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5 장

청주성 해방

1

(4)

 

조헌은 침착성을 되찾고 몸자세를 고쳐앉았다.

《왜적이 서리맞은 뱀처럼 평양성에 늘어져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왜놈들이 원래는 수륙병진해서 조선국왕을 생금하려고 꾀하였는데 놈들의 수군이 리순신장군에게 패하여 원래의 흉계를 실현하지 못하였네. 그러자 교활한 왜놈들은 우리와 담판하여 우리 땅을 다 먹어보려고 하였네. 임금이 아직 평양에 있을 때인데 6월초에 담판이 있었네.》

어느날 왜놈들이 대동강건너 강가에 말뚝을 박고 거기에 무엇인가를 걸어놓고 달아났다. 그것은 우리에게 보내는 글을 쓴 흰 천쪼박이였다.

우리 군사들이 그것을 가져왔다. 보니 적장 고니시 유끼나가, 구로다 나가마사, 가또기요마사라는 놈들이 우리와 화친을 맺자는 편지였다.

우리 나라 관리들은 놈들의 앙큼한 속내를 알고있었지만 직접 왜놈들을 상대해보기로 하였다.

임금은 리덕형을 불렀다. 그는 학문도 깊고 슬기와 용맹을 지니고있을뿐만 아니라 언변도 류창하고 장수다운 위엄도 있었다.

《적장놈들이 우리와 강복판에서 담판하자고 하니 공이 나가 담판하도록 하오.》

리덕형은 큰 배를 타고 강복판으로 나갔다. 왜적장이 탄 배도 강복판으로 나왔다.

리덕형은 한나라의 대표자로서 존엄을 지켜 근엄하게 놈들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이 우리 나라를 불법침략하고 우리 나라를 불태우고 우리 백성들을 도륙내면서 평양까지 쳐들어와 화평하자는것은 너무도 뻔뻔스러운 행위이다.

너희들과 화평하자면 우리도 일본땅을 불법침략하고 일본땅을 불태우고 일본사람들을 도륙내면서 일본땅 중부까지 쳐들어간 다음에야 화평조건이 생기고 따라서 화평조약을 성립시킬수 있을것이다. 화평조건이 없는데 화평하자는 본심은 무엇이냐? 이 교활한 놈들…)

리덕형의 두눈에 이같은 내심의 증오가 숯불처럼 시퍼렇게 이글거리였다. 왜장들은 그의 위엄앞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금빛투구에 금빛갑옷을 입고 왜장의 위엄을 돋굴대로 돋구고 나온 고니시 유끼나가는 한순간 기세가 한풀 꺾이운듯하였으나 다음순간 날강도의 본성을 드러냈다.

《일본은 귀국과 싸우자는것이 아닙니다. 요전에 동래와 상주, 룡인 등지에서 다 글을 보냈는데 귀국이 회답하지 않고 무기로 접전하였기때문에 우리가 그만 이렇게 하는것입니다. 원컨대 판서는 국왕을 받들고 다른 곳으로 피한 다음 우리가 료동으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주기를 바랍니다.》

왜장은 응당 그래야 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이기까지 하였다.

리덕형은 분노가 치솟아올라 견딜수가 없었다. 그는 주먹을 꽉 부르쥐고 가까스로 분기를 눌렀다.

《귀국이 명나라를 침범하는 길이라면 왜 절강으로 가지 않고 이곳으로 왔는가? 이것은 요사스러운 꾀를 써서 우리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흉심이다. 우리는 길을 빌려줄수 없다.》

《그렇다면 화친할수 없다.》

고니시 유끼나가(평행장)가 벌떡 일어나며 이렇게 소리치자 리덕형이도 맞받아 일어나 웨쳤다.

《우리도 화친할수 없다.》

리덕형은 결연히 왜장들과 헤여져 련광정으로 돌아왔다.

대동강복판에서 배를 타고 마주앉았던 두편이 이렇게 적의만을 남기고 결렬되였다.

리덕형이 당당하게 화평을 거절한것은 평양성군사와 백성들이 평양을 지켜낼 의기가 드높았기때문이다. 백성들은 평양에 임금이 있었기에 한목숨 기꺼이 바쳐싸울 힘을 얻고 용맹이 치솟았던것이다.

왜놈들은 또다시 화친하자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 내용인즉 우리 일본이 조선과 손잡자고 편지하였지만 귀국이 받아주지 않아서 서울까지 가면 말할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서울까지 갔더니 임금은 벌써 도망하여 할수없이 평양까지 왔다는것을 쓰고 마감에 조선8도에 나누어보낸 일본장수들의 이름을 적어보냈다.

《경상도에 풍신회원(도요또미 요시모또), 전라도에 륭경도 (나기 가게미찌), 충청도에 가정(가테이), 경기도에 숭륭원친(수우인 모또찌가), 서울을 지키는 장수는 풍신가수(도요또미 이에야도), 강원도에 풍신강성(도요또미 야수나리), 영안도에 청정(가또 기요마사), 평안도에 행장, 의지(고니시 유끼나가, 후지와라도 다메모찌)입니다.》라고 위협까지 하였다.

선조왕은 파탄된 담판으로 해서 왜놈들이 더 악을 먹고 평양성에 쳐들어와 왕을 사로잡지 않겠는가 겁먹은것같았다. 그는 대신들을 모아놓고 평양을 떠나 북쪽으로 들어갈 의향을 내놓았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