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4 장
임진년 4월
7
(1)
조헌의 집에서 멀지 않은 옥수동과 계곡동 두 골안에는 날마다 경사가 난듯이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공주의 김질, 김약, 리경백들이 근 100여명의 청장년들을 데려왔고 정암수는 또 수십명의 의병참군자들을 인솔해가지고왔다. 그런데다가 빈손으로 오지 않고 마소에 식량을 싣고 가마에 그릇가지도 싣고왔다.
사람들이 혼자서 오기도 하고 삼삼오오 저희들끼리 모여 찾아오기도 하였는데 어떤이들은 활과 화살까지도 가져오고 싸움칼과 창을 가지고온 사람들이 많았다.
조헌의 격문이 사방사처에 나간지 20여일이 지나서는 근 2 000여명이 기세높이 모여들었다. 그 절반은 옥천고을과 린근고을 백성들이였다. 나머지는 조헌의 격문을 보고 각처에서 달려온 사람들과 피난민들이였다.
《조헌선비님이 의병장으로 나섰다!》
《그분이라면 의병을 승리에로 이끌수 있는 훌륭한 장수이란다.》
《그분이 날린 격문을 봐라. 사람을 불러일으키는 지략과 슬기가 백배천배로 넘쳐나지 않느냐.》
《조헌선비님은 백성을 위해서는 제몸을 다 바치는 사람이다.》
《우리는 조헌의병장과 살고죽기를 함께 하자!》
사람들이 사기충천하여 옥수동과 계곡동에 새로운 풀막들을 하루사이에 지어놓았다.
조헌은 사람들이 불어나자 계곡동에 야장간을 새로 차려놓게 하였다. 옥수동야장간에서는 주로 창과 칼을 벼려내고 계곡동의 야장간에서는 활과 화살, 마름쇠 등을 만들어내기로 하였다.
조헌은 전체 의병참군자들을 옥수동골안에 집합시켜놓고 정식으로 부대를 편성하였다. 2 000여명을 선봉위, 좌군위, 우군위, 후위로 나누고 이미 선출해놓았던 위장들을 임명하였다. 의병장을 보좌할 비장, 종사관으로는 조헌의 공주교수시절에 우의가 두터웠던 리우, 김경백을 임명하였다. 이들은 무술과 지략이 뛰여났다.
그리고 부대명을 《충청의병대》로 선포하고 그 이름을 아로새긴 기발을 펼쳐보였다. 《충청의병대》 이 다섯글자들은 큰뜻을 품고 큰숨을 몰아쉬는것같았다.
전체 의병들이 그 기발을 바라보며 기쁨에 넘쳐 드설레였다.
조헌은 그들을 자랑스럽게, 미덥게, 장하게 바라보았다.
《의병여러분, 여러분은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자기의 한몸을 돌보지 않고 모여온 의기남아들입니다. 서로 이름도 다르고 태여난 고장도 다르지만 왜놈들을 치고 나라를 구원할 한마음한뜻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왜놈들과 싸우는 나날에는 힘겨울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으며 죽음을 만날 때도 있고 여러가지 만난곡절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때문에 우리가 안고온 한마음한뜻이 허물어질수도 있습니다.
한마음한뜻이 허물어지면 우리 의병대는 망합니다. 그 허물어지는것을 막아야 우리 의병대의 기발은 승리만을 천하에 떨칠것입니다.》
의병들은 의병장 조헌과 의병대의 기발을 숙연히 바라보았다.
숲속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것만 같은 정적이 깃들었다.
《그러자면 다음과 같은 의병대의 행동준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로, 백성들의 물건을 침해하지 말며 적병을 무서워하지 말며 장수의 령만 생각하며 국난만을 생각할것.
둘째로, 어떤 조건에서도 해이되지 말며 대오를 잃지 않으며 리탈하지 말것.
셋째로, 진격만을 알고 절대로 물러서지 말것.
넷째로, 오로지 적을 죽이는데 마음쓰며 자그마한 리득도 탐내지 말것.
다섯째, 힘과 마음을 하나로 합쳐야 마침내 공을 세울수 있고 힘과 마음을 합치지 않을 때 벌칙이 있고 후회를 남긴다는것을 명심할것.
여섯째,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의리라는 〈의〉자만 생각하고 명심할것.
여러분, 이상의 준칙을 맹세로 지킬수 있습니까?》
조헌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의병들의 가슴에 메아리쳐갔다.
《맹세코 지키리다!》
의병들이 일제히 터치는 대답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만약 이 맹세를 지키지 못할 사람은 여기서 떠나가도 좋습니다. 그러나 맹세를 다지고도 그 맹세를 어기면 이 의병장 조헌이도 위장들도 그 누구도 례외없이 죄를 당하고 해당한 형벌을 받게 됩니다. 의병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해야 군률을 세울수 있고 군률을 세워야 왜적을 이길수 있습니다.》
숲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잎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장대끝에 높이 달아맨 의병대의 기발이 휘날리였다.
《의병여러분, 우리가 왜놈들과 싸워이기자면 정예한 병쟁기가 있어야 하며 그것을 능란하게 다룰줄 아는 무예를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이미 만들어낸 칼과 창 600여자루와 여러분들이 가지고온 병쟁기를 합쳐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한쪽으로는 창과 칼,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고 한쪽으로는 왜놈들을 치고 무기 특히 조총을 빼앗아내야 합니다. 의병여러분, 그렇게 할수 있습니까?》
《할수 있습니다!》
의병들의 대답소리가 뢰성처럼 온 골안이 들썩하게 터져올랐다.
숲속의 새들이 놀란듯 날아갔다.
조헌은 다음으로 창과 칼을 내주는 식을 엄숙히 벌리고 각 위단위로 돌아가 무술훈련을 맹렬히 시작할데 대한 명령을 내리였다.
잠시후에 조헌은 비장, 종사관, 후위장 정암수, 선봉장 완기, 척후장 해동이, 김약, 김질들과 함께 의병장의 초막으로 들어갔다.
의병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군량미문제, 병쟁기문제, 무술훈련문제, 적들에 대한 내탐문제들을 오래동안 의논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것을 해결하느라고 시간을 끌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 적들이 온 나라 땅을 삼킬것이다. 며칠내에 왜놈들과의 첫 싸움을 벌릴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일치하게 락착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