀을 먼저 올려야 한다는것도 잊고, 자기의 언행이 무엄하다는것도 감각하지 못하고 그이의 손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꺽꺽 막히는 목소리로 절절하게 아뢰였다.

장군님, 어째서 이렇게… 산소열법은 해내겠으니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젠 쉬염쉬염… 장군님…》

《일어나라구, 응. 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중건의 어깨를 어루만지시며 련민에 젖어 뇌이시였다. 기울어져가던 기업소를 일궈세우느라 무던히도 신고를 했다는것이 느껴지시였다. 얼굴피부가 거칠었고 눈에는 피발이 서있었다.

《난 요즘 황철이 제구실을 하는걸 들으니 기분이 좋아.》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르시였다.

《됐어. 이젠 일어나라구. 자, 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중건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시였다.

《그래 무슨 일때문에 깊은 밤중까지 다니나?》

눈물을 훔치고나서 김중건은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애쓰며 사연을 말씀올리였다.

《중건지배인이 사람을 잘 모르는구만. 그 락원지배인이라는 사람이 원래 그래.》

김정일동지께서는 중건을 롱담조로 나무라시였다.

《옳습니다, 장군님. 평시에 락원지배인동지하구는 가까운 관계에 있었고 제 말로도 도와주겠노라고 해서 철석같이 믿었는데 정작 달라니까 완전히 아닌보살입니다.》

《중건이, 그 락원지배인이 어떤 사람인줄 알아? 하늘소뒤발통같은 고집쟁이에 형편없는 구두쇠요. 나도 산소분리기가 필요하면 그 사람한테 낮추 붙어야 하는 판인데 동무가 가서 해결한다? 어림없는 일이지.》

그이께서 자기의 역성을 드시자 김중건은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열이 나 말씀을 드리였다.

《전 산소분리기를 통채로 달라는것도 아니고 약간의 부분품과 설비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구실 저 구실을 대며 자기네만 살 궁리를 합니다.

그래도 전 락원기계련합기업소(당시)를 생각해서 락원이 이번 분기에 제기한 각강과 강재를 전량 풀어주자고 결심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 50% 뚝 자르겠습니다. 그것도 애를 단단히 먹이면서 주겠습니다. 락원에 주철직장인지 하는게 있으니까 대책을 세울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흐뭇해나시였다.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 생산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고있다는것을 매일 보고받으시는 그이이시였지만 정작 황철의 주인인 김중건의 입에서 배를 튕기는 말을 들으시니 기쁘기만 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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