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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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령님의 위대한 심장속에서는 이미 주체쇠물이 끓고있었다. 그러나 수령님의 그 유훈을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분발하고 투쟁해야 할 우리 일군들은 아직도 멀찌감치에서 시커먼 안경을 끼고 경과를 지켜보며 주체철을 외면하고있지 않는가.

아무리 해도 가실수 없는 괴로움을 안으시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창턱에 얹으시였던 손을 떼시였다. 그러시다가 문득 김정은동지를 띠여보시였다.

《이밤에 어떻게? 전선중부에 갔다온 일에 대하여서는 보고를 하지 않았소?》

김정은동지께서는 서류가방을 고쳐드시며 말씀을 올리시였다.

장군님, 집에서 모두 장군님을 모시고 식사하고싶어 기다리고있습니다. 고모님께서도 와계십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감정이 차오르시여 얼핏 집무탁에 놓여있는 시계에 시선을 주시였다. 시계는 조금 늦을사한 저녁식사시간을 가리키고있었다.

(노상 드바쁜 강행군길에 있어 집에 별로 들어가본적이 없었으니 대장이 일부러 마련한 자리일것이다.)

《일 바쁜 사람이라는걸 알면서 왜들 기다린다오. 늦으면 먼저들 할게지.》

비록 가벼운 책망의 말씀을 하시였으나 김정은동지의 다심한 정에 마음이 저절로 무르녹는것같으시였다. 허나 이것은 한순간일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가에서 물러서시며 그이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시였다.

《난 오늘 황철의 일로 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소. 그저 안타깝고 괴롭고, 속이 타고 가슴이 아파 마음을 도저히 진정할수가 없구만.》

《!…》

《사람들이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가, 응? 주체화의 중요성을 알고도 남음이 있는 사람들이 말이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데 길을 많이 걸었다고 앉아 허튼 생각만 하고들 있소. 산소분리기가 말썽이여서 당분간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저 바깥에 미련을 가지고있기때문에 그런단 말이요.》

그이께서는 괴로운 심정을 누르시느라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아무리 평소의 감정을 유지하려 하셨지만 어조가 올라가는것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글쎄 애로가 한두가지가 아니겠지, 전력사정도 그렇고 원료, 연료사정도 여의치 못할것이고. 그래 더러 생산공정들을 못돌리는것도 있다는걸 모르는바가 아니요.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것은 갈수록 험한 길이 나타나니까 두렵고 맥이 풀려 사람들의 정신이 하나, 둘 허물어지는것이요. 숨죽은 산소분리기나 멎어선 생산공정들보다 이게 사실 더 무서운 일이 아니겠소.》

《제 주영호부총리에게서랑 장군님께서 황철에 가셨던 일을 들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이께 말씀을 드리시였다.

장군님, 저는 황철이 당의 뜻대로 일하지 못하게 된것은 그곳 일군들탓만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황철이 숨이 진지 오랜 평로며 소결로, 해탄로를 그냥 끼고있다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이 문제는 황철의 일군들만이 아니라 웃단위의 지도일군들, 나아가서는 경제전반의 각 부문을 지도하는 일부 일군들의 머리속에 아직도 뿌리깊이 남아있는 옳지 못한 사고방식이 잠재하고있다고 찾아보게 되였습니다.》

《대장이 옳게 말했소. 이건 큰 일판을 벌리느라면 간혹 범할수도 있는 그 어떤 편향이나 페단으로만 볼수 없는 일이요. 이것은 조선혁명의 활력을 저애하는 제동기, 의학적표현을 빌어 진단한다면 건강한 인체를 서서히 파괴하는 악성종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요.

대장도 아다싶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엄혹한 환경속에서 사회주의건설을 벌리고있소. 반공화국적대세력들의 제재와 봉쇄책동은 날이 감에 따라 로골적이고 횡포해지고있소. 우리 공화국의 위상이 높아지는것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은 보다 은페된 방법으로 공화국의 강국건설을 방해하고 압력을 가해오고있는가 하면 저들의 리익에 부합되면 적대세력들에게 아부하며 서슴없이 보조를 맞추기도 하고있소. 그래서 오늘의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총포성없는 또 한차례의 치렬한 대결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혁명의 지휘성원들인 우리 일군들이 이럴수록 정신을 가다듬고 일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소?》

《!》

《좀더 돌아봐야겠소. 비콕스제철법도입이 왜 활력을 잃고 굼뜨게 진척되는지 다 돌아봐야 원인을 찾고 옳은 대책을 세울것같소.

그래 내 오늘 황철에 갔다와서 금속공업부문의 주체화를 위한 대책적문제를 연구하다가 암만 생각해봐도 이 저녁에 저기 서부지구 야금공장까지 나가봐야겠다고 결심했소. 앉아 문건이나 전화를 통해 료해를 하느니 힘이 들어도 현지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보는게 제일 좋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애써 밝은 안색을 그리시며 량해를 구하시였다.

《미안하게 되였구만. 어쩌겠소, 주저앉은 산소열법을 보고서는 오래간만에 집에 들어가도 속이 편치않을것같소.》

김정은동지께서는 못내 가슴이 아프시여 더는 말씀을 드릴수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장군님의 손을 잡으시고 절절하게 하소를 드리고싶으시였다.

(장군님, 물론 장군님께서 혁명의 요구때문에 이러신다는것은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그것도 고모님이랑 집식구들과 한자리에 앉는 시간이란 정말 얼마되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선 이 저녁에 꼭 가셔야만 합니까. 장군님의 일과는 언제나 이렇게만 흘러가야 합니까. 우리 인민들과 군인들이 오늘의 일을 알았더라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불같이 치밀어오르는 토로를 묵새기시였다.

(달리는 될수 없는 일이다. 장군님께 그런 자리를 마련한다고 해서 그이께 휴식이 차례지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이를 도와야 한다. 그것만이 장군님께 진정한 휴식을 보장해드리는 길이다.)

그이를 우러르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조심스럽게 청을 올리시였다.

장군님, 그럼 저도 장군님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

김정일동지께서는 뭉클해오는 심중을 누르시며 고마움과 격정이 엇갈린 시선을 김정은동지께 보내시였다.

(그래, 대장이야 내 마음을 알아도 잘 알지. 그래서 나를 조금이라도 돕고싶어 이러는것이 아닌가.)

동지애에 넘친 그이의 말씀에 가슴이 마냥 뜨거워나시였다.

《고맙소, 그러면 힘이 더 생기지. 함께 가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기를 끄당기시였다.

《집에다는 내 한마디 전화를 하겠소.》

잠시후 집무실을 나서신 두분께서는 강행군길에 오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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