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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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일은 김정일동지께서 예견하셨던 그대로였지만 불시에 현실로 닥치고보니 뜻밖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허담부상이 방금 말씀올린 쑤다에브의 평양방문을 생각하시며 집무실벽에 세워진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전경도에 눈길을 돌리시였다. 창작가들은 탑주위의 교양마당에 수림과 꽃밭들을 형성하려고 했는데 어쩐지 마음에 걸리시였다. 그이께서는 교양마당에 인공호수를 만들 결심을 하시였다. 호수를 형성하면 기념탑이 호수와 어울려 조형적인 미감을 한층 더 돋구어줄것같았다. 창문쪽 의자옆에 선 허담은 그이의 사색을 방해할가봐 숨소리마저 죽이고있었다.

이윽고 그이께서 전경도앞에서 돌아서시며 허담을 보시였다.

《쑤다에브의 방문목적은 무엇입니까?》

《쑤다에브는 림춘추동지만 만나게 해달라고 외무성에 요청했습니다. 그외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칭 《네거리 쑤다에브》라는 벌가리아의 정객을 뇌리에 떠올리시였다. 그이께서는 이미 림춘추를 통하여 쑤다에브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보시였다.

림춘추에게 보낸 쑤다에브의 편지는 석줄짜리였다.

《안녕하십니까? 정계에서 밀려난 이 쑤다에브가 개인자격으로 림선생을 찾고저 합니다.

〈네거리 쑤다에브〉.》

그때 림춘추는 그이께 편지를 보여드리면서 인사치레삼아 쓴 편지같다고 하였다.

생각에 잠겨계시는 그이께 허담이 말씀드렸다.

《제 생각엔 〈네거리〉란 별명두 이쪽저쪽으로 지휘봉을 흔드는 네거리 교통정리원이다 하는 뜻에서 스스로 단 별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두팔을 모두어끼시고 창밖을 응시하시였다.

《교통정리원이라?! 그럴수도 있고 그 반대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한 나라의 외무성에서 일한 외교관이고보면 자기의 주의주장이 누구보다도 강한것으로 하여 이쪽저쪽으로 훈시하는 네거리 교통정리원이라 자칭할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심정이 비낀것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여튼 내 생각엔 그가 편안한 마음으로 오는것같지는 않습니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만나게 합시다.》

《알겠습니다.》

《자, 이젠 밤도 깊었는데 어서 집으로 퇴근하십시오. 지금 세계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정객들이 많지만 부상동무야 네활개를 쭉 펴구 코를 골수 있지 않습니까, 허…》

허담도 웃음을 머금으며 의자우에 놓았던 보자기를 들었다. 그는 보자기를 풀고 그속에서 마분지함을 꺼내여 집무탁우에 조심스레 놓았다.

《이건 뭡니까?》

허담은 말없이 함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윤기도는 검은색구두가 한컬레 들어있었다.

《색갈이랑 형태가 맘에 드시겠는지 모르겠는데… 신어보구 맞으시면…》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기 말의 아퀴를 짓지 못한채 헛기침하며 눈길을 떨구는 허담의 얼굴에서 그의 불안한 내심을 간파하시였다. 내심적인 일군인 허담이 이 구두를 들고오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조였겠는가.

자신께서 남다른 특혜와 특전을 질색하신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고 또 몇번이나 거절을 당한적도 있는 그로서는 백번천번 바재이다가 용단을 내렸을것이다. 그이께서는 자신께서 신고계시는 구두를 내려다보시였다. 이제는 너무 낡은데다 요새 촬영소일로 바삐 다니시느라 구두약을 칠한지도 퍼그나 오래된듯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선우선한 표정으로 미소를 떠올리시며 구두를 드시였다.

《이거 우리 나라 구두공장에서 만든 제품이구만요. 잘 만들었습니다. 색갈두 형태두… 좋구만, 아주 좋아!》

허담의 얼굴은 청신한 봄빛처럼 환히 밝아졌다. 또다시 거절을 당할것을 예견하여 마음속 준비를 든든히 갖추고있던 그는 천만다행이다싶어 그이곁에 바싹 다가서며 변죽을 울렸다.

《예, 평판들이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외무성 일군들도 적잖게 이 구두를 신고다닙니다.》

이쯤 해놓으면 거절하실 리유가 없을것이라고 타산했는지 얼굴의 주름을 쭉 펴며 미소를 짓는 그를 그이께서는 정다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다가 뒤짐을 지고 집무실안을 걸으시였다.

《세계정치사가 뒤숭숭한 때에 조선의 외무성 부상은 구두를 들고 다닌다? 과시 대국들과 떡떡 맞서는 외교관답구만요. 배포유하고 여유작작한… 하하…》

허담은 구두가 들어있는 함을 들고 그이께로 다가갔다.

