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5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6 장

윤선각관찰사의 군령

7

(2)

 

관찰사의 방에는 어떤 젊고 고운 녀자 하나가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며 《아이, 이제야 오시나이까?》하고 방글방글 웃었다. 그는 란숙이라는 기생이다.

《거기는 웬 녀자인데 관찰사의 방에 들어와있는가?》

안세희는 녀자들을 끌어들이는 윤선각이가 더욱 미워서 엄하게 물었다.

꽃처럼 방글방글 웃던 란숙이 윤선각이 아니고 낯선 사람을 보자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소녀는 관찰사님을 잠간 뵈올 일이 있어서…》

《그렇다면 밖에서 기다려야지 빈방에 돌입할수 있는가?》

《아이참, 돌입이라뇨?! 호호호, 관찰사님은 자기가 혹 방을 비워도 들어와 기다리라고 하셨던거랍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서 만나보시오.》

안세희는 벼락맞은 나무처럼 서있는 윤선각을 가리켜주었다.

란숙은 윤선각을 그제야 알아보고 호호 웃었다.

《아이구나, 관찰사님께서 광대놀음을 곧잘하시는군요. 그렇게 하졸복장을 하면 소녀가 몰라볼줄 아시오이까. 호호호.》

란숙은 윤선각이 파직되였다는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기에 이같이 재미나는 광대놀음에 고운 허리를 그러안고 웃었다.

안세희는 호들갑스럽게 놀아나는 녀자를 더는 볼수 없었다.

《윤선각은 파직되여 하말군사로 떨어졌다. 그리 알고 이 자리에서 썩 나가거라.》

란숙은 깜짝 놀라 뒤로 흠칫 물러섰다가 윤선각의 앞으로 달려나가 그의 팔을 잡아흔들었다.

《관찰사님, 그게 정말이오이까? 예? 어서 말씀하시오이다.》

윤선각은 란숙이를 마주보지 못하고 얼굴이 흙빛이 되여 고개를 끄덕이였다.

란숙은 천길나락으로 떨어져내린듯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안세희는 자기를 보좌하는 군관을 시켜 이 녀자를 끌어내서 집으로 돌려보내도록 하였다.

윤선각은 부대를 인계하면서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금산의 왜적을 치기 위해 전 부대가 오늘 저녁 진악산으로 떠날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떨구었는데…》 하고 말끝을 어물어물해버렸다.

안세희는 전 부대를 통솔하게 된 중군장에게 그런 지시를 받았는가고 물었다.

《예. 어제 받았습니다.》

중군장은 이렇게 대답하고 윤선각을 바라보았다.

《관찰사님, 우리 관군이 조헌의병대와 련합하여 금산의 적을 친다고 하였는데 의병들에게도 군령을 내렸소이까?》

《그렇소.》

윤선각은 혀아래 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의병들에게는 언제까지 진악산에 도착하라고 하였소?》

안세희가 엄하게 묻는 말이였다.

《27일까지… 진악…산…에…》

《금산의 진악산은 여기서 500리길인데 어떻게 그 먼길을 가낼수 있소?》

《저… 그들에게는… 이미… 22일에 군령을 떨구었소이다.》

안세희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순간 그의 두눈에 번개불이 번쩍이고 입에서는 뢰성이 터져나왔다.

《당신은 조헌의병대를 사흘전에 먼저 떠나보내고 관군은 오늘 이 시각까지도 눌러놓았소. 윤선각, 당신은 700명밖에 안되는 조헌의병대를 수천의 적앞에 내놓아 당신이 지금껏 없애버리지 못한 의병들을 왜놈의 손으로 전멸시키려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였소. 당신은 목을 내대야 할 흉악한 죄를 저질렀소. 중군장!》

전부대를 통솔할 임무를 받은 중군장은 《예이-》하고 한발 나섰다.

《중군장은 2만의 군사를 총지휘하고 이제 당장 진악산으로 출발하시오. 나는 이제 곧 진악산으로 먼저 달려가서 조헌의병들이 7 000이나 되는 왜적과 싸워 전멸되지 않도록 관군이 올 때까지 대적치 않도록 하겠소.

중군장, 늦어도 28일까지는 진악산에 도착하시오. 전 관찰사 윤선각을 부대의 앞장에 내세우시오. 짐을 지워서 제발로 걷게 하시오.》

《알았소이다.》

중군장이 힘차게 대답하였다.

안세희는 자기의 호위군관들을 데리고 질풍같이 말을 몰아 진악산으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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