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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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녀기자도 마주보기가 민망한지 오락가락하며 가방을 매만졌다.

《편성원동지, 너무하지 않습니까? 두시간나마 기다린 사람에게 고작 바빠서라는 구실밖에 댈수 없습니까?》

일순 상룡은 등골에 얼음덩이가 와 박히는듯한 랭기를 느끼였다. 그는 당황해서 어쩔바를 몰라하며 저녁바람에 잔가지가 흩날리는 느티나무우를 공허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편성원동지, 저는 기자생활을 오래 하지는 못했습니다.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러나 오늘 편성원동지를 보면서 다시한번 굳어지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사람들은 기자가 왔다, 사진을 찍자 하면 왜서 그렇게 몸을 사립니까? 그게 겸손인가요? 그렇게 하는것이 동지들과 집단앞에 도덕을 지키는것으로 될가요?

아닙니다, 신문에 말 한마디를 내고 얼굴을 보여주는것 그자체가 다 사회와 집단을 위한 헌신의 한 과정입니다. 난 막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저 하나만을 생각합니까? 우리 기자들을 그렇게 괴롭히면서… 그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로빈손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혼자 살면서…》

쌓였던 안타까움을 토설하는 과정에 울분이 끓어올라 왕청같이 외국소설의 주인공까지 거들던 처녀기자가 갑자기 《흑-》하며 희디흰 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처녀기자는 울고있었다.

《지나친 겸손은 일종의 오만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으로 나어린 처녀기자는 지금껏 품고 다져온 소리를 다 한듯싶었다.

상룡은 순진한 기자앞에 애써 체면을 세울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처녀의 항변은 그에게도 련쇄반응을 일으켰던것이다. 그는 처녀가 일으킨 자기마당속에는 오직 진실만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기자동무, 난 겸손두 오만두 아닙니다. 단지 나의 정신상태가 기자동무를 상대할만큼 안정돼있지 못했기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했다는것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물론 바쁘지 않은것도 아니고…

아마 며칠전에만 동무가 찾아왔더라도 이런 마찰은 없었을텐데…》

처녀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꼼꼼히 닦으며 자신을 다잡는듯했다.

《기자동무, 나는 음악편성원을 계속 못할수도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자격을 상실한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건 그 누구의 오해나 의도때문에가 아닙니다. 내 결함이나 능력때문에는 더더욱 아니고요.

또 이 사실은 아직 그 누구도 모릅니다, 오직 나밖에는… 우리 편성실은 말할것도 없고 나에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 지어 가족들조차 모르고있습니다. 나는 이런 고민을 안고있습니다.》

유상룡은 말하다보니 자기가 수다스러워진것같은 멋적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상룡은 주저주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처녀를 뒤에 두고 이렇게 혼자 가는것이 비도덕이 아닌가 하는 위구심이 또 발에 연추를 매다는데 다행히도 자기를 급히 따라서는 처녀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두사람은 침묵속에 걸음을 같이했다. 유상룡은 보지도 않고 투박스레 내뱉았다.

《아직도 계산할게 또 있습니까?》

《귀찮겠지만 한가지만 꼭 말하고싶습니다.》

《뭘 말입니까, 기자동무.》

《전 본의든 본의 아니든 동지의 아픈 곳을 헤집어놓았습니다.》

결코 처녀기자는 순진하고 눈물헤픈 감성적인 인간만이 아니였다.

《헤집어놓았다는것은 맞지 않습니다. 단지 내 마음속의 아픔을 드러내게끔 충동하였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고맙기도 하고…》

《고맙다니요?》

《적중치는 못했지만 어쨌든 품고있던것을 입밖으로 뱉아놓으니 어느 정도 내 마음이 개운해지는것같아서 그럽니다.》

상룡은 솔직한 심정이였다.

처녀는 또 말없이 오래동안 걸음만 나란히 하였다. 퍼그나 동안이 지나 지루하고 따분한 그 길을 아무때건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처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제가 말하고싶은건 동지가 자기의 인생을… 그 어떤 경우에도 아픔과 괴로움을 밝은 음악으로 이기고 음악으로 보람찬 삶을 엮어가길 바란다는 그것입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유상룡은 멀어져가는 처녀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는 녀기자를 통해 자기가 마음속에 품고있는 괴로움으로 하여 얼마나 부정적인 파장이 자기 주위에 퍼지고있겠는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유상룡은 집으로 돌아가면 속시원히 사연을 터놓고 운명에 순종하리라 마음먹었다. 혼자서 품고있는것이 결코 가장 가까운 가족, 친우들은 물론 나아가서 조직과 집단, 사회에 도움이 아니라는것을 그 순간에 깨달았던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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