《어서 신어보십시오.》

그이께서는 구두가 들어있는 함을 받아보시다가 집무탁우에 놓으시고 뚜껑을 덮으시였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한텐 구두가 또 있습니다, 이것 말고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일단 마음먹은 일에서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 허담이 단호한 결심으로 역습해오리라고 넘겨짚으시였다.

《지금 신은 구두는 너무 낡은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발이 날개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사람한텐 발이 날개지요. 하지만 이 구두는 아직도 얼마간은 김정일 날개노릇을 할수 있습니다.》

《사실 몇십번 재고 또 재다가 들고 온건데 도로 들고가긴 뭣하지 않습니까. 이번만은 사양하지 마시구 받아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안타까이 간청하는 허담의 얼굴에서 자신이 신은 구두를 보며 한숨을 터치던 김일의 모습을 그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책장밑의 문을 여시고 함 하나를 꺼내여 책상우에 놓으시였다. 그리고 함뚜껑을 여시였다. 그속에 또 한컬레의 낡은 구두가 있었다.

《보십시오, 나에겐 구두가 많습니다. 요샌 바빠서 그러는데 이제 시간이 생기면 구두수리소에 가서 수리하려고 합니다.》

《구두수리소에 가신단 말입니까?》

《수리할 구두니 수리소에 가야지요.》

허담이 뚜껑을 닫고 곽을 들었다.

《그럼 이 구두는 제가 수리하겠습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내가 세포에 이미 보고했습니다. 일요일에 예술영화촬영소에 나가는데 그때 한시간정도 사적으로 볼일이 있다고 말입니다. 세포에서도 승인해줬기때문에 수리소에 들리려고 합니다. 이 구두는 요긴한 일이 생기면 쓰겠습니다.》

그이께서는 허담이 가져온 새 구두가 들어있는 함과 수리할 낡은 구두가 들어있는 함을 책장밑에 넣으시고 서둘러 화제를 돌리시였다.

《참, 림춘추동지와 쑤다에브는 어데서 만나게 하려고 합니까?》

허담은 쑤다에브가 오면 대동강려관에 들게 하고 평양에서 만나게 하면 좋겠다는 자기의 의견을 말씀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을 앞가슴에 모으시고 집무실안을 거니시면서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정계에서 퇴직한 쑤다에브를 뇌리에 떠올리시였다. 공식적인 관직도 없는 쑤다에브가 림춘추를 찾아온것은 다분히 친분관계로부터 출발하였을것이다.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생활무대를 펼치면 정을 더 깊이 나눌수 있을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그이께서는 쑤다에브를 최근 림춘추가 집필을 하고있는 곳으로 보내는것이 두사람의 상봉에 더 자연스러울것이라고 하시면서 체류기간 그의 생활을 잘 보살펴줄데 대하여 부탁하시였다.

《자, 이젠 어서 퇴근하십시오.》

허담은 그 자리에 버티고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구두를 신지 않으시는 대신 뭐든 한가지는 받아내야 하겠습니다. 퇴근이라도 함께 하시였으면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고개를 저으시였다.

《나는 이제 창성으로 가야 합니다. 수령님께서 당대표자회보고를 집필하시기 위하여 그곳에 계시는데 나의 대학졸업론문을 다시 보시겠다고 찾으십니다.》… 

 

창성은 수령님과 김정일동지께 정이 든 고장이였다. 동북부는 벽동, 동남부는 동창, 서남부는 삭주, 서북부는 수풍호를 사이에 두고 중국동북지방과 접해있다. 고려시기에는 장정현 창주로 되였다가 조선봉건왕조시기부터 창성으로 불리워졌다. 산이 많은 군으로서 산지가 군면적의 95%이며 제일 높은 비래봉은 1 470m이다.

여기에도 항일혈전사가 수놓아져있었다. 수령님께서는 1937년 이곳에 비밀근거지를 창설하도록 하시였다. 경사가 급한 절벽과 산세가 험한 산들로 둘러싸여있고 천고의 원시림이 우거져 근거지위장을 철저히 보장할수 있었으며 삼봉산에서는 동서남북을 손금보듯 내다볼수 있어 감시조건이 좋았다. 김형직선생님께서도 창성에 오시여 조선국민회 창성지회를 결성하시였다.

해방전 사람못살 궁벽한 산골이여서 창성땅에 뿌리를 내리고 대를 물려가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조국해방전쟁의 가장 준엄했던 전략적인 일시적후뢰시기 창성땅에 자욱을 새기신 때로부터 창성을 찾고 또 찾으시여 지방경제건설의 본보기를 창조하신 다음 1962년 8월 이곳에서 지방 당 및 경제일군창성련석회의를 소집하시였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큰 수술을 받으시고 미처 추서지 못하신 몸으로 련석회의를 준비하고 지도하시기 위하여 이곳에 오신 수령님의 사업을 정력적으로 보좌해드리시였다. 그이께서 창성은 물론 린접군들의 지방경제실태를 구체적으로, 력사적으로, 전망적으로 조사장악하여 제출하신 실태보고서들이 력사적인 창성련석회의문건의 과학적기초로 되였다. 대학졸업론문 《사회주의건설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 도 바로 여기에서 구상되고 무르익었다.

