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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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탁은 황황히 지휘부천막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참모부나 다른 부서 천막에 가서 김도만에게 전화할가 하다가 누가 들을가봐 체신소로 숨이 턱에 닿아 달렸다.
체신소에서 그는 김도만에게 리석이며 신인하가 한 말을 토 하나 놓칠세라 죄다 열을 올려 섬겨바쳤다. 했건만 당장 벼락을 칠줄 알았던 김도만이 전화를 뚝 끊었다. 수화기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붕-》하는 소리만이 울렸다.
황유탁은 송수화기를 쥔채 억이 차서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눈만 데룩거렸다. 자기가 김도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전화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흔들며 《분명 김부장이였어.》 하고 중얼댔다. 하다면 왜 가타부타 아무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을가. 통 리해되지 않았다. 황유탁은 미간에 주름발을 세우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잔주름이 덮인 황유탁의 얼굴에 저도모르게 절망의 빛이 서리였다.
손수건으로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씻던 황유탁은 체신소에서 나왔으나 우등불이 타오르고 혁명가요의 힘찬 선률이 하늘땅을 진감하는 대기념비건설장으로는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온몸에 으스스한 전률이 일어났다.
김태호는
잊을수 없는 만수대언덕의 그 새벽에 확신을 가지고 하시던 말씀이 다시 새겨졌다.
《과장동무는 림춘추동지가 엿장사로 위장한 왕우구지하조직의 김씨를 찾는 일을 방조해야 하겠습니다. 결과는 거기서 얻어질것입니다. 틀림없습니다. 나는 그것을 확신합니다.》
과연 그렇게 되였다. 그동안 중국연변자치구의 일군들과 항일혁명참가자들, 동북항일혁명력사 연구기관들이 동원되여 끝내 왕우구 엿장사의 이름과 희생경위, 가족관계를 밝혀냈던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림춘추동지 앞
의뢰하여온 문제에 대한 조사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이름: 김택규. 왕우구당 서기. 연길현인민혁명정부가 처창즈로 이동한 후 왕우구지하당 서기.
이번에 진행한 광범한 조사를 통하여 일제특무기관이 지하당조직을 들어내려고 조작한 모략책동으로 변절자의 루명을 쓰고 희생되면서도 끝까지 조직을 사수한 공적이 확인되였습니다.
가족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해: 최옥봉. 왕우구촌장. 왕우구 〈토벌〉 당시 연길현인민혁명정부의 소개를 보장하는 전투에서 희생.
딸: 김금순. 항일아동단원. 중조공동의 자랑인 나어린 항일혁명렬사.
희생당시 어린 아들도 있었으나 이름과 생사여부를 알수 없음.
…》
보내온 자료를 받아쥐고 김태호는
김태호는 이 며칠동안 곧 있게 될 유상룡의 아버지 김택규동지에 대한 항일혁명렬사증서 수여모임을 은근히 준비하고있었다. 오늘
호탕한 웃음소리에 머리를 드니
김태호는 가늘게 떨며 점점 오르는 속도계의 바늘을 초조와 불안이 비낀 눈길로 바라보았다. 도로옆의 가로수들이 번개의 섬광처럼 언뜻 나타났다가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속도를 너무 높이는게 아닙니까?》
《내가 왜 고속을 좋아하는지 압니까? 난 나의 결심이 정한 내 속도에 삽니다. 그건 늘 시간이 모자라는것이 제일 안타깝기때문입니다. 뜻을 품으면 길이 보이고 시간을 아끼면 목표가 보인다. 어떻습니까, 나의 지론이?》
대답이 없어 피끗 돌아보시니 김태호는 바삐 수첩을 꺼내여 부지런히 적고있었다.
《뭘 또 적느라 그럽니까? 시간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남들이 백년이 걸려서도 못한 일을 몇년동안에 한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시창밖을 보시며
승용차가 평양역앞도로에 들어서니 붉고푸른 장식등으로 하여 수도의 거리는 절경을 펼치였다. 어느한 아빠트의 옆길에서 제동변을 밟으신
《유상룡동무네 집이 아닙니까?》
《저 선률이 왜 저렇듯 절절한가? 자기에게 누이가 있었다는것도, 그 누이가 항일의 나어린 투사 김금순이라는것두 모르고 자랐으니까…》
김태호도 이름할길 없는 감개에 젖어 불밝은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
생각해보니 저 노래선률이 나한테 신비로운 예감을 가져다주었단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김태호는 크나큰 흥분과 격정에 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