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5 장
4
(차성준이가 그렇게 가다니. …)
현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아니, 천백번도 믿지 않으시려는듯 다시 수첩장에 눈길을 주시였다.
그 수첩장에는
몸은 비록 낱낱으로 되였어도 심장은 하나인 동지가 되자고 하신
창밖을 응시하시는
출입문가에 선 허담도 덜어드릴수 없는
이때 문기척소리가 나며 오진우가 들어섰다. 오진우는 창가에 서계시는
《왜 오셨습니까? 찾아가려고 청사에 계시는지 전화로 알아보았는데…》
《직일관이 전화를 걸어오셨다고 알리길래 무슨 일인지 오금이 근질거려 견딜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부랴부랴 왔습니다.》
당중앙위원회를 떠난 승용차는 고요에 잠긴 수도의 거리들을 빠져 달렸다.
오진우는 허담에게 어디로 가는가고 귀속말로 물었다. 허담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자기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죽여 뇌이였다.
이제 가정도 이루고 아들딸의 손목을 이끌며 청춘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게 될 사랑하는 외교일군, 따로 둔 심장이 없는 동지, 전우가 되여 한생을 함께 가리라 마음 굳히셨던 차성준. 그가 하많은 꿈을 남기고 떠난것이 너무도 절통하게 가슴을 허비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시니 차성준을 품에 안으시고 사진 한장 찍어주지 못하신것도 가슴이 저리도록 후회되시였다. 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적후나 다름없는 곳으로 보내면서 왜 사진 한장 찍어주지 못했던가? 돌아오면 기쁨속에 만나고 차성희까지 평양에 불러 그들오누이를 량팔에 끼고 사진찍어주실 생각만 하셨던것이 지울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괴롭기 그지없으시였다.
승용차는 나라의 동서를 가로지른 중부산악지대의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달렸는지 시창앞으로 점점 확대되여 륜곽을 드러내는 건물이 나타났다. 승용차의 불빛에 건물의 정문에 새겨진 현판이 확 안겨왔다.
《삼복중학교》.
승용차가 학교마당에 들어서자
차에서 내리신
품명: 소나무
식수자: 차성준
《오진우동지가 이 소나무를 함께 심었다면서요?》
미간에 주름발을 세우며 생각을 톺던 오진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생각납니다. 련합부대들의 산악극복기동훈련중에 여기를 지나면서 이 학교에 와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때 심은 나무가 이렇게 컸는가?!》
《나무도 컸지만 오진우동지와 함께 이 나무를 심은 차성준은 우리 당의 미더운 외교일군으로 자기 생을 빛나게 장식했습니다.》
낮으나 저력이 실린 말씀에 오진우는 숭엄한 빛발이 번뜩이는
《외무성 과장 차성준동무는 항일투사 오진우동지가 이 나무를 함께 심으며 빨찌산들은 한그루의 나무를 두고도 조국을 그리며 왜놈들과 싸웠다고 한 이야기를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았습니다.》
《차성준동무는 혁명학원에서 자란 투사의 자식도 아니고 이 나라의 평범한 농민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오진우동지가 어린 그의 마음속에 애국의
씨앗을 묻어주었기에 그는 백두의 혈통을 지켜 오늘처럼 영웅적으로 희생되였다고 생각합니다. 투사동지들이 있어, 투사동지들이 심어준 그 애국의
씨앗이 뿌리내려 조국땅 방방곡곡에서 혁명의 피줄기를 이을 계승자들이 수풀처럼 자라고있습니다. 차성준, 그 동무는 우리
《옳습니다. 오늘같은 평화시기에 그는 적의 화구를 막은것 못지 않은 영웅적장거를 발휘했습니다.》
오진우는 허담에게로 돌아서며 저으기 흥분되여 뇌였다.
《부상동무, 외무성에서 그를 영웅으로 내신하는게 어떻소? 나도 상임위원회에 제기하겠소.》
《알겠습니다. 성당위원회에 제기하겠습니다.》 …
얼마후 삼복중학교에서는 전 외무성 과장 차성준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하는 행사가 숭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였다.
차성희는 오빠와 함께 꿈많은 래일을 그리며 행복속에 드나들던 모교의 정문으로 들어섰다. 학창시절에는 무심히 오가던 학교정문, 사회에 나와서도 무심히 스치군 했던 그 교정. 하지만 오늘은 샘솟듯하는 추억의 갈피를 펼치며 한걸음, 한걸음을 깊은 감회속에 옮겼다. 그의 손에는 오빠가 최후결전의 길로 나가며 남긴 파란 뚜껑의 수첩이 쥐여져있었다.
삼복중학교의 강당에서는 차성준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하는 모임이 진행되였다. 모임에는 차성준이와 함께 나무를 심었던 항일투사 오진우와 허담 그러고 차성희와 리만길, 학교의 교직원들과 학생들, 군의 일군들이 참가하였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랑독된 다음 공화국영웅 차성준에게 수여하는 영웅증서와 메달이 차성희에게 수여되였다. 금빛으로 빛나는
영웅메달을 가슴에 단 차성희는 목메여 흐느끼며
(오빠,
그들은 차성준이가 심은 소나무앞에서 영웅을 추억하며 그처럼
소나무앞에서 차성희와 함께 학교선생들과 리만길 그리고 학생들이 사진을 찍었다. 허담은 오진우와 차성희를 소나무앞에 세우고 가방속에서
사진기를 꺼냈다. 그 사진기는 허담이 평양을 떠날 때
차성희를 오빠의 뒤를 이어 항일의 넋을 꿋꿋이 이어가게 해주시려고 손수 사진기까지 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