그래서 김정일동지께서는 비오나 눈오나 수령님을 모시고 찾고찾으신 이 창성땅에 남다른 정을 품고계시였다. 창성의 작은 오솔길에 피여난 이름모를 들꽃도 그이께는 집뜨락의 꽃처럼 정다웠다.

이른새벽 김정일동지께서는 산기슭으로 오르시였다. 뽀얗게 이슬을 머금은 산나물들이 눈에 띄우자 무릎을 굽히고 그것들을 뜯기 시작하시였다. 이때 흰 서리가 내린 귀밑머리를 날리며 할머니 한분이 염소를 끌고 올라오다가 멈춰섰다. 그리고는 산나물을 뜯으시는 그이를 이윽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자나이의 젊은이가 나물캐는건 처음일세. 나물을 귀하게 여기는걸 보니 아마 도회지에서 사는 모양이지?》

그이께서는 할머니를 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어려서부터 맛들였는데 좀 씁쓸해도 맛이 좋습니다.》

《그럼 산골에서 나서 자랐나?》 하면서 할머니는 그이의 차림새를 미심쩍게 뜯어보았다.

《할머니 짐작이 맞습니다. 저는 평양에서 삽니다. 하지만 태여난 곳은 산골입니다.》

할머니는 자기가 빗보지 않은것이 은근히 기쁜 모양이였다.

《글쎄 그런것 같더라니. 그래도 어릴적에 맛들인것에 애착을 가지고있다는게 쉽지 않네. 입이란게 제일 변덕이 많고 배반도 쉽게 하는 법이니까.》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십니다. 입이 쉽게 배반한다? 정말 신통합니다.》

《아마 우리 수령님께서 젊은이같은 사람을 보시면 정말 기뻐하시겠구만.》

이야기가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그이께서는 허리를 펴며 일어서시였다.

《왜 말입니까?》

수령님께서 전번에 오셨을 때 두릅이 나물이요, 나무요? 하고 물으시였다누만.》

《두릅이야 나무가 아닙니까. 봄철에 돋은 순으로 무침을 하면 두릅나물이 되구요.》

《그것 보라구, 젊은이는 훤한대 인민위원회 누구라던지 나물입니다 하구 말씀올렸다질 않나.》

할머니가 이마의 잔주름을 펴며 눈가에 웃음을 담았다.

《그래서 우리 수령님께서 냉이는 잎을 먹소, 뿌릴 먹소? 하셨다오.》

그이께서는 웃음을 머금으시였다.

《냉이야 뿌리맛에 먹는 나물이 아닙니까. 칡이나 도라지처럼 말입니다.》

할머니는 감심하여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벼운 한숨을 터쳤다.

《그런데 잎을 먹고 뿌릴 버립니다 하구 대답드렸다누만.

젊은일 보니 부모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신분들이겠구만. 우리 산골사람들은 칡이나 무수해, 냉이를 두고 왜놈때부터 빨찌산나물이라고들 했다네.》

《빨찌산나물이요?!》

김일성장군님빨찌산들이 백두산에서 싸울 때 무수해며 칡 , 냉이랑 캐서 천지의 물에 씻어 들었는데 그게 신비하게도 산삼못지 않은 장수힘을 솟게 해서 왜놈들을 죽탕친다는 전설이 동네방네에 소문이 짜했지. 헌데 요새 사람들은 복속에 사니 그 맛을 통 모르고 지내지.》

염소가 《매-》하며 깡충거린다.

《오냐, 가자. 나물을 많이 캐시우.》

《할머니, 조심히 다녀가십시오.》

《고맙네.》

염소를 몰고 산기슭쪽으로 멀어지는 할머니를 깊은 상념에 잠겨 보시던 그이께서는 허리를 굽히시고 다시 산나물을 뜯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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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일심 - 중국 무한 - 사무원 - 2023-02-24
한나라 수령의 자제분께서, 그것도 혁명과 건설사업 전반에 대한 위대한 수령님의 사업을 보좌해 드리시면서 그토록 커다란 공적을 쌓으시고도 그 나날에 다 해진 구두가 마음에 걸려 우리 인민 누구나 신고다니는 새 구두 한컬레를 마련해드리는 한 전사의 성의마저 굳이 사양하시고 낡은 구두를 수리해서 계속 신고다니신 위대한 장군님은 한없이 소박하고 겸허하신 위인중의 위인, 진정한 인민의 령도자이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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