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4 장

임진년 4월

10

(3)

 

리우, 김경백, 두 견마군들은 강건너 나루터에 가서도 단속을 받았다.

방금 건너온 강변에서처럼 무반별시를 보이러 임금님이 계시는 곳으로 간다고 점잖게 말해주었다.

그러나 강을 지키는 별장은 별시를 보이러 가는 길은 막지 않겠지만 몸수색은 받고가야 한다고 하면서 군사들을 불러 리우, 김경백네들을 둘러싸게 하였다. 그는 강건너 나루터에서 이 사람들이 군관 하나를 머리우에 들어올리고 한바퀴 휘둘러 강변에 멨다 던지는것을 보았던지라 정신을 바싹 차리고있었던것이다.

《안됐소만 소관이 이렇게 하는것은 강을 건느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몸뒤짐을 하라는 윤선각관찰사님의 령을 어길수 없기때문이요.》

별장은 한치의 에누리도 없는 지독한 벽창호였다. 그는 먼저 견마군들의 몸부터 수색하게 하였다. 견마군들의 몸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별장은 리우, 김경백을 매우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량반선비의 몸을 더듬질하기는 어려우니 스스로 몸에 지니고있는것들을 내놓도록 하시오.》

리우, 김경백은 서로 마주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여보시오, 별장님. 우리에게도 몸에 지닌것이 없소.》

리우, 김경백은 상주문이 윤선각의 손에 들어가면 임금님께 가닿지 못할것으로 믿어졌기에 상주문을 절대로 내놓지 않으려고 굳게 결심한것이다.

《그렇다면 몸수색을 할수밖에 없다. 불복하면 전시법을 쓰겠다. 이건 관찰사의 군령으로 다스리겠다는 말이다.》

별장은 갑자기 반말질로 으르딱딱 을러메며 위협하였다.

《별장은 무례한짓을 그만하오. 선비들의 몸을 더듬질하겠다는것은 망나니짓인줄 아시오.》

김경백은 이렇게 가르치듯 엄하게 한마디 하였다.

《무엇이라구? 무례하다구? 망나니짓이라구? 이건 윤선각관찰사님이 망나니짓을 한다는 소리와 같다. 여봐라, 저놈들을 당장 묶어라.》

별장이 이렇게 악착한 본성을 드러내며 꽥 소리치자 군사들이 《예잇-》 하고 서넛이 오라줄을 들고 리우, 김경백이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리우, 김경백의 견마군들은 성큼성큼 나아가 각각 리우와 김경백을 등에 지고 오라를 든 군정에게 빙긋이 웃으며 말하였다.

《여보게 군정님, 우리 나리님은 다치지 말게. 그대신 내 손을 묶게나.》

《그게 좋겠네. 나도 우리 나리님대신에 묶이여보세. 응?》

《무엇이야? 함부로 빈정대며 주둥이질을 해? 그 주둥이질값으로도 네놈들이 묶이울 죄가 남아돌아간다.》

군사들은 두 견마군을 중죄인 묶듯이 손을 뒤로 지우고 단단히 묶어놓았다.

《네놈들은 제손으로 제몸을 묶은 격이니 이제는 어디 가도 할말이 없다. 찍소리말구 물러서. 인제는 량반님네를 묶어야 하겠다.》

《여보게, 그만 지껄이구 우리를 좀 보게. 이게 오라인가 썩은 새끼줄이지.》

《썩은 새끼줄로 범을 묶다니. 여보게 군정, 여기를 보라니깐.》

두 견마군이 이렇게 말하면서 《윽-》 하고 힘을 쓰자 오라줄들이 뚝뚝 끊어졌다.

리우, 김경백이 껄껄 웃는데 단속군사들은 깜짝 놀라 두눈을 흡떴다. 천하의 힘장사가 아니면 귀신같은 술수를 지닌 사람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것같았다. 군사들은 견마군들이 두려웠던지 창을 뻗쳐들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방비할 태세를 갖추었다.

《하하 놀랄것없네. 우리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나리님들은 혼자서 너희네 별장같은 사람 열, 스물과 대적해도 넉넉한 무술을 지닌분이라네. 그러기에 별시 보이러 가지. 그렇지 않고야 어찌 임금님앞에 나서겠나. 자, 어서 길이나 열게.》

리우의 견마군이 태연히 군사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별장은 똥바가지를 들쓴것같아서 분기가 상투끝까지 뻗쳐올랐다.

《여봐라, 저놈들을 칼로 치든 창으로 찌르든 마음대로 죽여라.》

군사들이 일제히 창과 칼을 휘두르며 리우와 김경백, 견마군들을 덮쳤다. 리우와 김경백, 견마군들은 그야말로 비호처럼 펄펄 날고뛰며 주먹치기, 발차기, 공중제비로 내리찍기, 별의별 택견동작으로 군사들을 휩쓸어쳤다.

순식간에 일여덟이 쓰러지자 나머지 군사들이 더는 달려들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데 어데서 쏟아져나왔는지 관군의 무리가 새까맣게 달려들었다.

리우, 김경백이네들은 목숨이 진할 때까지 혈투를 벌렸지만 모두 장하게 희생되였다.

윤선각은 조헌의 상주문을 이렇게 강탈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주문에는 자기를 성토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 상주문은 충청도의 의병을 일으킨 소식을 임금께 아뢰는 상주문일뿐이였다.

그랬다. 사실 조헌이 윤선각이 개심하지 않고 왜놈들과 싸우지 않으면 상주문을 임금께 올리겠다고 하교남에게 엄격히 눌러놓은것은 그들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왜놈들을 치도록 하려는것이였다.

그는 윤선각의 차후 일을 더 두고 보리라고 생각하였다. 왜놈들이 온 나라를 도륙내고있는 때에 너나 나나 누구나 지금까지 저지른 잘못이 있다 해도 그것을 뒤로 미루고 모두다 굳게 합심하여 왜놈부터 쳐야 할 시기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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