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5 장

청주성 해방

1

(2)

 

의병들이 오서산줄기의 자그마한 령마루고개길에 올랐을 때에는 하늘이 맑게 개이고 해빛이 반갑게 비쳐들었다. 여기서 공주성이 멀리 바라보였다.

조헌은 의병들을 쉬우고 젖은 옷들을 말리우는 동안에 늦은점심을 먹도록 하였다. 정암수후위장이 보리꼬장떡이나마 넉넉히 돌아가도록 준비해두었던것이다.

점심을 치른 뒤에 조헌은 의병들을 각 위단위로 정렬시키고 인원점검과 창, 칼, 활들을 검열하였다. 조헌의병장은 만족하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의병대는 기세충천하여 공주로 향하였다. 그들은 공주성밖의 백성들이 다 보라고 《충청의병대》이라고 새겨넣은 령기를 높이 휘날리며 발구름높이 나아갔다. 어깨우에 서리발을 날리는 창과 칼이 솟아올라서 대오는 매우 근감하고 위엄스러웠다. 북을 둥둥 울리고 징을 가락맞게 치면서 성밖의 오밀조밀한 가가호호 집앞을 지날 때에는 쪼무래기 아이들이 《야-》 하고 뒤쫓아오고 길가던 사람들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의병대를 바라보았다. 집집의 문들이 분주히 여닫기고 아낙네들과 로약자들이 처마밑으로 나와 구경하였다.

조헌이 비록 대오는 작지만 의병대의 위세를 돋구게 한것은 모두 떨쳐나 왜놈들을 치면 이긴다는 굳센 의지를 시위하여 백성들을 의병에 참군시키도록 하기 위함이였다.

《저것 보게. 충청도의병대기가 아닌가. 과시 장하군, 장해.》

머리도 허옇고 수염도 허연 할아버지 한분이 자기 옆에 있는 다른 령감쟁이에게 하는 말이다.

《충청도의병장이라면 조헌교수님이 아닌가. 며칠전에 그 의병대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하더니 괜한 소리였군그래.》

《아, 그전 조헌교수님말인가?! 아니 정말 저기 말을 타고오는 사람이 조헌교수님이 분명하네그려. 퍽 늙으셨구만. 여기서 교수로 계실 땐 참말 젊으셨더니…》

《좀 늙기는 하지만 검은 전립에 푸른 전복을 입고 위풍당당히 오는게 영웅호걸의 기틀일세.》

《그러기 왜놈들이 충청도에 조헌만 없으면 쉽게 먹을수 있다고 자객까지 파했었다고 하지 않나. 하늘이 도와서 그 자객놈을 잡아치웠기 망정이지 하마트면 어떻게 될번했나.》

의병대는 여전히 근감하게 북을 울리면서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의 백성들도 어른, 아이 할것없이 반갑게 그들을 바라보며 손을 저어주었다. 근래에 이렇게 신심에 넘쳐 왜적과 싸워이길 기세를 떨치는 광경을 보지 못했던지라 누구나 흉중의 피가 끓어올랐다.

조헌은 곧바로 성북쪽에 있는 공북루로 의병대를 이끌어갔다.

공북루는 자못 크고 웅장화려한데다가 경치좋은 강가에 있어서 명승지로 쳤는데 바로 여기에 의병들의 림시거처지로 삼았다.

공주목사는 고을의 군사들을 데리고 윤선각이를 따라 내포에 갔으므로 판관이 잔졸 열두엇을 데리고 빈 관청을 지키고있었다.

판관 홍여일은 조헌의 의병대를 반갑게 맞아들이였다. 공주성이 길가에 세워놓은 빈집같아서 불안하여 왜놈들이 쳐나오면 도망할 차비였는데 의병이 와서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였다.

공주성은 고을북쪽 강가에 자그마한 산이 있는데 그 산기슭을 따라 자그마한 성을 쌓고 그 강을 해자로 삼았다. 그때문에 성은 비록 크지 않아도 그 지형의 도움을 받아 든든하였다.

공주는 조헌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추억이 깃든 곳이다. 여기서 그는 교수로서 량반선비들과 그 자제들에게 글과 시문도 가르치고 삼강오륜과 충효지의를 강론하였다.

여기서 그는 나라와 백성들을 해치는 벼슬아치들의 비법, 불법행위를 막고 망해가는 나라를 일으켜세울 방도들을 렬거한 수만마디의 상소문을 임금에게 올리였었다. 또한 간악하고 극악한 왜놈들을 강경하게 대하며 놈들의 교활한 꾀에 속지 말고 있을수 있는 침략에 대비할데 대하여 제의하였다.

임금은 그의 피타는 글을 받아주지 않았다. 만약 조헌의 상소문을 받아들이였다면 오늘과 같은 비참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것이였다.

조헌은 성문마다에 군사들을 보내서 지키게 하고 그날밤으로 의병을 다시 새롭게 일으키는 격문을 썼다.

공주성은 들끓었다.

《조헌대장이 다시 의병을 일으킨다!》

《그분은 한칼에 왜놈 열놈을 목베이고 한화살에 왜놈 두세놈을 꿰는 장수다!》

《조헌대장은 선비들과 량인, 천인 백성들이 다 떨쳐나 왜놈들의 목을 베이면 벼슬을 주고 천인들에게는 량인으로 신분을 바꾸어주고 조세와 부역을 면제해주도록 임금께 글을 올린분이다.》

《그게 정말인가?》

《그 사람은 빈소리를 할줄 모르는 사람이래.》

《오죽하면 임금에게 대바른 상소를 올렸다가 귀양까지 갔겠나. 또 귀양갔다오면서도 상소를 올렸는데 임금이 받아주지 않아서 〈임금을 바른 길에 돌려세우지 못하는 신하가 살아서 무엇하랴.하고 대궐주추돌에 제 이마를 짓쫓고 죽으려 하였겠나.》

조헌에 대한 소문이 이렇게 나도는중에 재차 의병을 뭇는 조헌의 새로운 격문이 성안팎에 나붙었다.

백성들이 하얗게 격문앞으로 모여왔다. 그러나 대개 글을 모르는 까막눈들이여서 안타까와할 때면 글을 아는 사람이 나서서 목청을 가다듬고 큰소리로 읽어주는데 분격을 터뜨리는 대목에 가서는 그도 분격을 터뜨리며 읽고 슬픈 대목에 가서는 또 슬픈 목소리로 읽어주고 왜놈들을 치고 나라와 백성을 구원하자고 애국열기를 내뿜는 대목에 가서는 그도 애국열기를 뜨겁게 내뿜으며 읽어서 착하고 어진 백성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였다.

이 격문은 멀고 가까운데를 가리지 않고 각지 각곳으로 날아가 피끓는 의병참군자들을 공주로 모여오게 했다. 조헌은 7월초에 홍주로 가서 격문에 호응해나선 선비 심란수, 장덕개, 로웅탁, 고경우 등을 공주로 데려왔다. 열흘안팎에 의병대는 1 700여명으로 크게 일어나 공주에 집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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