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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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호 역시 김책공업종합대학 졸업생이다. 그래서인지 국가적으로 의의있는 과학기술성과들이 도입된 소식이 들려올 때면 의례히 주인공이 누구인가, 어느 대학출신인가에 은근히 관심을 두군 했다. 최근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원, 연구사들이 어느한 단위에 도입한 첨단기술설비를 보시고나서 대학을 높이 치하해주신 다음부터는 더욱 그러하였다. 이런 주영호였으니 형규네의 성과를 두고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만도 하였다.

그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쩐지 김형규네를 꼭 칭찬해주고싶었던것이다. 한창 그 내용을 가지고 흥그러운 대화가 오고간 뒤에 총장이 주영호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형규가 이 기술은 원래 소성로가 아니라 야금공장의 가열로에 도입해야 의의가 더 크다는것, 때문에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조를 해산하지 말고 황철이나 강선과 같은 야금공장들에 보내달라고 제기해왔는데 자기는 그 제기가 인민경제의 주체화실현에서 대단히 실천적인 문제이므로 쾌히 수락했다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총장은 장군님께서 이미전에 조직해주신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상무의 사업에 그들을 정식 인입시켜달라고 요구하였다.

주영호는 대학에서 김형규네를 내세워 지내 욕심을 차리려드는것같았다. 앞으로는 분명 고온공기연소기술을 야금공장들에 도입하여야 하지만 지금의 실태에서는 그것이 시기상조라고 생각되였다. 하여 주영호는 듣기 좋은 말로 총장의 건의를 밀어놓았다.

《지금은 현행생산이 기본이며 나라의 대외적환경 또한 유리하게 변해가고있어 전통적인 친선관계에 있는 이웃나라들과의 경제협조가 활성기에 들어서고있습니다. 이런 판에 고온공기연소기술을 도입하겠다고 가열로들을 뜯어고치고 새로 가스발생로를 건설하느라 부러 역사를 하느라면 오히려 생산에 영향을 줄수 있습니다.

총장선생, 무슨 일이나 시기가 있는 법인데 대학의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조가 실컷 일할 때는 반드시 올겁니다. 그러니 도입준비를 좀더 잘하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시오.》

(총장이 퍼그나 섭섭해하였을것이다. 그의 건의에는 동창생의 부탁이라는 감정도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현실이 그러한걸 어쩌겠는가.)

주영호는 무산광산개건현대화초안을 마무리짓고 밤늦게야 집에 들어섰다. 그런데 집에서도 일감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중키에 씨름선수처럼 체격이 좋은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지배인 김중건이 한시간째 주영호의 집에 와서 기다렸던것이다.

주영호는 혀를 찼다.

(이 사람 내가 무산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은 언제 알았는가. 과연 안테나가 높기도 하군.)

방안에 담배대진내와 땀내, 시크무레한 산화철냄새를 가득 풍겨뜨리며 비위살좋게 앉아있던 김중건은 그를 보자 쏘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인제 오십니까? 가셨던 일이 잘되였답니다?》

우둥퉁한 얼굴에 비해 가느다란 그의 눈에는 능청이 가득 실려있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주영호는 박정이 다분히 느껴지게 되물으며 가방을 량수책상우에 올려놓았다.

그러거나말거나 김중건은 비위살을 부리며 한발 더 들어온다.

《아, 그렇게 시치밀 떼실 작정입니까? 저야 부총리동지가 얼마전에 외국출장에서 성과를 크게 거두었으니 이제는 우리 기업소 사정을 봐줄수 있겠구나 해서 왔지요.》

《송림서 오는 길이요?》

《성안의 단위, 기업소 책임일군협의회가 끝나자바람에 왔습니다. 거기서 대표단소식에 부총리동지가 무산 갔다 오늘 돌아오셨다는걸 들었구요.》

김중건은 앞에 놓였던 커피잔을 들어 물마시듯이 넘기고나서 손등으로 입술을 뻑 훔치였다.

《건 그렇고 나를 찾아 집에까지 온 목적은 뭐요? 전화로 얘기해도 되겠는데 말이요.》

김중건은 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학귀색솜옷의 웃단추를 벗겼다.

