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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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장은 망연자실하여 멍하니 굳어져있다가 담배를 꺼내여 붙여물고 오락가락했다. 담배 한가치를 다 태우도록 결심을 못한 그가 돌아보니 녀인은 어느새 어둠속으로 사라지고있지 않는가. 자기가 주저하고있는것을 눈치챘던것같았다.

그제야 부총장은 결심을 내리고 황급히 따르며 소리쳤다.

《아주머니, 그 편지를 주시오.》

그러나 모든것을 체념한듯 녀인은 캄캄한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리고말았다. …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큰 실책을 범했습니다. 그 녀성의 이름만이라도…》

부총장은 《그만두시오!》 하시는 그이의 엄한 음성에 말끝을 맺을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시고 계곡진 저쪽 솔밭쪽을 오래도록 바라보시다가 안타까움을 터뜨리시였다.

《이게 그래 실책이란 말로 굼때버릴 일입니까? 어쩌면 그럴수 있습니까? 어쩌면, 왜 나한테 꼭 전해주겠다고 편지를 받아놓지 않았습니까? 왜 주저했는가?

편지를 쓰기까지, 그 편지를 가지고 여기로 오기까지 마음의 고충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되돌아서는 걸음이 아마 죽기보다 더 괴로웠을겁니다.》

그이께서는 너무도 마음이 쓰리시여 숨결까지 가빠지시였다. 이어 존안에서 섬광이 벙긋하고 무서운 노성이 터져나왔다.

《동무는 그렇게도 나를 모르겠는가? 동지들의 아픔, 인민들의 아픔을 모른다면 내가 무슨 당일군이고 혁명가고 인간이겠는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웃분, 웃분하면서 내 주위에 울타리를 쳐놓고 그래 인간 김정일이를 물우에 뜬 기름방울로 만들자고 하는가!》

무섭게 격노하신 그이앞에서 부총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 언제부터 동무한테 말하고싶었소. 나는 손잡고 일하는 나의 동지들에게 내 마음을 다 터놓는데 동무는 나를 인간으로, 동지로가 아니라 관직으로 대한단 말이요, 관직으로!

말해보시오, 나한테 뭐가 못미덥습니까, 뭐가? 나한테 뭐가 어려워서 그렇게도 재고재고 또 재는가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웃단추를 터쳐놓으시고 숨을 크게 들이그으시였다. 숨가쁜 정적이 흐른 뒤 그이께서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안됐습니다, 큰소리를 쳐서.》

부총장은 그만에야 그이의 손을 덥석 그러쥐며 황황히 용서를 빌었다.

《아닙니다, 제가,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부총장이 잡은 손을 뽑아내고 돌아서시여 몇걸음 걸으시였다. 일순간 그이께 왈칵 안겨드는 추억이 있었다.

해방후 어느 명절날 수령님, 어머님과 함께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으시였던 날이였다. 하루종일 수령님과 어머님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운동회도 하면서 웃고떠들던 원아들이 수령님께서 떠나려 하시자 왕- 울음을 터뜨리며 일시에 그이의 옷자락에 매달렸다.

《울지들 말아, 내 자주 온다. 자주 오겠다는데. 나두 너희들과 헤여지고싶지 않다.》

그러시는 수령님께서는 눈물이 그렁해지셨고 어머님께서도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시였다. 원장이 달려오고 교원들이 붙잡아서야 겨우 아이들을 떼놓고 차에 오르신 수령님께서는 차창밖으로 손을 저어주시다가 끝내 고개를 돌리시며 손수건으로 눈굽을 꽉 누르시였다.

《저 애들이 왜 이렇게 나를 울리오?》

어머님께서도 흐느껴 우시였다.

그날밤 어머님께서는 왕왕 울며 승용차를 따라오던 원아들이 가슴에 맺히시여 수령님의 동상을 학원에 모시면 좋겠다고 말씀올리시였다.

《…그러면 부모없는 그 애들이 늘 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오늘 장군님곁을 떨어지지 않겠다고 울면서… 따라오던 그 애들을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납니다. 장군님, 그렇게…》

자신을 내세우는 일이라면 엄하게 불허하시던 수령님께서도 흐느낌을 씹으시다가 끝내 말끝을 맺지 못하시는 어머님앞에서 아무 말씀도 못하시였다. 그밤 어머님께서는 자리에 드시여서도 어리신 아드님을 꼭 그러안으시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시였다. 그이께서도 어머님의 손을 꼭 쥐고 함께 우시였다.

이렇게 되여 만경대혁명학원에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위대한 수령님의 동상을 모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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