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제 2 장
12
(1)
《야- 아깝다.》
중건의 곁에 서있던 림성남이 입을 연신 다시며 혀를 찬다. 청년선제직장에서 얼마 못미처 송림항구역이 있었는데 지금 여기서는 1t짜리 푸른 지대에 포장한 석탄을 기중기로 연방 쌓아올리고있었다. 신석진이 수출허가를 곧 받는다고 하면서 먼저 끌어들이는 석탄이였다. 다섯대의 기중기와 열서너대가 넘는 지게차가 쉴새없이 오가고있었다. 야적장입구에도 20t짜리 대형차들이 주런이 서서 차례를 기다려 부르릉거리고있었다.
김중건이도 성남이와 같은 심정이였다. 수출하려는 석탄이라면 회분이 적고 발열량 또한 간단치 않겠는데 저걸 연료야적장에 가득 비축해놓고 산소열법용광로에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배인동무 나왔소?》
벽돌색안전모에 마치 류행복처럼 보이는 연회색작업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신석진이 반색하며 다가온다. 그는 안전모를 벗어들고 언제한번 써본적이 없는 하얀 손가락로동장갑으로 닦았다. 그러던 석진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제 소리를 꺼내는것이였다.
《이전보다 배가 크지요? 후- 글쎄 대방들이 어찌나 코를 높이는지. 전번에 가니까 자기네 항이 이제는 국제화물항으로 이름이 나게 되여 2 000~3 000t급선박들은 받지 않는다는구만. 그러니까 우리도 그에 맞게 선단을 무어가지고 들어와달라는거요. 1만t급배만 받겠다는거겠소. 그냥 뻗치는걸 얼려가지고 5 000t급으로 합의를 이끌어냈지요. 그런데 와서 보니 큰 배들은 다 나가돌아다니니 국내에 5 000t급으로 선단을 무을만 한게 있더라구. 이래저래 수를 써서 겨우 하나 무었지요. 우린 이번 항차에…》
《어데 석탄이요?》
김중건은 석진의 치적자랑을 귀등으로 흘려넘기며 다음말을 잘랐다.
《응, 2. 8직동과 룡창탄광거요.》
중건은 신음소리같은것을 내뿜었다. 2. 8이나 룡창탄은 산소열법용광로가 선 다음 먹일 석탄으로 중건이 미리 점찍어놓고있었다. 김중건은 상선되는 석탄 한지대, 한지대가 살점이 떨어져나가는것처럼 아파났다.
신석진이 그런데 어떻게 여기 걸음을 다했는가고 말을 건넨다.
《우리야 부지값에 지배인동무가 요구하는 도로값도 섭섭치 않게 다 지불하고있지 않소. 아직 뭐가 모자라오?》
《선단이 출항하면 늘 가끔 물우에 기름방울이 떠있던데 배에서 기름이 류출되지 않도록 해주오. 황철앞의 대동강수질이 변함없는건 우리 로동계급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있소. 내 말 허투루 듣지 마오.》
《아, 알겠소, 알겠소. 지나가다 들렸는가 했더니 그때문이요?》
신석진은 짜증이 나는듯 손을 저었다. 그리고는 자리를 뜨며 중얼거리는것이였다.
《결국엔 우리 등깝질 벗기러 왔군. 황깍쟁이본성이야 어디 가겠나.》
중건은 허거프게 웃었다. 저 사람도 그 별명을 어디서 귀동냥해들은 모양이군. 그러라지.
김중건은 성남에게 가자는 뜻으로 손사래를 앞으로 저었다.
참모부청사부근의 영양제식당앞에는 여러대의 《승리58》자동차가 서있었는데 그 주위에서 청년들이 왁작거리며 짐을 싣고있었다. 진주모래(산소분리기의 측랭기에 넣을 보랭제)를 채취하러 금포로 떠나는 청년돌격대원들이였다.
차를 세운 중건은 그리로 다가갔다. 말리는 청년들을 제지시킨 김중건은 웃동을 벗어제끼고 그들과 함께 쌀마대며 간장통, 천막, 부식물, 소금포대 등속들을 져날랐다. 창고안에서 뒤짐을 지고 경리과장에게서 출고된 물자량을 청취하던 후방부지배인이 중건의 얼굴을 띠여보고 자기도 웃동을 벗는것이였다.
《부지배인동무, 기름이 저게 답니까?》
작업을 마치고나서 땀돋은 이마를 손수건으로 훔치며 김중건이 기름이 반쯤 담긴 100ℓ들이통을 가리켰다. 며칠전에 있은 련합당집행위원회에서는 청년돌격대에 보낼 후방물자를 품목별로 들어가며 토론했는데 먹는 기름수량은 특별히 많이 정했었다.
