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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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중앙위원회가 있는 평양, 조선예술영화촬영소의 구내로 산책하시며 따로 둔 심장이 없는 동지가 되자고 사랑과 믿음을 주시던 김정일동지. 그이의 존귀하신 영상은 따사로운 당의 품이였고 그리운 어머니조국이였다.

그는 오른쪽발을 들고 윤기가 도는 검은색구두를 벗어서 들었다. 예술영화촬영소에서 떠날 때 김정일동지께서 승용차에서 꺼내여 신겨주신 구두였다. 신통히도 구두가 꼭 맞는다고, 발이 날개라는 말도 있는데 신고가라며 주신 구두. 차성준은 그 구두가 그이께 허담이 드렸던 구두라는것을 외무성에 와서야 듣고 눈시울을 적시였다.

누군가의 손이 어깨에 닿아서야 차성준은 추억에서 깨여났다. 뻴로쉬라고 부르는 려객기 화물실책임자였다. 차성준이 책짐들을 맡길 때 뻴로쉬는 자기 나라의 방언까지 류창하게 번지는 차성준에게 반하여 화물실에서 한동안 한담도 나누었었다.

30대의 볼수염이 더부룩한 뻴로쉬는 자기는 하늘에서는 《갑부》고 땅우에서는 《가난뱅이》라며 웃어댔다. 하늘에선 화물실의 책임자이니 그속의 재산은 자기 수중에 있어서 《갑부》고 려객기가 착륙하여 화물실의 짐이 다 떠나가면 빈털터리 《가난뱅이》가 된다는것이였다.

뻴로쉬는 이제 10분후면 려객기가 비행장에 착륙한다며 객실에서 나갔다.

시창을 통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불야경을 이룬 드넓은 공지가 펼쳐졌다. 새된 동음을 울리며 려객기는 비행장활주로에 착륙하였다.

마중나온 우리 나라 대사관성원들이 차성준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프리카의 찌는듯한 무더위가 확 쓸어들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안경낀 대사관참사는 조국에서 보내온 책짐들은 자기가 찾을테니 먼저 대사관으로 가라며 승용차로 잡아끌었다. 그러나 차성준은 려객기에서 책짐들을 부리우면 그것을 정확히 확인한 후 떠나겠다고 하였다.

이때 정류장쪽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잇달아 유도로쪽으로 복면을 쓴 사나이들이 총을 란사하며 밀려왔다. 려객기에서 내린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대사관참사는 차성준에게 반정부악당들이 비행장을 습격한다고 다급히 알렸다. 새로 독립한 나라가 사회주의길로 나가는것을 바라지 않는 제국주의자들의 사촉으로 이 나라에서는 지금 내전이 한창이였던것이다.

요란한 폭음에 이어 솟구치는 불기둥, 귀청을 째는듯한 요란한 총성, 여기저기서 울리는 아츠러운 비명소리로 비행장은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비행장위수부대와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따라 출동한 정부군이 반정부악당들을 안팎으로 포위하고 소탕전을 벌리고있었다.

대사관참사는 차성준에게 빨리 승용차를 타고 떠나라고 했다. 하지만 차성준은 려객기에로 달리며 소리쳤다.

《려객기가 습격당하면 책들이 위험합니다.》

차성준은 려객기에서 황급히 내리는 승무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사다리에서 황황히 내리는 승무원들을 맞받아올라갔다. 차성준은 사다리로 허겁지겁 내려오는 뻴로쉬의 팔목을 와락 잡았다.

그리고는 화물실에 있는 짐들을 꺼내야 하니 빨리 올라가서 문을 열자고 하였다.

《당장 저승에 갈판에 짐은 무슨 짐이요? 그게 설사 금덩이래도 목숨과 바꾸겠소?》

《뻴로쉬, 그건 목숨보다 더 귀중한거요. 화물실열쇠를 주시오. 우리 짐들을 꺼내고 열쇠를 정확히 돌려주겠소.》

사지판에 든 뻴로쉬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여 차성준에게 던져주고는 사다리아래로 몸을 날렸다.

차성준은 참사와 함께 려객기의 화물실로 달렸다. 뒤따라 대사관성원들이 헐썩거리며 달려왔다.

차성준은 화물실에서 책짐들을 꺼내여 참사며 대사관성원들에게 다급히 넘겨주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책짐을 안고 일어섰다. 순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려객기가 뒤집혀질듯 동체를 휘둘러댔다. 차성준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려객기의 조종실쪽에서 검은 연기가 확 솟구치며 객실은 삽시에 연기에 휩싸였다.

다시 일어선 차성준은 연기속을 뚫고 려객기출입문으로 달렸다.

대사관참사며 대사관성원들이 려객기옆에 들이댄 연한 보라색의 소형뻐스에 책짐들을 싣느라 콩튀듯 하였다. 뻐스옆에서 참사가 다급히 소리쳤다.

《과장동무, 빨리 내려오오. 빨리!》

하지만 차성준은 가슴에 안았던 책지함을 내렸다. 놈들의 총탄이 책에 날아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선 안된다, 절대로!

차성준은 책짐을 등에 졌다. 그리고는 사다리로 바삐 내리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네번째 계단에 발을 내짚던 차성준은 비칠하며 굳어졌다. 번개의 불꽃같이 날아든 총탄이 그의 가슴을 뚫었던것이다.

차성준은 터져라 입술을 옥물며 가까스로 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계단을 내려서는 책짐을 등에 진채 비행장활주로에 쓰러졌다.

《과장동무! 정신차리시오! 과장동무!》

참사의 품에 안긴 차성준은 머리를 돌려 책짐을 바라보았다.

《책들은 무사하오. 마음놓소.》

순간 차성준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어리였다. 이것은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미소였다.

《과장동무! 차동무!》

참사며 대사관성원들의 피타는 절규가 검은 연기 타래치는 비행장구내에 메아리쳤다.

김정일동지의 가르치심을 받들어 따로 둔 심장이 없이 살리라 충정의 맹세를 다지며 자기 수령의 위대성선전의 길로 떠났던 우리 당의 참된 외교일군 차성준은 머나먼 이역땅에서 이렇게 최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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