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1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6 장
윤선각관찰사의 군령
6
(1)
조헌의병대는 임금을 호위하러 갈 준비를 다그치느라고 하루해가 어떻게 뜨고지는지 알수 없도록 부글부글 끓었다.
군량미를 마련하는것이 가장 큰일이였다.
조헌의병장은 아산고을주변의 여러 고을들과 마을마다에 의병들을 몇명씩 조를 무어 내보내였다. 했더니 생각보다는 많은 군량미를 구해들이였다. 각지의 백성들과 선비들이 청주성을 해방한 의병이라면 먹던 밥도 갈라주어야 한다고 지성껏 도와나섰던것이다.
설향이도 삼녀, 옥섬이와 함께 군량미를 한말씩 지고 진영으로 돌아왔다.
조헌의병장은 누구보다도 며느리 설향이가 대견스럽고 기특하였다. 방안에 피던 꽃이 찬바람, 비바람 이겨내는 들꽃처럼 시련속에 몸을 내맡기는것이다.
조헌의병장은 환히 웃으며 설향의 어깨에서 쌀자루를 받아 내리워주었다.
《에쿠, 무겁구나. 힘들었겠다. 너희들은 어디까지 갔다가 이렇게 많은 쌀을 구하였느냐?》
《예, 관가고을이 멀리 보이는 주변마을 서너곳을 돌아왔나이다.》
설향이 자랑스러운듯 빙그레 웃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었다.
《백성들도 식량이 어려울텐데 참말 용케도 얻어왔고나.》
《
삼녀도 방긋이 웃으며 한마디 하였다.
《그렇사오이다. 다른 지방백성들도 다 그렇지만 이곳 백성들이 더 지극한것같소이다.》
조헌의병장은 만족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랬을것이다. 이 고을에 나라를 사랑하는 백옥같은 애국지성과 송죽같은 충의지심으로 백성들을 가르친 관장이 계셨더란다. 그분이 누구인가 하면 며늘애야, 너의 먼 외할아버지벌이 되시는 토정 리지함선생님이였다.》
《네?! 그렇사오니까?》
설향이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확 타오르는 두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자기의 본가집아버지를 규탄하였지만 먼 외할아버지에 대하여서는
이처럼 훌륭한분으로 추억해주는 시
자기들의 혼례를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하셨다가 먼 외할머니벌 되는분이 찾아가서야 응하신 리유도 리지함할아버지와의 의리를 중히 여기신데 있었구나 하고 설향이는 큰 충격을 받고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
《그랬겠지. 그때는 어렸을 때이니까… 그분은 청렴고결하기가 빙옥같았니라, 고을의 관장이 청렴결백하고 공정하면 고을백성들은 살기가 좋아지고 살기가 좋으면 나라를 받드는 마음도 그만큼 커지기마련이지.
너의 외할아버지벌이 되시는 토정선생의 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라를 받드는 마음과 힘을 키워내셨다는 말이다. 그런즉 그분은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와 함께 왜놈들을 치고계시는것이나 다를바 없느니라. 만약 고을원이 제 리욕만을 채우면 어디서나 뢰물, 아첨이 성해지고 백성들은 배고프며 배고프면 나라를 받드는 힘도 마음도 생기지 않느니라.
너희들은 의병대의 군량을 마련한다고 하면서 백성들의 입에 들어가는 밥술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백성을 해치는것은 나라를 해치는 일이라는것을 명심들해라. 허허…》
《알았사오니다.
설향이는 문득 옥백미를 가득 싣고 집을 찾아오던 사람들과 그를 치하하던 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아아- 그 쌀이 백성들의 밥술을 빼앗아온것이였음을 인제야 알겠구나.
설향이는 모닥불을 뒤집어쓴것처럼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갈숲너머로 또 한패가 말잔등에 군량미를 싣고오는것이 보여왔다.
조헌의병장은 새로운 신심이 온몸에 퍼져나가는것을 가슴벅차게 느껴졌다. 한가지 근심은 옥천에 보냈던 해동이네들이 돌아올 때가 되였는데 지체되고있는것이였다.
그런데 마침내 그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왔다.
해동이는 조헌의병장앞에 몇년을 떨어져있다가 처음 뵙는것처럼 큰절을 드리고 옥천에 다녀온 자초지종을 자세히 아뢰였다.
조헌의병장은 정암수후위장과 장공인들이 다 무사하고 거기서 만들어낸 화살 6 000여대를 가져온것을 매우 기뻐하였다. 조헌은 크게 만족하여 환히 웃으며 말하였다.
《너희들이 참말 장한 일을 하고 돌아왔구나. 늙으신 몸으로 왜놈의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어머니의 묘소를 대주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구원했으니 얼마나 장하냐.》
완기와 설향이, 덕보와 삼녀는 해동의 손을 붙잡고 너무 기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였다.
그들은 악착한 왜놈들의 고문에 죽을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