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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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점심때가 되였다.

부엌에서는 마을녀성들이 어버이수령님께 드릴 점심을 준비하느라고 자못 분주하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러는 그들을 만류하시며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점심준비를 다 해가지고 왔으니 념려마십시오. 동무들이 정 준비를 하겠으면 시래기국이나 따끈하게 끓이시오. 내 이전에 빨찌산을 할 때 함남도를 다니면서 시래기국을 많이 먹어봤는데 구수한게 아주 맛이 있었소.

그리고 그이께서는 식사준비를 위하여 돈을 내놓으시였다. 우리들이 그 돈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것을 보시고 그이께서는 〈그러지 말고 어서 받으시오. 이 돈으로 쌀도 사오고 닭알도 사다가 점심을 넉넉히 차리시오. 구수한 시래기국도 끓이고 우리 다같이 점심을 나눕시다.〉라고 말씀하시였다.

식사준비가 거의다 되였을 때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배나무집 로인을 모셔오라고 하시였다.

얼마후 리인민위원장이 로인을 모셔왔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할아버지, 이리로 내려와 앉으십시오.〉 하시며 로인에게 아래목자리를 권하시였다. 그리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수원들에게 가져온 음식과 술을 모두 들여오라고 하시였다. 이윽고 점심식사가 시작되였다.

〈자, 모두 나와서 가까이들 앉으시오. 가까이 앉아야 정이 더 두텁다는데

우리는 한없는 영광을 느끼면서 어버이수령님과 한상에 둘러앉았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나이많은 로인에게 먼저 술을 권하시였다.

우리들은 한결같이 술잔을 그이께 먼저 권하였다.

〈동무들과 같이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오늘 할일이 많아서 안되겠소. 그러나 동무들은 사양말고 어서 드시오.〉

그래도 우리들은 술잔을 들지 않았다. 그이께서 한잔만이라도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술잔을 들지 않는 우리들을 둘러보시더니 〈동무들이 나에게 술을 꼭 먹일 작정이군. 정 그렇다면 한잔만 마시겠소.〉 하시고 술잔을 드시였다. …》

비행기의 시창밖에서는 풍요한 전야에 안개흐르듯 희디흰 구름바다가 출렁이고 진주보석을 뿌린듯 별들이 빛나고있다.

차성준은 외국어로 번역출판된 《인민들속에서》 제1권의 《알아야 앞을 내다볼수 있습니다》를 읽으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평범한 농민들속에 들어가시여 그들과 무릎을 마주하시고 농사형편도 료해하시고 생활의 애로도 물어보신 수령님. 나라의 주인이 되자면 알아야 한다시며 송진내 풍기는 수수한 선전실(당시)에도 들어가시여 학습강사의 강의도 들어주신 인민의 어버이.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와 《인민들속에서》를 가지고 이밤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차성준의 가슴은 흥분과 격정으로 이글거리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사랑하는 평양하늘의 새별처럼 차성준의 마음을 뜨겁게 덥혀주었다. 그 별무리를 바라보는 차성준의 심장은 그리움으로 세차게 고동쳤다.

외무성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로작들과 《인민들속에서》,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아프리카나라들에 먼저 보내기로 결정되였을 때 차성준은 자기를 보내달라고 제기하였다. 그러면서 통역이 없어도 되기에 자기가 가면 책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때 허담은 그새 마음고생도 많았고 출판사에 나가 밤을 새우다보니 건강도 좋지 못한데 당분간 피로도 풀겸 휴식할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차성준은 아프리카에 갔다온 후 푹 쉬겠다고 우겨댔다.

그로부터 며칠후 차성준은 김정일동지의 부르심을 받고 허담과 함께 예술영화촬영소로 갔다.

김정일동지께서 영사실청사의 현관문을 열고 나오신것은 밤이 퍽 깊어서였다.

차성준은 그이께 머리숙여 삼가 인사를 올리였다. 밤하늘의 별들도 구슬같은 백광을 뿌리며 차성준을 축하해주는듯싶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안됐습니다.》

그이께서는 차성준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며 고향에 내려가있는 기간 마음고생이 많았겠다고 하시였다. 차성준은 고향의 흙냄새도 맡아보고 두엄지게도 지면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였다고 솔직히 말씀올리였다.

《어떤 자신을 말이요?》

《떠살이 부평초로 살아온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애깊은 미소를 피워올리시며 외등빛이 흐르는 촬영소구내길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러니 이젠 든든히 뿌리를 박았구만, 눈보라속에서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차성준은 고개를 수굿하고 그이의 뒤를 따랐다. 갑자기 그이께서 돌아서시더니 약속한 처녀는 있는가고 물으시였다.

뜻밖의 물으심에 차성준의 귀뿌리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성준에게는 약속한 처녀가 없었다. 그이께서는 차성준의 옆에서 걷는 허담을 일별하시며 외무성에서 총각과장한테 처녀를 볼 시간도 주지 않은 모양이라시며 웃으시였다.

차성준은 두손을 만지작이며 당황하여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런게 아닙니다. 아직은 별로 그런 생각이 없어서…》

《아직이라니? 이젠 서른이 넘었는데 늦었지. 그래 어떤 처녀를 바라오?》

그이의 물으심에 차성준은 수태를 머금은 처녀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등골에서까지 땀이 슴배여올랐다.

《그럼 내가 처녀를 골라볼가? 반대없소?》

《저 분망하신 사업으로 낮과 밤이 따로 없으실텐데 어떻게 저의 개인문제까지

《무슨 소릴 하오? 아무리 바빠도 그 일만큼 중한 일이 어디 있소. 내 그러면 차성준과장의 딱친구다 하구 처녀를 고르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면 잔치상을 차리게.

그런데 둘러리 설 시간까지는 내지 못할것같구만. 둘러린 외무성에서 서야겠습니다.》

호방하신 웃음으로 옹색스러워하는 차성준의 마음을 후덥게 덥혀주시며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성준동무, 내 동무의 색시감으로는 이런 처녀를 고르려고 하오. 따로 둔 심장이 없는 처녀. 어떻소?》

차성준은 목이 꽉 메여올랐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아직 처녀를 고르지도 못했는데?

그이께서는 자신의 품에 안으시듯 차성준의 어깨를 잡아 바싹 당기시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따로 둔 심장이 없는 사람 성준동무, 우리 가슴에 따로 둔 심장이 없는, 몸은 비록 낱낱으로 되였어도 심장은 하나인 동지가 되자구!》

차성준은 눈시울이 뜨거워올라 고개를 숙이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한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겠습니다.》

《나도 믿소. 꼭 몸성히 돌아와 한생을 같이할 처녀와 행복의 상을 받소. 그 결혼식상은 내가 차리지.》

조국을 멀리 떠난 이국에서 오매에도 뵈옵고싶은 김정일동지를 그리는 차성준의 눈귀로 그리움의 눈물이 샘솟듯 괴여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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