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5 장
3
(1)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점심때가 되였다.
부엌에서는 마을녀성들이
〈우리는 점심준비를 다 해가지고 왔으니 념려마십시오. 동무들이 정 준비를 하겠으면 시래기국이나 따끈하게 끓이시오. 내 이전에 빨찌산을 할 때 함남도를 다니면서 시래기국을 많이 먹어봤는데 구수한게 아주 맛이 있었소.〉
그리고
식사준비가 거의다 되였을 때였다.
얼마후 리인민
〈자, 모두 나와서 가까이들 앉으시오. 가까이 앉아야 정이 더 두텁다는데…〉
우리는 한없는 영광을 느끼면서
우리들은 한결같이 술잔을
〈동무들과 같이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오늘 할일이 많아서 안되겠소. 그러나 동무들은 사양말고 어서 드시오.〉
그래도 우리들은 술잔을 들지 않았다.
비행기의 시창밖에서는 풍요한 전야에 안개흐르듯 희디흰 구름바다가 출렁이고 진주보석을 뿌린듯 별들이 빛나고있다.
차성준은 외국어로 번역출판된 《인민들속에서》 제1권의 《알아야 앞을 내다볼수 있습니다》를 읽으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평범한 농민들속에
들어가시여 그들과 무릎을 마주하시고 농사형편도 료해하시고 생활의 애로도 물어보신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와 《인민들속에서》를 가지고 이밤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차성준의 가슴은 흥분과 격정으로 이글거리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사랑하는 평양하늘의 새별처럼 차성준의 마음을 뜨겁게 덥혀주었다. 그 별무리를 바라보는 차성준의 심장은 그리움으로 세차게 고동쳤다.
외무성에서
그때 허담은 그새 마음고생도 많았고 출판사에 나가 밤을 새우다보니 건강도 좋지 못한데 당분간 피로도 풀겸 휴식할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차성준은 아프리카에 갔다온 후 푹 쉬겠다고 우겨댔다.
그로부터 며칠후 차성준은
차성준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안됐습니다.》
《어떤
《떠살이 부평초로 살아온…》
《그러니 이젠 든든히 뿌리를 박았구만, 눈보라속에서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차성준은 고개를 수굿하고
뜻밖의 물으심에 차성준의 귀뿌리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성준에게는 약속한 처녀가 없었다.
차성준은 두손을 만지작이며 당황하여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런게 아닙니다. 아직은 별로 그런 생각이 없어서…》
《아직이라니? 이젠 서른이 넘었는데 늦었지. 그래 어떤 처녀를 바라오?》
《그럼 내가 처녀를 골라볼가? 반대없소?》
《저… 분망하신 사업으로 낮과 밤이 따로 없으실텐데 어떻게 저의 개인문제까지…》
《무슨 소릴 하오? 아무리 바빠도 그 일만큼 중한 일이 어디 있소. 내 그러면 차성준과장의 딱친구다 하구 처녀를 고르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면 잔치상을 차리게.
그런데 둘러리 설 시간까지는 내지 못할것같구만. 둘러린 외무성에서 서야겠습니다.》
호방하신 웃음으로 옹색스러워하는 차성준의 마음을 후덥게 덥혀주시며
《성준동무, 내 동무의 색시감으로는 이런 처녀를 고르려고 하오. 따로 둔 심장이 없는 처녀. 어떻소?》
차성준은 목이 꽉 메여올랐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아직 처녀를 고르지도 못했는데?…》
《따로 둔 심장이 없는 사람… 성준동무, 우리 가슴에 따로 둔 심장이 없는, 몸은 비록 낱낱으로 되였어도 심장은 하나인 동지가 되자구!》
차성준은 눈시울이 뜨거워올라 고개를 숙이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한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겠습니다.》
《나도 믿소. 꼭 몸성히 돌아와 한생을 같이할 처녀와 행복의 상을 받소. 그 결혼식상은 내가 차리지.》
조국을 멀리 떠난 이국에서 오매에도 뵈옵고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