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제 1 장

4

(2)

 

김정일동지께서 격하신 심정을 가까스로 눅잦히시며 걸음을 떼시였다. 김중건이 서둘러 앞서걸으며 《이쪽으로 가셔야 합니다.》라고 하며 반대방향을 가리켜드리였다. 산소분리기직장 다음의 현지지도일정에는 산소열법용광로가 서있는 주체철직장도 들어있었던것이다.

《무엇을 보이겠다는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엄하게 물으시였다.

《…》

《날더러 죽은 용광로를 마저 보라는건가?》

또다시 흐르는 정적.

무거운 정적.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중건이며 일군들에게 돌아서시였다.

그이께서는 한손을 들어 산소분리기현장을 가리켜보이시며 침통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내 이젠 다 알만하오, 왜 산소열법도입이 중도반단되였는가를 말이요. 내 보기엔 산소분리기가 죽은게 아니라 다름아닌 지배인이 죽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동안을 두셨다가 단호하게 방향을 그으시였다.

《그만합시다. 나는 더 돌아보지 않겠소. 내가 여기 온것은 산소분리기문제때문이요. 황철이 쓰지 못하겠다니 2. 8에 가져가는것으로 락착지읍시다. 그 동무들이라면 산소분리기를 어떡하든 살려낼거요.》

 

×

 

길이여 길이여 너의 끝은 그 어디

한생을 걸어도 못다 걸을 길이여

먼길을 왔다고 돌아보지 말라

전사가 가는 길 후회가 없다네

 

몇번이나 들으시는 노래인지 모른다. 황해제철련합기업소를 다녀오신 날이여서 그런지 더욱 듣고싶으시였던 노래였다.

음악세계속에 깊이 잠겨계시는 바람에 그이께서는 김정은동지께서 들어서신것도 모르고계시였다.

(그래, 먼길을 왔지, 높은 령도 많이 넘었고. 이 길에서 거둔 성과 또한 결코 적지는 않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노래가사를 긍정하시면서 속으로 뇌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실창밖에 펼쳐진 밤의 장막을 내다보시며 가사가 불러일으킨 금속공업발전력사의 페지들을 번져보시였다.

현재 금속공업부문에는 어버이수령님과 당의 현명한 령도에 의하여 크게는 다음과 같은 주체철생산공정들이 구축되여있다.

우선 회전로에 의거하는 주체철생산공정이다.

이 공정은 회전로를 가지고있는 야금공장들에서 생산하고있다.

다음으로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 있는 9월콕스에 의한 키낮은 용광로에서의 선철생산공정이다. 우리 나라 무연탄에 소성탄을 배합하고 점결제를 섞어 성형산화하여 만든 알탄으로 선철을 뽑아내는 이 방법도 어버이수령님께서 1968년 9월 26일 령대알탄공장을 현지지도하신 달을 기념하여 이름지은것이다.

세번째로 들수 있는것은 철광석과 무연탄, 석회석을 용융슬라크속에 장입하고 거기에 산소를 불어넣어 비등시키면서 용융환원시키는 방법으로 선철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 공정도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 하고있다.

마지막으로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서 하고있는 소결광, 구단광, 비콕스탄(갈탄이나 무연탄), 산소를 원료 및 연료로 하여 철을 생산하는 공정을 들수 있는바 수직환원로에서 생산한 직접환원철을 용융가스화로에 장입하고 최종환원용융하여 철을 뽑는다고 하여 이 공정을 일명 2단체계제철공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아직은 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력사의 페지를 덮으시였다.

(우리는 콕스를 쓰지 않고 철을 부어내는 이 공정들만 가지고는 만세를 부를수 없으며 우리 혁명이 요구하는 주체화는 결코 여기까지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선철을 뽑아 직접 제강로에 넣어 강철을 부어내야 할뿐더러 각이한 규격의 필요한 강재를 밀어낼수 있는 생산체계 즉 콕스도 중유도 다 밀어낸 우리식의 철생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 당은 산소열법과 고온공기연소기술의 공업화를 주체적인 철강재생산체계를 구축하는데서 돌파구로 여기고 이 사업에 커다란 관심과 총력을 기울여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몫을 맡고있는 황철은… 황철은 왜 산소열법을 중도반단하였는가.)

언제인가 수령님께서 김철의 주체철시험로앞에서 《쇠가 녹긴 녹누만, 응.》 하고 거듭 뇌이시며 보호안경도 없이 우리 탄으로 뽑은 쇠물을 이윽토록 들여다보시던 때가 생각나시였다. 일군들이 보호안경을 드렸지만 그이께서는 그것으로 잠간 로안을 살펴보시고는 《아니, 내 눈으로 직접 보고싶소. 저게 바로 우리 조선의 붉은 쇠물인데 내 심장에 그대로 안아보고싶어서 그래.》라고 하시며 환한 미소속에 크지 않은 로의 쇠물을 줄곧 들여다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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