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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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에 도착한 그 바람으로 림성남은 먼저 초고전력전기로설계에서 주역을 담당했던 리재경설계기사를 만났다.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안면을 익혀 너나들이하는 사이였다. 산소열법용광로설계와 관련된 토론을 끝내고나서 초고전력전기로조업에 기여한 강선의 기술자들이며 로동자들의 공로를 루루이 치사하는데로 화제를 돌렸는데 뜻밖에 리재경은 이런 말을 하는것이였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 배전공체네가 참, 동무두 알겠지? 초고전력전기로조업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유명해진 우리 기업소 1강철직장 1호전기로 배전공동무 말이요. 속틀린 사람들이 그애가 소경 문고리잡는 격으로 로를 조업시켰다고들 하는데 그게 아니지. 어린 그 체네의 조작법은 로동현장에 첫발을 들여놓은 그날부터 야간대학이랑 다니며 직심스레 기술을 파고들었던 노력과 열정이 낳은 결정체요. 뚝심인게 아니라 과학기술의 응당한 귀결이란 말이네. 지혜는 뚝심에서 나오지 않지.》

기업소에 돌아와 황철의 산소열법용광로설계집단을 놓고 심각한 분석을 해본 림성남은 손맥이 풀리였다. 주창자가 없는 집단, 그나마 실력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설계집단, 여기에 산소열법용광로건설을 총책임진 주인공인 지배인은 이런 문제에 대책할념은 안하고 그저 설계 독촉뿐이다. 가만 보니 지배인은 기업소설계집단의 힘같은것은 외눈으로도 보지 않는것같다.

성남은 함승일이를 입에 올리자 아닌게아니라 인상이 달라지는 지배인의 기색을 띠여보며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는것을 확신할수 있었다. 왜 그럴가?

《승일이? 흠-》

김중건은 난생처음으로 성남이를 맞갖지 않게 대하였다.

《아바인 그래 그 말을 하자구 아까부터 재댔나요? 난 모르겠수다. 황철이 싫다구 달아난지 어느 고망년때라구.》

김중건도 성남아바이 못지 않게 승일을 데려오고싶었다. 그러나 어쩐지 그를 쉽게 용납하고싶지 않아 비뚤어진 말만 하였다. 어쨌든 김중건을 지독하게도 타매하고 떠나간 사람인것이다.

《전활 했댔다면서요?》

《그랬지.》

《뭐라던가요?》

《썩 좋은 대답은 안하더군.》

림성남이 침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거 보십시오.》

김중건은 안타까왔다.

《아바이, 내겐 당장 설계도 설계거니와 산소열법용광로와 산소분리기를 환원복구하는데 필요한 설비, 자재가 급선무입니다. 이게 선행되여야 설계도 론의할수 있지 않습니까.

하여간 알았습니다. 승일동무가 싫다니 다른 대책을 세웁시다. 뭐 그렇다구 문제될건 없습니다. 그 사람 아니라도 우린 설계를 할수 있으니까요. 내 따루 생각해둔게 있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하지만 승일동무는…》

《아, 글쎄 대책을 세운다니까요.》

김중건은 짜증이 다분한 어조로 대꾸하고나서 그만하자는 뜻으로 손을 저었다.

《내 지금 락원기계련합기업소(당시)에 가는 길에 평양에 들리자구 작정한건 바로 그 문제때문이란 말입니다.》

김중건은 후사경으로 멀어져가는 성남을 흘낏 쳐다보고나서 속이 언짢아 중얼거렸다.

(함승일이를 데려온다구? 음-)

신석진의 일로 서먹해진 그들사이가 완전히 버그러지기 시작한것은 구체적으로는 산소열법용광로문제때문이라고 할수 있었다.

시험로적인 성공이후 황철의 조건은 더욱 어려워졌다. 원료, 연료는 물론이고 전기마저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여 생산직장들이 헐썩거리며 겨우 돌아가고있었으니 산소열법의 공업화도입은 더 말할 여지조차 없었다. 여기에 대형산소분리기의 부분품들이 일군들의 묵인과 무관심속에 하나둘 어데론가 실려가고있었다.

