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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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사적인 조선로동당 제2차 대표자회가 페막된 때로부터 며칠이 지나갔다. 가벼운 손기척소리와 함께 김정일동지께서 방에 들어서시자 신인하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어쩔줄 몰라하였다.

《당대표자회결정관철과 관련한 선전선동사업때문에 들렸습니다. 지금 수령님의 보고에 대한 내외의 반향이 어떻습니까?》

서둘러 자리를 권해드리고나서 신인하는 열정적으로 말씀드렸다.

《대단합니다. 온 나라가 위대한 수령님의 보고를 열렬히 지지하며 혁명적열정으로 들끓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 당대표자회에서 하신 보고를 사회주의나라들, 발전도상나라들뿐 아니라 자본주의나라 출판물들과 통신, 방송들까지 경쟁적으로 게재하고있는데 지금까지 있어보지 못한 일입니다. 특히 꾸바와 윁남에서는 수령님의 보고를 반제반미투쟁을 강화하고 국제공산주의운동을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진보적인민들에게 투쟁용기와 승리의 신심을 안겨주는 고무적기치라고 높이 평가하고있습니다.》

《그럴것입니다. 복잡한 현정세에 대한 원칙적립장, 견결한 반제반미정신, 숭고한 국제주의적의리로 세계혁명에 거대한 공헌을 하신 력사적인 보고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말씀을 멈추시고 심중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온 세계가 그렇게 끓고있는데 우리의 출판보도물은 그렇지 못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조성된 정세와 관련하여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며 우리의 혁명기지를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더욱 튼튼히 꾸릴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였는데 당보에 실리는 기사들만 보아도 내용이 깊지 못하고 전투성과 호소성이 약한 그러루한 글들이 지면을 채우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방안을 거니시다가 안타깝게 말씀하시였다.

《왜 출판물들에서 옛날 실학파학자들이 내놓았다는 애국자주정신만 줄창 떠들고있습니까? 이것은 주체를 세울데 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과는 아무 인연도 없습니다. 옛날 실학자들이 말한 〈자주정신〉이라는것으로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교양해서는 우리 당의 자주로선을 옹호관철할수 없으며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를 세울수도 없다는것은 자명하지 않습니까. 당사상사업에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수령님의 혁명사상은 우리 당의 유일한 지도사상이며 당의 모든 로선과 정책은 수령님의 주체사상으로부터 출발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출판보도물들에서 주체사상선전을 하고나 있습니까?

지난 8월 수령님께서 직접 지도하신 〈자주성을 옹호하자〉라는 론설이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우리는 신문과 통신, 방송으로 한번 내보낸 다음에는 잠잠했단 말입니다. 자주성을 옹호하고 주체를 세우자는 말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왜 당대표자회결정관철에로 불러일으키는 전투성과 호소성이 강한 글들이 나가지 못하고 〈위대한 학자〉요, 〈탁월한 사상가〉요 하면서 봉건시기 실학사상만 팝니까? 그런것들이 당시에 어느정도 진보적이였을뿐이지 위대하기는 뭐가 위대하고 탁월하기는 뭐가 탁월하단 말입니까? 봉건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은 고사하고 현상적인 변화라도 일으켰습니까?

우리에게 위대하고 탁월한것은 오직 수령님의 혁명사상뿐입니다.

위대한 김일성동지는 심오한 사상리론과 탁월한 령도, 거대한 혁명실천으로 우리 혁명과 인류앞에 불멸의 업적을 쌓아올리신 혁명의 위대한 수령이십니다!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끓어오르는 의분을 누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수그리고 서있는 신인하를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김도만은 신인하가 자기의 신념대로 대바르게 엇서나가자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면서 기슭의 거품처럼 밀어내려고 하고있었다. 당선전선동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출판보도분야는 자기가 직접 타고앉아서 지시봉을 휘둘렀다.

《자강도당위원회에서 일할 때처럼 당의 사상과 로선을 옹호하는데서 맹수가 되여야 합니다. 사상문제에서는 중간이 있을수 없으며 당적인것과 비당적인것사이의 계선이 명명백백해야 합니다.

전번에 수령님을 모시고 자강도에 갔을 때 위원군방송기자를 만나 지방방송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었댔습니다. 출판보도부문은 당사상전선의 제일선이기때문에 나는 오늘 당대표자회결정관철에서 출판보도부문의 역할을 높일데 대한 문제를 가지고 기자, 편집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합니다.》

신인하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격정으로 이글거리는 그의 눈길을 조용히 마주보시다가 짤막하게 당부하시였다.

《조직해주십시요.》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방에서 나가시는 그이를 따르며 신인하는 세포비서가(당대표자회 직후 각급 당위원장제를 당비서제로 개편) 뵙겠다고 하던데 기다리고있을것이라고 말씀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출입문가에서 돌아서시며 물으시였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신인하는 어줍은 미소를 지으며 주밋거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복도로 나오시니 집무실출입문앞에서 세포비서가 기다리고있었다. 꽃보자기에 싼것을 정히 들고들어와 그이의 책상우에 올려놓으며 평소의 그답지 않게 어딘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번에 참가하지 못하신 협의회안건과 분공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안건은 늘 단벌옷을 입고계시는 김정일동지께 새옷을 한벌 지어드리자는것이였고 김정일동지께 분공된 과업은 세포당원들의 동지적인 진정을 꼭 받으시는것입니다.》

《!…》

그이께서는 뜨거운 눈길로 세포비서가 보자기를 펼쳐보여드리는 양복을 이윽히 보시였다. 불현듯 가슴을 아릿하게 하는 추억이 갈마들었다.

그이께서 중학교를 졸업하실 때 양복을 지어입어야 했으나 새옷을 마련할 돈이 모자라 수령님께서는 자신께서 입으시던 양복을 뜯어서 뒤집어짓도록 하시였다. 내각수상의 생활비를 가지고 댁에 찾아오는 그 많은 손님들에게 밥을 한끼씩 대접하고나면 남는 돈이 없었던것이다. 그런데 뒤집다나니 웃주머니 바늘자리가 반대쪽에 나타나 저고리는 입기 어려웠다. 동생이 저고리는 입지 말라고 했지만 그이께서는 일없다고 하시며 웃으시였다. 깊은 밤 동생은 수령님의 양복을 뜯어 지은 양복을 다리며 소리없이 어깨를 떨었다. 인생에 처음으로 입으신 양복이 동생을 울렸던것이다.

그럴진대 어머니없이 성장한 아드님의 첫 양복차림을 보아주시며 반대쪽의 바늘자리를 애써 외면하시던 수령님의 마음이야 얼마나 아프셨으랴.

하지만 그이께서는 수령님의 체온과 체취가 스며있어 그 옷이 좋으시였다. 늘 수령님께서 감싸안아주시는것만 같아 마음도 따스하시였고 또 수령님처럼 인민에게 충실하리라는 자각이 걸음걸음 뒤따르군 하시였다.

인민의 수령의 가정에서만 있을수 있는 사연이였고 수령님을 절대적으로 흠모하고 따르시는 그이께서만이 간직하실수 있는 첫 양복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고맙습니다. 세포당원동지들이 인민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하라는 당부로 알고 이 양복을 귀중하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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