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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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수산사업소들을 현지지도하시는 수령님을 모시고 잔파도가 넘실거리는 백사장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갈매기떼들이 깃을 퍼덕이며 바다기슭을 춤추듯 날아옜다.

수령님께서는 허공에서 원을 지어 날으는 흰갈매기떼들을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오진우동무를 찾아갔댔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왼손에 쥐신 가방을 오른손으로 넘기시며 나직이 뇌이시였다.

《영화촬영을 하는데 말이 없어서 갔댔습니다. 그래도 바쁜 일이 생기면 투사동지들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뒤짐을 지시고 앞서 걸으시던 수령님께서 주춤 서시며 돌아서시였다.

《헌데, 오진우동문 말을 빌려준 값을 톡톡히 받을 잡도리더구만.》

《영화가 완성되면 민족보위성에 맨 먼저 필림을 보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수령님께서 웃으시며 가벼이 손을 저으시였다.

《오진우 말은 그게 아니구 이제부턴 영화부문처럼 자기네 보위성사업도 좀 보게 해달라는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득히 펼쳐진 수평선을 보시며 화제를 돌리시였다.

《국가과학원 연구사들이 구호나무현출시약연구에서 성과가 있는것같습니다.》

《그들은 꼭 해낼거요. 현출시약만 완성해내면 신흥지구에서도 많은 구호나무들을 찾아내겠지.》

수령님께서는 백사장에 서있는 소나무앞에서 걸음을 멈추시고 푸르른 잎새를 떠인 가지를 휘여잡으시였다.

《아직 못찾았지? 금순이의 혈육을

《예, 하지만 지금 당력사연구소 김태호과장이 무척 애쓰고있습니다. 어떻게 하나 찾겠습니다.》

《음. 금순인 아동단연예대에서 춤 잘 추고 노랠 잘 불러 〈마촌콩새〉라구 사랑담아 부르던 애였소.》

수령님께서는 혁명가요 《어데까지 왔니》의 가사를 외워보시였다.

《금순인 통신련락가며 늘 〈어데까지 왔니〉의 노래를 어깨를 달싹거리며 부르군 했소. 그처럼 귀엽구 발랄하던 금순이가 아홉살 어린 나이에 왜놈들한테 학살됐으니…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두 그 앨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막 미여지는것만 같소.》

수령님의 교시를 받으시며 김정일동지께서는 추억의 갈피를 펼치시였다.

김정일동지에게서 혁명가요 《어데까지 왔니》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잊을수 없는 노래였다. 어머님으로부터 이 노래를 배우시였고 짬이 있을 때마다 댁에서 풍금으로 늘 연주하군 하시였으며 동네아이들을 모아놓고 군사놀이를 할 때에도 대렬합창곡으로 이 노래를 부르게 하시였다.

그 노래에 대한 한가지 추억이 더 있었다. 중학시절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날이였다. 그이께서 학교로 나오시니 음악교원으로 새로 온 처녀선생이 교실안의 책상과 의자들을 복도로 내놓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선생에게 인사하시고 왜 책상과 의자들을 복도에 내놓는가고 물으시였다. 새로 오다보니 그이가 누구이신지도 모르고있는 교원은 오늘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으며 유치원어린이들의 예술소조경연이 있는데 그 경연을 이 교실에서 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방을 책상우에 놓으시고 오가는 학생들을 부르시여 선생님을 도와 책상과 의자들을 내오자고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말씀에 학생들은 성수가 나서 웃고떠들며 도와나섰다.

깨끗하게 정돈된 교실에서는 어린이들의 예술소조경연이 시작되였다. 심사성원으로 평양시인민위원회 교육부를 비롯한 각급 교육지도기관들과 중학교 음악교원들, 전문단체들에서까지 여러명이 동원되였다. 그이께서는 복도에서 열려진 문가를 통해 학급동무들과 함께 경연을 보시였다.

이날 어느한 유치원에서 출연한 독창 《어데까지 왔니》는 노래도 잘 불렀지만 기악과 노래의 안삼불도 손색이 없어 듣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흥을 주었다. 그런데 심사결과에서는 외국노래들을 부르고 연주한 단위들이 우수한 평가를 받고 혁명가요 《어데까지 왔니》는 락선되였다.

경연심사결과가 발표되고 심사성원들과 유치원어린이들이 떠나간 뒤 그이께서는 심사성원으로 뽑혔던 음악교원에게 왜 혁명가요가 락선되였는가를 물으시였다. 그러자 선생은 시교육부장이 국제아동절의 성격에 맞지 않는 노래를 선정했기에 락선시켰다고 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분노하시였다.

