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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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나물을 뜯는구만.》
언제 오셨는지
《어제 아침에 산나물국을 끓이라고 했댔소. 빨찌산때나 지금이나 그 맛은 변하지 않았더군.》
이어
《음… 과녁은 명백한데 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가? 유격근거지에선 하루에 몇차례씩이나 왜놈들과 싸우면서도 전투가 끝나면 유격대원이고 인민들이고 모두 떨쳐나 땅을 걸구구 씨앗을 심어 식량을 해결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이야 오죽 조건이 좋나?》
《문제는 일군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군들이 군의 호주가 되여 앞채를 메고 진심을 바치면 인민생활문제는 풀릴것같습니다.》
《옳은 말이요. 군당이나 군인민위원회 일군들이 항일유격대지휘관들처럼 일하면 우리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살수 있소. 내 그래서 일전에도 내각일군들에게 항일유격대원들의 투쟁기풍을 따라배우기 위한 교양사업에 모를 박으라고 말해줬소. 일군들부터가 항일유격대지휘관들처럼 살며 일하라고도 했구.》
항일유격대의 지휘관들처럼!
그때의 인민, 그때의 지휘관, 그때의 정신을 생각하시며 군이 잘살 길을 탐색하고계신다.
발등이 퉁퉁 부어있었다.
《이건 산에서 싸울 때 쓰던 빨찌산약이요. 인차 부은게 내릴거요.》
《어렵고 힘겹긴 했어도 산에서 싸우던 때가 종종 그립소. 빨찌산때는 모두가 다 한마음한뜻이였댔는데…
참, 엊그제 내각사업을 토론하려고 김일동무가 왔다갔는데 얘기끝에 한 서너달전부터 산에서 싸우던 동무들이 림춘추를 주필자로 해가지고 달라붙어서 나의 항일혁명투쟁령도사라는것을 쓴다구 하더군. 그런 토론을 했댔소?》
《그렇습니다, 항일의 혁명전통에 그 무슨 〈전통〉을 뒤섞으려 하는 지금 절대로 미룰수 없습니다.》
《음…》
《그래서 책벌받을 각오까지 하고 나섰군.》
《서기장동지에게 이미 나간 〈항일무장투쟁시기를 회상하여〉의 증보판을 먼저 내자고 하였습니다. 초판을 낼 때 앞으로
《그러니 벌써 해놓았구만.》
《한시도 미룰수 없었습니다. 초판이 나온 때로부터 지난 5년간 독자들이 보내오는 무수한 편지들도 다
이윽고
《외무성에서도
《우리 나라에도 수정주의바람은 들어왔소.》
《지금 세계정세가 복잡하오. 제국주의자들이 날뛰는것은 하나도 무서울게 없소. 문제는 사회주의진영이 단결되지 못하고있는것이요. 그것때문에 식민지민족해방운동과 윁남인민의 항전이 시련을 겪고 새로 독립한 나라들도 좌왕우왕하고있소.
우리 내부는 또 어떤가? 정세가 복잡할 때일수록 당원들과 인민들에게 현정세에 대한 우리 당의 립장과 의지를 잘 알려주고 당정책관철에 불러일으켜야 하겠는데 사상사업이 그렇게 되지 못하고있거던. 이번에 〈로동신문〉에 〈자주성을 옹호하자〉라는 론설도 내보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되오.
그래서 오는 10월에 당대표자회를 열고 우리 당의 견결한 반제자주의 사상, 통일단결의 사상, 투철한 국제주의정신을 선언하고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병진로선관철에로 다시한번 불러일으키자고 하는거요.》
《나를 내세우는 령도사보다도 우리 당의 혁명전통인 항일의 전통을 전면적으로 풍부하게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항일혁명투쟁사를 전면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큰 글을 써서 후대들에게 물려줄 필요가 있소. 몇사람의 회상기로가 아니라 한 10권정도 되는 력사문헌으로 편찬한다면 그 만고의 혈전사가 〈삼국사기〉나 어느 봉건왕조실록에 대겠소?
