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3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6 장

윤선각관찰사의 군령

6

(3)

 

조헌의병장은 의병대의 위장들에게 윤선각의 군령을 전달하였다.

《우리 의병대는 7백이고 적은 7천이요, 그래서 관찰사는 2만의 관군이 우리와 함께 싸우도록 하였소. 그렇게 되면 왜적은 우리의 력량보다 1만 3천이 더 적소. 또 아군은 제 나라, 제 땅에서 싸우는것이요. 제 나라 산과 들이 우리의 힘을 북돋아줄것이요. 임금을 호위함에는 멀고 가까운곳을 가리지 말아야 하오. 주욕신사라고 임금이 욕을 당할 때는 신하가 죽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맙시다.》

의병대와 함께 싸우게 된 2만의 관군이 윤선각의 관군이라는것을 알게 된 의병들은 모두 손맥이 풀리였다.

《오늘은 22일이요. 래일 새벽에 떠나야 하오. 그래야 군령대로 27일까지 연곤평의 진악산에 갈수 있소. 오늘중으로 만단준비를 끝내시오. 나는 곧 령규승병장에게 윤선각의 명령을 전하고 우리가 연곤평의 진악산에 간다고 통보하겠소.》

령규승병대는 갈밭 서쪽기슭에 진을 치고 싸움준비를 하고있었다.

령규승병장은 조헌의병장이 내놓은 윤선각의 명령서를 보더니 잠시 눈을 감고 두손을 합장하였다.

《나무아미타불… 소승은 의병장님이 그곳으로 가면 안될줄로 아오이다. 윤선각은 반드시 의병대가 수천의 왜적에게 포위되여 몰살된 뒤에야 그곳으로 갈지 말지 하오이다.》

조헌의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럴수도 있습니다. 소신도 그런 예감이 드오이다. 하오나 군령은 법이 아니오이까.》

령규승병장은 군령이란말이 나오자 묵묵히 념주알만 하나하나 세여나가다가 석가여래의 계시를 받은듯이 눈을 번쩍 떴다.

《잘못된 군령은 바로잡아야 하오이다. 소승은 관찰사영이 있는 내포로 가서 윤선각이 의병대를 해친 죄상을 규탄하고 2만의 관군으로 금산의 적 7 000은 능히 이길수 있는데 임금을 호위하러 갈 준비를 하고있는 의병대를 멈춰세우는 목적이 무엇인가 까밝혀보리다.》

그는 우뚝 일어나 자기의 비장 상당사의 주지 원소를 불러들이였다.

《원소대사는 곧 날랜 군사 두사람을 나에게 붙여주고 내가 며칠간 내포에 갔다올 동안 부대를 맡아주시오.》

비장은 와뜰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승병장님이 무슨 일로 내포에 다녀오실 의향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절대로 안될 말씀이오이다. 내포라면 여기서 300리인데 년세가 있는 몸으로 며칠간에 다녀올수도 없으시고 왜적이 출몰할수도 있는 지역을 거쳐야 하므로 위험하오이다.》

《비장은 군령을 무엇으로 아는가.》

《승병장님이 군령을 써서 소승의 목을 치고 가옵소서. 그러면 승병들이 다 흩어져 제각기 자기들의 절간으로 갈것이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왜적을 치겠다고 맹세하고 나섰던 불도들이 그럴수 있는가?》

령규승병장은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쩌렁쩌렁 꾸짖었다.

《우리 승병들은 승병장님을 살아있는 미륵불처럼 믿고있소이다. 승병장님의 명령을 목숨으로 여기면서 모두 따르고있소이다. 승병장님이 없으면 승병들도 없소이다.》

조헌의병장은 원소비장의 말에 감동을 금치 못하였다. 승병대가 지금껏 왜놈들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이긴것은 승병장과 승병들이 한몸이 된 까닭이였다. 이 승병대야말로 력사에 길이 남아 전해질것이다.

《승병장님, 승병장님이 우리 의병대를 위해주는 그 마음을 잘 알았소이다. 하오나 위험한 길을 떠나시는것은 가당치 않소이다. 승병장님이 계시면 승병이 있고 승병장이 없으면 승병이 없소이다. 비장스님의 말씀대로 하시기를 바라오이다.

우리 의병대는 군령을 받은 당사자라 래일 새벽에 떠나겠소이다. 관찰사의 군령을 어길수 없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왜적이 금산으로부터 충청도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의병의 기발을 내든 우리가 병력이 작다고 왜적을 막지 않으면 누가 막으리까. 우리는 군령대로 27일까지 진악산에 진을 치고 윤선각의 관군을 기다리겠소이다. 그러나 적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또 우리의 력량이 약소하다는것을 알고 달려들어 피치 못할 정황이 생기면 그때에는 왜놈들을 맞받아칠수밖에 없소이다.

우리 의병들이 죽음을 각오하면 왜적에게 큰 타격을 줄수 있소이다. 왜적의 예상을 뒤집어놓는 계책을 써서 적을 치면 더 큰 타격을 줄수 있지 않겠소이까. 그렇게 힘껏 싸우다가 우리 비록 죽는다해도 그 죽음이 헛되지 않으리다.》

령규승병장은 옥이 부서져도 빛을 잃지 않고 참대가 불에 타도 곧음을 잃지 않는것처럼 죽어도 변치 않을 조헌의병장의 충의지조에 무한히 감복되여 눈물이 불쑥 솟았다.

(아아 미륵불이시여, 전세와 현세, 래세에도 다시 없을 이 나라의 애국충신이 여기에 계시나이다. 평시에도 제 머리를 대궐주추돌에 짓쪼아 나라를 위해 죽으려고 하였고 이 란시에도 제몸을 다 바쳐 왜적을 막으면서 나라를 위해 죽으려 하나이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이 충신을 구원하여주시옵소서. 어찌 이런 충신이 수천의 적과 홀로 싸워죽게 하리오리까.)

령규승병장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장삼소매로 눌러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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