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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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도착한 주영호는 그길로 청류지구에 위치한 합영투자위원회로 향하였다. 그가 이 기관으로 가는것은 부
합영투자위원회앞에서 차문을 열고 내린 주영호는 접수실로 가려다가 정문을 빠져나오는 신석진의 진회색승용차를 띠여보았다. 뒤좌석에 앉아있던 석진이 주영호를 알아보았는지 운전사의 어깨에 손을 얹는것이였다. 주영호의 차곁에 멎어선 차에서 석진이 내리더니 무등 반가운 기색을 지었다.
《오래간만입니다. 부총리동지.》
《쭉 빼입었구만. 한 10년은 더 젊어보이오.》
주영호는 넥타이를 단정히 맨 진청색양복에 질좋은 연밤색봄가을코트를 입은 석진의 옷차림을 칭찬하는것으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키가 크고 눈매가 부드러운 신석진이 반쯤 벗어진 혈색좋은 이마를 올리쓸며 다소 면구스러운 투로 받았다.
《원, 부총리동지두 참. 하도 면담이 제기되였길래 입느라 했지 여느날처럼 공장, 기업소들에 나다니면 양복차림이 다 뭡니까.》
《아니요, 보기 좋아 그러오. 당신이야 경제외교관이나 같은데 그런 옷차림이 어울리지. 한데 무슨 면담이요?》
《내 아닌게아니라 이 면담때문에 부총리동지를 한번 만나려 했댔는데 무산광산에 가셨다더군요. 마침입니다.》
몇해전 신석진은 투자유치문제때문에 남아프리카에 갔던 일이 있었다. 물론 남아프리카강철공업계와의 실무회담은 실패로 끝났지만 대신 석진은 체류하고있던 호텔에서 동남아의 강철회사주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는 모모한 투자가들을 알게 되였다.
신석진은 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사업을 벌려 우리 나라의 강철공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궁극에는 그들에게서 가까운 몇해안에 조선을 방문하겠다는것과 그때 현지를 돌아보고 결심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내였다.
《바로 그 투자대표단이 약속을 지켜 평양에 주재하고있는 국제기구대표를 통해 면담을 청해왔습니다. 제가 부총리동지를 만나려고 한건 면담이 좋은 방향으로 결실을 맺으면 투자적지를 황해제철련합기업소로 정하자는걸 토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황철출신이 다르구만, 류다른 왼심을 쓰는걸 보니. 면담이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야 어련하겠소. 그 회산 어느 계렬이라오?》
석진의 대답을 들은 주영호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문제의 그 회사가 적대세력들의 다국적강철기업과 련관되여있었던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제의가 적대세력들의 음모의 산물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수 있겠는가.
주영호의 우려를 눈치챘는지 석진은
《알아보니 일없을것같습니다. 무엇보다 이걸 담보할수 있는것은 그들의 견해가 좋다는겁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들은 우리 나라를 상당한 정도로 동경하고있었습니다.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류의 정의와 량심을 횡포하게 짓밟는 적대세력들과 불굴의 전쟁을 하고있는 영웅의 나라, 이것이 우리에 대한 그들의 견해였습니다. 때문에 자기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잘되기를 바라며 가능한껏 도와주고싶었던 심정이였다고 합니다.
제가 우리 나라는 당신들도 아다싶이 적대세력의 부당한 제재를 받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실현시킬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투자방법과 통로는 얼마든지 있다는겁니다. 그리고 그 다국적회사와 합칠 때 량측이 합의한 사항중에는 기업경영에서의 철저한 정경분리도 있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기업소의 투자조건만 만족되면 그만이라는겁니다. 정치적으로 보나 경제실무적으로 보나 제가 투자가능성을 내다보는것은 이런 점에서였습니다.》
주영호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말하였다.
《글쎄 그게 수나롭게 되면야 나쁠게 없지.》
석진의 섭섭해하는 기색을 눈결에 스쳐보낸 주영호는 그의 팔소매를 다치며 한켠으로 끌었다.
《이보우 석진동무, 동무얘긴 그만하고 이젠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었으면 하오.》
《뭡니까?》
영호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무산광산개건현대화에 절실히 요구되는 기계설비들을 적은 문건을 그에게 주었다. 한페지한페지를 천천히 번지며 꼼꼼히 들여다보던 신석진은 퍼그나 시간이 지나서야 문건에서 눈을 떼였다.
《이게 답니까?》
《그렇소. 우리쪽에서도 진척시키겠지만 당신이 알고있는 선을 통해서도 수입가능성을 타진해봐줄수 있지 않겠소. 기계설비들중 파쇄기같은건 유럽산, 좋기는 스웨리예산이여야 하는데.》
석진의 흰 얼굴에 어이없는 기색이 어리였다.
《그게 뭐 내 주머니에 있는거야 아니지요. 그리고 상대가 누구라는걸 잊으신거 아닙니까?》
《그러게 내가 면이 넓고 면담명수로 소문난 동무에게 부탁하는거 아니요.》
주영호의 말은 사실이였다. 신석진은 유럽에 오래동안 나가 사업한 연고로 자본주의나라들의 경제구조며 경영활동, 세속생활을 잘 알고있었다. 실지로 석진은 대방의 리익을 존중해주면서도 면담을 우리에게 리롭게 주도하는 수완을 발휘하여 이 부문의 실력자들도 인정하는 큼직큼직한 몇가지 실적까지 쌓은 사람이였다.
《그런데 그 설비들을 살 자금은 있습니까? 얼추 계산해봐도 적지 않은데.》
《그런 걱정일랑 말고 성사시키기만 하오, 단꺼번에 모두 사들이는건 아니니까.》
《노력해보지요.》
《제일처럼 여기고 꼭 그래주.》
주영호는 재삼 당부하고나서야 석진과 헤여졌다.
이날 주영호는 사무실에 돌아와 무산광산개건현대화초안을 세우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일부 설비들은 합영투자위원회를 통해서 수입하면 되는거고 파쇄계통에 놓을 설비들은 룡성기계련합기업소에서 추가로 생산하도록 해보자. 현대화에 필요한 다른 설비들과 자금들도 각 부문별로 분담해가지고 국가적인 총공격전을 벌리는 방향에서 해결해보자. 채굴이 떨어지면 70년대총공격때처럼 탄광, 광산부문의 이름난 굴진명수들을 모두 동원시켜 고속도굴진경기를 벌리게 하면 되는것이고. …
이런 식으로 초안을 거의다 세워놓았는데 과학기술위원회에서 정람내화물공장에 내려간 김책공업종합대학 도입조가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에 성공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그 보고서를 올려보내왔다.
그는 보고서내용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흥뜨는것을 느끼였다.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 김형규네들이 정람내화물공장의 소성로에 도입한 고온공기연소기술은 중유를 대신하여 페가스의 열로 가스와 공기를 예열하여 공업로를 돌리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에네르기절약형, 친환경보호기술이다. 때문에 어느 나라나 이 기술의 해외류출을 막기 위한 보안제도가 아주 엄격하였는데 우선 고온공기연소기술을 도입한 생산현장에 외국인들을 들여놓지 않는다고 한다.
자국의 대학에서 강의에 취급하는 경우에도 류학생에 한해서는 개요나 일반론만 언급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고도기술을 김형규는 순 과학잡지와 첨단기술제품광고안내서를 보고 상상과 탐구로 설계해냈다고 한다.
(형규가 수재긴 수재야. 역시 우리 대학의 교육진영과 두뇌진의 력량이 강하거던. 녀석두, 내앞에 있으면 업어라도 주고싶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