산에서 싸우던 동무들이 더 늙기 전에 회상도 하고 고증도 해줘야겠는데 안타깝게도 매번 정세가 허락치 않았소. 병진로선을 내놓으면서 7개년계획을 3년 연장하기로 하였는데 그걸 관철하자고 해도 그래, 당장 싸우는 윁남을 원조하자고 해도 그래 아직도 허리띠를 조여야 하오.》
《혁명의 만년대계를 위한 사업인데 현단계에서는 그 준비를 착실히 갖추어야 하오. 지금 하고있는 회상기들을 계속 내밀면서 경험을 쌓는것이 좋겠소.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나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가 얼마나 좋소!》
잡관목숲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상상을 초월하는 가시덤불길을 헤치시며 천추만대 불후할 업적을 쌓아올리신 우리
《
저는 한생토록 잊을수 없는 이 피의 력사를 너무도 잘 알기에 백두의 뿌리에 감히 칼질하려는 책동을 용납할수 없고 우리 혁명의 력사적뿌리를 옹호하고 계승하는것을 당원의 본분으로, 저의 필생의 의무로, 좌우명으로 삼고있습니다.
저는 한생을 백두산의 아들로 살 결심입니다.》
《저는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도 아니고 부부장, 과장도 아닙니다. 그러나 천금을 주고도 살수 없고 만들수도 없는 백두의 혁명전통을 순결하게 고수하는것은 현시기 우리 당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기에 당원의 의무로, 본분으로 생각하고 그 뿌리를 지키는데 한몸 바치려고 합니다.》
《나는 때가 오면 우리가 백두의 설한풍속에서 피로써 개척하고 수십년동안 포연탄우와 재더미, 력사의 온갖 풍파를 헤치면서 전진시킨 조선혁명에 가장 충직한 사람, 우리의 혁명위업을 가장 곧바르게 이어갈 사람이 그 사업도 맡아 지도하게 되리라고 믿소.》
뜨거운 격정이
(
《오늘은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돌아보고 생산을 정상화하는 문제를 가지고 도의 일군들과 협의회를 해봐야겠소. 그 공장 생산정상화라는게 뻔한데 되지 않고있다는것이 모를 일이거던. 근간에 평북도에 와서는 기계공장들을 기본으로 보다나니까 관심을 못돌렸소. 아무래도 현지에 나가보고 대책을 세워줘야겠소.》
그러시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시였다.
《이번에 나하고 같이 창성, 삭주, 벽동일대를 돌아보면서 수고가 많았소. 우리가 자주 나오는데가 돼서 여기 일들은 그만하면 잘되고있는데 기왕 시간을 내서 왔던김에 평북도와 자강도를 전반적으로 함께 돌아보는것이 좋겠소. 지방당사상사업에 대해서 특별히 주목을 돌려주오.
림춘추는 장편소설 〈청년전위〉의 련속부를 빨리 써야 하오.
그 소설이 얼마나 좋소. 청년들속에서 인기가 대단하다지?
나도 읽어봤는데 1부도 좋고 2부도 좋아서 련속부를 계속 쓰는것이 좋겠다고 했소. 박달동무의 소설도 그래 림춘추동무의 소설도 그래 혁명투쟁에 직접 참가한 투사들이 쓴 글이기때문에 감화력이 크거던.
물론 순수 형상으로만 본다면야 전문작가들보다 기교는 약하지. 그러나 진실하단 말이요!
문학작품의 첫째가는 생명력은 진실성이요. 그래서 림춘추동무가 이제는 어지간히 경험도 생겼노라면서 3부는 더 재미있게 쓰겠다고 한다길래 그저 진실하면 된다구 말해주었소.
림춘추가 항일무장투쟁시기에 군중공작도 많이 했고 당사업도 하면서 우리가 진행한 크고작은 회의들에도 다 참가한 경험많은 동무이기때문에 몇해전부터는 통일전선사업도 방조하라고 과업을 주었는데 서기장일도 할래, 그 일도 할래, 글도 쓸래 부담이 많을거요. 잘 도와줄 필요가 있소.
림춘추한테 얘기해서 내도록 한 그 항일무장투쟁회상기 증보판은 내가 꼭 봐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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