《챠 이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와 부총리동지사이가 생판 남남같군요. 부총리동지를 만나기가 어디 간단합니까. 손전화로 찾으면 매번 통화 아니면 회의중, 봉사구역밖입니다. 그렇다구 부총리동진 사무실에 계속 계십니까? 그래 제잡담하구 막 오는 길입니다. 기업소운명이 내게 달려있는데 언제 경우를 따지구 체면을 차릴새가 있습니까.》

《알았소, 됐소.》

주영호는 중건을 너무 실무적으로 대하는것같아 어조를 누그러뜨리였다.

《흠- 력청탄과 중유가 들어오면 황철에 우선적으로 보장해달라 이것때문에 왔겠지? 맞소?》

《예, 우선은 그겁니다.》

《아, 그야 응당 보장하게 되는 일인데 뭐가 바빠 그러오?》

《바쁜 일이지요. 난 력청탄이나 중유를 제일선참으로 줄뿐아니라 제일 많이 달라는겁니다.》

주영호는 중건의 전에없는 요구에 의아하여 반문하였다.

《많이 달라는건 또 뭐요?》

《보십시오. 성강이 주체철을 성공했으니 거기로 가던 몫이 여유가 잡힐게 아닙니까. 전 그것까지 황철에 뚝 떼서 넘겨달라는겁니다.》

《하여간 동문 역시.》

주영호는 한손을 들어 그를 향해 흔들며 혀를 찼다. 《본성》을 드러내며 접어드는 김중건의 태도를 보자 그를 두고 떠도는 소문이 귀전에서 맴돌았기때문이였다. 중건이로 말하면 남에게서는 산같이 받아내고 누가 달라고 하면 철판못 1kg일지라도 부들부들 떨며 셈을 무던히도 해보면서 계속 미루다가 결심하는데 때로는 수염을 뻑 씻기도 하는 성미라고 한다. 그래서 내각이나 금속공업성, 련관단위 일군들속에서는 김중건의 별명을 황철의 첫 글자를 합쳐 황깍쟁이 혹은 황곱쟁이라고 달아놓았다는것이였다.

《알겠소. 일만 제대로 되면 그런건 동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풀리게 돼. 아마 고난의 행군이후로는 첨으로 실컷 써보게 될지도 모를거요.》

김중건의 작은 눈이 가늘어지며 흰 이가 가득 드러났다.

《그다음은 뭐요?》

전기, 전극, 정광, 합금철, 견인기며 화차방통. 김중건의 입에서는 기다린듯 수다한 문제들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왔다.

(이 사람 내가 외국출장걸음에 무슨 금괴라도 한차 가져온걸루 아는 모양이지. 하지만 김중건의 심정이 리해된다. 중건은 현재 다른 야금공장들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기업소를 운영하고있는것은 사실이다. 오죽하면 김중건이 올해 국가계획을 세울 때 황철의 지표별철강재생산계획을 낮추어달라는 제기까지 했겠는가.)

그는 량수책상 한켠에 손그루를 몇번 박으며 중건의 말을 제지시켰다.

《알고있소. 그래 내 다음해부터는 동무네 고충거리랑 충분히 반영할 작정이요. 그러니 우리 서로 있는 예비를 탐구해서 올해는 어떡하든 넘겨보자구. 올해 철강재생산계획은 어떤 일이 있어도 드티면 안돼.》

김중건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어리였다. 외국출장소식을 얻어듣고 무엇인가 큰 방조를 받을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였다.

《알겠습니다.》

김증건은 한손으로 쏘파등을 짚으며 마치 허리가 불편한 사람처럼 상체를 일으켰다.

《어떡하든 해봐야지요.》

그러면서도 다짐을 두는것은 놓치지 않는다.

《어쨌든 일이 잘되면 황철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글쎄 알았다니까.》

김중건은 푸접좋게 주영호의 안해가 차린 저녁까지 말끔히 처리하고서야 기쁜 마음으로 떠나갔다.

다음날 아침 주영호는 총리로부터 즉시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 도착할데 대한 지시를 받았다.

그는 자기가 작성한 무산광산개건현대화초안도 가지고 인차 김철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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