예순이 넘었어도 곱살하게 나이먹어 주름살 한점 보이지 않는 후방부지배인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지배인동무, 그건 생각이 있어 그랬습니다.》
《?》
《녀석들이 한창때니까 한꺼번에 보내주면 한달식량 한끼에 조기는격이 될가봐 그럽니다.》
김중건은 다른 구실이 나오면 아프게 지적해주려던것을 거두었다.
《다 보냅시다. 쌀이나 부식물이랑 가뜩이나 변변치 못하게 보내는데 기름이라도 듬뿍 쳐서 급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꺼번에 먹으면 뭐랍니까. 그럼 또 마련해서 보냅시다.》
창고에서 두개의 먹는 기름도람이 둘둘 굴러나와 적재함에 실린다.
이깔나무처럼 키가 쭉 빠지고 상고머리를 한 청년돌격대 대장이 웃저고리단추를 채우며 돌격대원들에게 모이라고 지시한다. 대렬을 짓고 떠나겠다는 보고를 정식으로 할 작정인것같았다.
《다 이리들 오라구.》
김중건은 돌격대장의 팔을 잡으며 대원들을 불렀다. 하나하나 손들을 잡아주고 격려와 고무를 해주느라니 마음이 젖어든다. 이제 이들은 금포의 바다물속에서 간단치 않은 량의 진주모래를 채취해내야 한다, 그것도 정해진 시일내에. 청춘의 열기와 랑만은 엿보이되 너무나도 애어린 이들.
대원들의 평균나이는 22살이였는데 이들속에는 김중건의 조카인 막내 녀동생의 외아들 진명이 있는가 하면 성남설계실장의 맏손자도 있다.
중건은 련합기업소에서 일하는 조카를 돌격대에 내보내라고 일렀을 때 《오빤 너무해요. 그게 그리 중요한 일이면 재명(김중건의 아들)인 왜 안내보내요? 내 아들은 제 자식이 아니라는거지요? 싫어요, 안돼요, 그앤 신체가 허약해서 그런데 나가면 못견뎌요.》라고 하며 거의나 행악질에 가까운 칭원을 하던 녀동생의 눈물젖은 얼굴이 상기되였다. 물론 김중건은 《재명이두 대학을 졸업하면 황철에 와. 그러니 걱정말구 진명일 무조건 내보내거라.》 하고 엄하게 눌러놓았지만 마음 한구석은 편치 않았다.
김중건은 진명의 손을 잡고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조카의 손을 놓은 중건은 돌격대원들에게 그저 이런 부탁밖에 할수 없었다.
《동무네가 어떻게 일을 하는가에 따라 산소열법용광로의 운명이 달려있소. 잘해주오. 내 자주 나가보지.》
몇분후에 돌격대원들을 태운 자동차행렬이 당위원회청사쪽으로 떠났다. 거기서 그들은 당위원회일군들과 돌격대원가족들, 그들이 속해있던 직장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목적지로 출발하게 되여있다. 자동차들이 금시 도착했는지 힘찬 방송원의 목소리며 기동선동대의 나팔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김중건은 크게 들이그은 숨을 길게 내쉬며 차문을 열었다.
《이보라구, 지배인.》
김중건은 차문을 도로 닫으며 성남에게 몸을 돌렸다.
《이자 보니까 아바인 왜 아까부터 날 따라다니우?》
성남의 얼굴에 노여움이 내비친다.
《따라다니기야 무슨. 산열설계토론을 하다 그만두구 가면서 토론하자며 차에 타라고 하질 않았소.》
김중건은 그제야 기억났다. 청년선제직장의 앞마당에서 토론하다가 떠날 시간이 되였다는 운전사의 말에 자기가 꽃핀동어귀까지 가느라면 토론이 끝나겠다는 생각에 《타십시오, 아바이.》라고 했던것이다.
《그래서 요는 뭡니까?》
《설계주창자가 있어야 한다는거요. 부분설계는 대체로 할수 있는데 이것을 종합해서 하나의 총설계로 완성하는게 문제라 그거지요.》
《…》
《이보, 지배인.》
림성남이 진지하게 부르며 중건에게 청하였다. 이쯤되면 그들사이는 지배인과 설계원이 아니라 이전에 김중건이 송림공대를 졸업하고 기술발전과 기술원을 할 때의 첫 스승인 림성남과의 관계로 돌아간다는것을 의미하였다.
《함승일동무를 데려오자구, 응? 용광로설계가 될 때까지 림시로라도 말이요.》
김중건이에게 이런 곡진한 조언을 주는데는 까닭이 있었다. 보름전에 강선제강소에 출장을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기때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