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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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현지촬영을 떠나는 제작단성원들의 렬차편성문제까지 조직해주시고 당중앙위원회로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청사안의 접수대기실에서 기다리고있는 유명혁부국장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서시였다. 며칠전 촬영소에서 유명혁을 만나 왕우구 엿장사의 이야기를 들으신 그이께서는 오늘 만나자고 전화를 하시였던것이다. 유명혁은 그이께서 반역자로 처단된 엿장사에 대하여 다시 알아보실것이 있어 찾으셨다고 짐작하며 흥분되여 창문옆의 의자곁에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우에 사무용가방을 놓으시기 바쁘게 옷걸이에 걸려있는 새 양복을 벗겨드시고 이리저리 보시였다. 당세포에서 마련해드린 양복이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지금껏 그 양복을 입지 않고계시였다.

그이와 함께 촬영소에서 온 신인하는 다소 점직해하며 조심스레 말씀올렸다.

《그 양복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한테 이런 고급양복이 차례지긴 처음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껏 입지 않으셨습니까?》

《세포당원동지들의 정성이 하도 지극한 양복이길래 아까워서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양복을 옷걸이에 거시였다.

문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김태호가 유상룡을 데리고 집무실에 들어왔다.

유명혁은 김태호와 함께 나타난 유상룡을 보자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후둑후둑 뛰기 시작했다.

유상룡이도 역시 유명혁을 보자 예리한 그 무엇에 찔린듯 흠칠하며 낯색이 금시 파랗게 질렸다.

엿장사가 반역자로 처단되였다는것을 보증한 부국장이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유명혁과 유상룡의 눈빛에서 마음속에 배회하는 곤혹의 소용돌이를 가늠하시며 존안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오, 우리 편성원동무가 왔구만.》

유상룡은 안절부절 못하며 그이께 깊이 머리숙여 삼가 인사를 올렸다.

그이께서는 정어린 미소로 반색하시며 아동단원 금순이가 사형장에 서있는 모습을 형상한 미술작품을 책상우에 세우시였다.

《편성원동무, 이 소녀가 누군지 압니까?》

유상룡에게서 그이의 물으심은 너무도 뜻밖이였다. 왜냐하면 당중앙위원회로 오면서 마음속에 새긴것은 음악편성과 관련한 가르치심을 받을것이라고만 믿었기에 뜨아해서 더듬거렸다.

《저 항일아동단원 김금순을 형상한 그림이 아닙니까?》

《옳습니다. 이 소녀가 아동단원 금순입니다. 수령님께서 회고하신 생김새를 놓고 상상화로 그린것인데 이제 보니 신통합니다.

우리 수령님의 기억은 정말 비상하십니다.》

지금껏 금순이의 모습을 제나름으로 그려보며 그와 마음속 대화도 수없이 나눈 유상룡은 울컥 솟구치는 류다른 감정에 싸여 그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그 동생이 누군지 압니까?》

《전… 모릅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창문에 금순이가 사형장에 선 그림을 세워놓고 깊은 감회에 잠겨 보시였다.

《통신련락가면서도 늘 동생을 그리워하던 금순이… 그 동생이 바로 동무요.》

유상룡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수 없었다. 유명혁도 너무도 뜻밖이여서 얼나간 사람처럼 김정일동지만을 우러렀다.

아연해서 굳어졌던 유상룡은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뒤걸음쳤다.

만약 금순이가 나의 누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령님께서 그리도 잊지 못해하시는 아홉살의 렬사가 반역자의 딸로 되지 않는가. 반역자라고 보증한 유명혁부국장도 바로 이 자리에 있지 않는가.

유상룡은 가쁜숨을 톺으며 더듬거렸다.

《저, 저, 저는 아닙니다.》

김태호가 뒤걸음치는 유상룡의 등을 밀막았다.

《동생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니라는건 뭐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그림액틀을 드시고 유상룡의 앞으로 내미시였다.

《자, 오늘부턴 편성원동무가 이 그림을 건사하오.》

그러자 유상룡은 두손을 내흔들며 또 가재걸음했다.

《정말입니다. 전 금순이의 동생이 아닙니다. 부국장동지도 알지만 저의 아버진 반역자로 처단됐는데 어떻게 금순이가 역적의 딸이 될수 있겠습니까.》

유상룡의 옆에 서있던 신인하가 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챠, 이런… 어서 받소.》

김태호도 유상룡의 팔을 잡아당기며 격한 심정을 폭발했다.

《왜 이러오? 엉? 동물 찾느라 얼마나 마음쓰셨는지 아오?

에익, 그것두 모르구…》

《과장동지, 제 말하지 않았습니까? 전 아직 부모가 지어준 이름도 모른다고. …》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어린 다심하신 눈길로 유상룡을 이윽히 보시였다.

《내 오늘은 혀를 깨물면서라도 참자고 했는데… 동무가 끝내 날 먼저 울리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건을 눈가에 가져가시며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동문 지금껏 부모가 지어준 자기 이름도 모르고 살아왔지. 동무이름은 량남이요, 김금순의 동생 김량남. 동무의 아버지 김택규동지는 유격구를 보위하고 혁명조직을 사수한 항일혁명렬사요. 엿장사로 가장하고 왕우구지하당조직을 책임지고 활동한 김택규동지를 세월의 갈피속에서 찾아낼수 있게 하신분은 우리 수령님이시오.

김량남이 비칠거리다가 그이앞에 무릎을 꿇고 어깨를 떨었다.

그이께서는 갈리신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난 동무가 금순이가 즐겨부르던 혁명가요 어데까지 왔니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걸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소. 동문 자기 아버지가 변절자로 처단되였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듣고서도 당에서 찾는 금순이의 동생을 찾는데 도움을 주려고 옛 동무들에게 편지까지 보냈다지? 동무 안해 역시 가정의 아픔을 두고 편지를 써가지고 예술영화촬영소에 왔다가 그냥 돌아갔고.

나에겐 동무나 동무 안해의 그 마음이 진주보석보다 더 소중했소. 역시 동문 금순이의 동생답소. 수령님께서 키우신 아동단원 금순이처럼 백두산피줄이란 말이요, 백두산피줄!》

량남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것을 두손으로 문지르며 눈부신 태양을 마주하듯 그이를 우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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