이러한 때 기술발전과 책임설계원인 승일이 김중건이를 찾아왔었는데 화제는 산소열법의 전망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시작되였다. 그런데 난 중건동무가 왜 눈을 뜨고 뻔히 보면서도 침묵을 지키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을 발화로 서로간에 언성이 높아지였으며 나중에 산소열법이 당장 필요치 않다는데 책임설계원인 나 역시 황철에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그의 격한 음성으로 끝나버렸다.

이어 함승일이 문을 차고 나가버렸고 또 그로부터 한달가량 지나서 김중건의 책상우에는 그의 사직서가 놓이였다. 리유는 오래동안 앓고있던 간질환이 수습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장기치료를 받아야 한다는것이였다.

김중건이 그를 찾아가 기업소가 대책을 세우겠으니 함께 일하자고 몇번이나 설복하였지만 요지부동이였다. 고향인 장연에 가서 안해와 누이의 간호를 받으며 치료를 하기로 집안식구들끼리 토론을 했다는것이였다.

(함승일이 그 사람 10평방식으로 개조한 산소열법설계도면을 끝내 내놓지 않고 가버렸지.)

김중건은 심기가 불편하여 입속으로 중얼거리였다.

5평방시험로조업과정에 설계를 놓고 그와 언쟁을 많이도 했고 얼굴은 또 좀 적게 붉히였는가. 김중건은 솔직히 승일의 실력은 인정하고있었지만 그의 성미만은 정말 싫었고 불쾌하였다. 함께 설계원을 할 때에는 몰랐는데 직무가 하나둘 높아지고 부기사장사업을 해보니 함승일의 성미가 퍼그나 불편하게 느껴지는것이였다. 상대가 누구이든 어떤 장소이든 자기가 옳다고 생각되면 직방치기로 들이대는 모가 나고 불같은 그 성미때문에 김중건은 사람들앞에서 난처한 처지에 빠진적이 결코 한두번이 아니였다. 김중건은 설계원시절의 지우여서 그가 《허물을 제끼고》 그런 언행을 할것이라는 리해를 애써 가져보려 하였다. 다른 한켠으로는 김병팔지배인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니 혹시 그를 등대고 그러지 않을가 하고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사람들 특히 일군들의 말을 듣자니 김중건이 승일이를 불쾌하게 여기는것처럼 그들도 똑같은 감정을 품고있는것이였다. 아니, 김중건이보다 더했다고 말할수 있었다.

언제 봐야 지성인답지 않게 거칠고 자기 주장이 조금이라도 관철되지 않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언쟁을 걸며 좌충우돌하는 사람, 남에게 곁을 주지 않고 제 속은 잔뜩 꿍져두고있는 사람, 기술적문제에서 자기 말은 후에 꺼내고 항상 남들의 견해를 먼저 중떠보는 사람, 생활에서도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사결과 조퇴가 많은 복잡한 사람. 하여튼 함승일이에게는 이러루한 좋지 못한 뒤평이 늘 따라다니였다.

초기 김중건은 인재의 뒤에는 그가 가지고있는 실력의 높이만큼 시기와 질투, 험담이 따르는 모양인거라고 아량있게 귀등으로 흘려넘기였다.

그런데 산소열법시험로건설과정에 그리고 정작 기업소의 조치로 당분간 10평방식도입이 늦추어진 오늘에 와서 기사장도 아닌 부기사장 자기에게 책임을 물으며 거칠게 나오는것을 보니 이전에 듣고 체험한 그것이 정평으로 되살아나는것이였다.

더우기 함승일이 송림을 떠나 다른 곳으로 아주 이사한다는것을 듣고 도면을 넘겨받으려 했으나 찾아간 사람을 문전거절하고 그냥 떠나가버린 이것이 김중건이로 하여금 승일의 인간됨에 분노감을 충분히 가지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런데도 성남아바이는 함승일이에게 미련을 가져도 크게 가지고있는가, 5평방식도입과정에 그의 성격때문에 애를 많이 먹은 아바이가. 김중건은 갑자기 그가 측은해났다. 아까 헤여질 때 너무 무정하게 말한것도 상당히 미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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