《그 노래는 항일의 피어린 전장에서 아동단원들이 불렀던 혁명가요입니다. 만약 오늘 그 아동단원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고 했겠습니까? 우리 조선의 학생소년들은 바로 〈어데까지 왔니〉와 같은 혁명가요를 부르며 항일의 아동단원들처럼 조선을 위하여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후 그이께서는 학급동무들을 이끄시고 첫 백두산답사길에 오르시였다.

《금순이 혈육을 찾기가 힘들테지, 하두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수령님께서 잔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기슭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낮으나 강인한 어조로 다시 말씀드렸다.

수령님, 금순이 혈육은 꼭 찾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무대예술부문까지 맡아보는데 몸이 견뎌내겠소?》

《일없습니다. 수령님, 우리 당의 혈통을 고수하고 이어가는 일인데 몸을 아끼겠습니까. 제 하늘땅을 다 뒤져서라도 기어이 금순이 동생을 찾아 수령님곁에 세워놓겠습니다. 금순이 동생만이 아닌 온 나라 전체 인민을 수령님의 두리에 억척같이 묶어세우겠습니다. 그래서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을 이룩하자는것이 저의 결심입니다!》

《일심단결, 음 배심이 든든해져. 난 그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을 따라 자욱을 옮기시며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에 금순이와 같은 아동단원들도 형상하겠다고 하시면서 혜산에서 벌어지고있는 심상치 않은 사태에 대하여 말씀드리시였다.

수령님의 안색이 금시 심중해지더니 바다기슭의 바위우에 천천히 올라서시였다.

《보천보전투승리를 기념하는 탑인데 흰기발을 세운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수령님옆에 오르시며 수평선 그 어딘가를 바라보시였다.

《우리 나라엔 붉은 화강석이 없다고 하면서 흰 대리석으로 기발형태만 세우라고 했답니다.》

《음-》

담배를 꺼내여 쥐시는 수령님의 음성에 노기가 서렸다.

《내 천리마동상을 세울 때부터 말했소. 앞으로 혜산에는 휘날리는 붉은기를 세워야겠다고. 그런데 아직까지 그 준비를 안하고있다가 이제 와서는 흰기라? 그건 빨찌산들이 왜놈들한테 투항하러 간단 소리나 같지 않는가? 엉?》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딘 칼날로 심장을 저미는듯한 아픔을 느끼시였다. 대기념비의 주제인 붉은기는 벌써 오래전에 수령님께서 구상하시고 교시하시였는데 그것을 맡아한다는 사람들은 여직 창작가들에게는 전달하지조차 않았으니… 만약 창작가들을 백두산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이께서는 격해지는 심정을 누르시며 말씀드리시였다.

《그래서 김일동지와 토론했습니다. 우리 나라 대리석을 수출하고 붉은 화강석을 수입하자고 말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말씀하시였다.

《붉은 돌이 나오는 나라가 몇개 있다는데 아직은 우리의 무역판도가 넓지 못하다나니 현재 무역상대국들중에서 당장 그걸 들여올수 있는 나라가 쏘련밖에 없을거요. 헌데 쎄브〉에 들지 않은것때문에 쏘련과의 무역이 애를 먹고있소.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절실히 필요한것들마다 딱딱 받아들일수 없는 부대조건을 걸군 해서 김일의 화를 돋구군 하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겠는지 모르겠소. 외무성과 협동해야 할거요.》

《알았습니다. 그 말씀을 허담부상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음, 그래 허담이가 적임자지. 해낼거요. 허담인 갈수록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그 괄랭이가 사람을 참 잘 골라잡았거던!》

허담의 안해를 두고 하시는 그 말씀에 김정일동지께서도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푸르른 소나무가 억세게 아지를 뻗치고 선 바다기슭의 바위를 덮으며 검푸른 물결이 솟구쳐올랐다. 기름진 토양도 아닌 바위우에 뿌리를 내리고 솟구친 소나무옆에는 잔솔들도 키돋움하며 푸른 가지를 흐느적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위우에 솟은 소나무식솔들을 생각깊으신 눈길로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파도가 소나무들이 솟은 바위에 와서 부딪쳤다. 파도가 일으킨 물보라는 장쾌하면서도 숭엄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은 단순히 력사적사변을 전하는 기념비가 아니라 우리 당 사상의 탑으로 되여야 한다는것을 다시금 마음속에 굳히시며 수령님을 따라 다시 백사장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백사장에 찍혀지는 두분의 발자욱에 하얗게 머리를 숙인 잔파도가 숭엄히 다가들고있었다. 사연깊은 그 자욱들이 찍혀져가는 백사장 저너머로 붉은 노을이 밝게 비쳤다. 우리 당과 혁명의 빛나는 앞길을 암시하듯 찬란하게 비껴오는 그 노을속으로 위대한 수령님과 김정일동지께서 걷고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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