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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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춘추의 얼굴이 굳어졌다.

연길유격구에서 사업하다가 처창즈유격구가 창설될 때 거기로 파견되였던 림춘추는 금순이 일가에 대한 이야기를 처창즈에 들어온 왕우구인민들에게서 들었다.

해방후 연변공서 전원으로 사업할 때에 금순이의 혈육을 찾아보라는 수령님의 지시를 받고 노력하던중 금순이와 같이 체포되였던 사람들에게서 아버지와 어린 동생도 학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순이의 혈육은 이 세상에 없다고 보고드렸었다. 그런데도 전후 동북혁명전적지답사단을 파견하실 때 수령님께서는 자기와 박영순에게 금순이의 혈육이 어디엔가 살아있을수 있으니 꼭 찾아보라고 하시여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잡을수 없어 끝내 단념하였다.

몇해후 자기가 재외대표부에 있을 때 대규모답사단이 또다시 동북지방에 파견되였는데 그때 답사단 서기를 하던 김태호가 금순이의 혈육을 찾아볼데 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새기고있다가 왕우구에 가서 적들의 《토벌》당시 금순이 어머니는 어린 애기를 누구에게인가 맡기고 유격구사수전에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사실여부는 알수 없었다.

김태호네가 최근에도 금순이 남동생을 찾기 위해서 다시 떨쳐나섰다는것은 알고있었지만 필경 금순이가 체포되였을 때 한 말이 사실일것이라고 단정하고 이번에 회상기의 증보판을 쓸 때 초판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두었던것이다.

《김태호과장도 이제는 포기하는것같은데 저는 수십년세월이 흐르도록 항일혁명의 나어린 렬사 김금순을 잊지 못해하시는 수령님께 금순이의 남동생을 더는 찾을수 없다는 보고를 드릴수가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를 한모금 드시며 목을 추기시고 절절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수령님께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있는데 왜 오늘도 금순이의 혈육을 찾고계시겠습니까? 그 나어린 소녀에게 다 부어주지 못하신 사랑과 정까지 다 합쳐 깡그리 부어주고싶으신 그 눈물많은 인정세계, 그렇게 사랑과 정을 부어 혁명의 피줄기를 꿋꿋이 이어줌으로써 혁명위업의 머나먼 미래까지 다 책임지시려는 헌신의 세계가 아니겠습니까. 하늘땅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있을것입니다, 꼭 살아있을것입니다.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 수령님앞에 내세워야 합니다.》

묵묵히 앉아있던 림춘추는 무거운 숨을 내그었다.

《내가 너무 속단했던것같습니다. 만약 금순이 아버지가 그때 희생되지 않고 후에 민생단으로 몰려 희생된것이 사실이라면 놈들이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집에 가두어넣고 불태워죽였다는 그것은 정확치 않은 소문을 금순이가 알고있은것으로 됩니다. 그렇다면 동생은 살아있을수 있다는것인데…》

아무 말씀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화제를 돌리시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다른 문제인데 혹시 왕우구유격근거지 근방에서 엿장사로 위장하고 활동한 지하공작원에 대해서 모르시겠습니까?》

림춘추는 머리를 기웃하였다.

《생각나지 않습니다. 내가 처창즈로 옮겨간 다음 수령님께서 좌경분자들이 적색지대요, 백색지대요 하면서 군중까지도 갈라서보려는 현상을 비판하시고 군중공작을 적극적으로 벌려 적들이 통치하는 백색지대를 낮에는 적들의 세상이고 밤에는 우리 세상인 반유격구로 만들어 유격구를 보위할데 대한 로선을 제시하시였습니다. 그래서 유격근거지에서 많은 지하공작원들이 파견되였는데 대체로 구당과 구공청에서 적들에게 로출되지 않은 당원들과 공청원들이 파견되였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는 왜 물으십니까? 얼마전에도 당력사연구소의 김태호과장이 찾아와서 묻길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아버지얼굴을 모르는 혁명학원출신이 한명 있는데 두살때 어머니를 잃었고 어릴 때 자기를 길러준 중국녀인에게서 아버지가 왕우구근방에서 엿장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엿장사가 지하조직과 동지들을 적들에게 팔아먹은 변절자로 처단되였다는것을 알게 되여 고민하고있습니다. 처단된 엿장사는 성이 김씨였다는것밖에 이름도 모릅니다.》

《엿장사가 지하공작원이였는데 변절해서 조직과 동지들을 팔아먹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림춘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틀린것같습니다. 우리가 지하공작을 할 때 엿장사와 같이 행상인으로 가장한 공작원은 그 위치가 중요한 사람입니다. 조직과 조직, 공작원과 공작원사이를 이어주는 통신원이거나 지어는 일정한 지역의 조직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줄창 돌아다니면서 련락을 하거나 지휘를 해야 하기때문에 그렇게 위장하는것입니다.

만약 그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작원이 변절했다면 그와 련관되여있는 조직은 끝장나거나 상당한 피해를 봅니다. 그런데 왕우구일대의 지하조직은 적들에게 로출되지 않고 상당히 오래동안 활동하였습니다. 그 지하조직출신들이 해방후 연변자치구를 창설하고 민주련군을 조직할 때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중요한 위치의 지하공작원인 엿장사가 변절했다면 그렇게 될수 없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눈길에서 섬광이 확 뿜어나왔다. 그이께서는 림춘추의 손을 꽉 움켜잡으시였다.

《그렇습니까? 참 중요한것을 또 하나 배웠습니다.

그러면 김씨성을 가지고 엿장사로 가장한 지하공작원에 대해서 알아볼수 있지 않겠습니까!》

림춘추는 확신성있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건 어렵지 않을것입니다. 지금 중국의 연변자치구에 그때 지하공작원출신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편지를 띄우면 알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외무성을 통해서 경로를 밟는것보다 인연이 깊은 서기장동지의 명의로 직접 편지를 보내는것이 더 빠르고 확실할것같습니다.》

다음순간 그이께서는 뇌리를 치는 어떤 예감에 말씀을 멈추시였다.

김금순이

왜놈 《토벌》에 희생되였는가, 《민생단》으로 몰려 희생되였는가를 다시 알아보아야 하는 금순이의 아버지

변절자로 처단되였다는 지하공작원 김씨

아버지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유상룡이

어쩐지 한선에 꿰여지든것만 같은 예감으로 흥분되여오르는 그이의 귀전에 항일아동단가요 《어데까지 왔니》의 선률이 쟁쟁히 울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흥분을 아직은 묻어두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림춘추에게 물으시였다.

청년전위3부는 잘돼가고있습니까?》

《금년말이면 출판에 넘길수 있을것같습니다.》

수령님께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계십니다.》

《알고있습니다. 경험도 생겼으니 좀더 재미있게 쓰려고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그 소설은 재미보다도 진실성이 기본이라고 하시였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가 떠나는 발동소리에 잠에서 깨여난 쑤다에브가 나와서 마당에 점도록 서있는 림춘추에게 물었다.

《누가 왔다갔습니까?》

김정일동지이시오.》

쑤다에브는 깜짝 놀랐다.

《아참, 만나보고싶었는데. 좀 알려줄것이지…》

림춘추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 나라 속담에 어떤 말이 있는지 아시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첫문을 여는 사람한테 복이 들어온다고 했지요. 알겠습니까? 쑤다에브선생, 조선에 와서 그런 복을 받자면 늦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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