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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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침에 길목에서 만났던 군당위원장이 후리후리한 키에 안경낀 사람을 소개해드렸다.

《우리 인민위원장동뭅니다.》

군의 일군들이 달려와 젊으신분에게 인사를 드리는것을 보고 녀인들은 저마다 입들을 싸쥐며 살금살금 달아나버렸다. 판매원처녀도 뜻밖의 일에 두손을 맞잡은채 안절부절못했다. 삽시에 정적에 휩싸인 상점안에 그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군당위원장동무는 우리 인민위원장이라고 하는데 그건 여기 인민위원장이라는 소리지 인민들이 정을 담아 부르는 우리 인민위원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곡차곡 쌓아놓은 뜨개옷무지를 가리키시였다.

수령님께서 이 뜨개옷들을 보신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거기에다 끼워팔아주는 놀음까지 하니 손님인 나도 얼굴이 뜨거워 혼났는데 아마 동무들이 여기 있었더라면 얼마나 곤경을 치르었겠습니까.

군당위원장동무, 인민위원장동무, 이 뜨개옷들을 군당과 인민위원회 일군들이 하나씩 더 사가지구 어떻게 하면 인민들이 좋아하는 상품으로 개선할수 있겠는지 의견을 한가지씩 내놓게 하구 그걸 종합해서 편직물공장에 주면 어떻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상점문을 나서시여 계단을 내리시다가 길건너편을 가리키시였다.

《저건 무슨 집입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군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은 길건너편의 체신소와 책방, 식당건물을 보며 어느 건물을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헤둥거렸다.

《길건너 저 식당 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다시 손짓하셔서야 군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은 아담한 단층식당건물과 대조되는 퇴색된 간판에 눈길을 박았다.

식당현관우의 채양에 한글자씩 세워놓은 간판이였는데 그중 두번째 글자가 넘어져 《내국집》이라는 세 글자만 남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내포국집》의 《포》자가 넘어진것을 보시고 군당위원장과 군인민위원장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저건 네 국집이 아니라 내 국집이라는겁니까?》

군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이 금시 얼굴들이 확 붉어졌다. 그이께서는 롱조로 계속 물으시였다.

《저 내 국집은 인민위원장내 국집입니까 아니면 군내 인민들이 부르는 내 국집입니까?》

인민위원장이 볼편을 쓸며 잔기침을 터치다가 목덜미를 붉히며 겨우 떠듬거렸다.

《저사실 〈내포국집〉인데 〈포〉자가 넘어진것같습니다. 당장 바로 세워놓겠습니다.》

《인민군대의 포들은 항상 격동상태에 있는데 여기 군의 〈포〉는 왜 저 모양입니까? 여기도 산을 낀 군인데 식당에 들어가보면 료리라는건 김치밖에 없으니 인민생활을 책임진 주인이 있긴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읍지구를 둘러싼 산들을 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창성에 가시여 나라의 모든 산들을 황금산으로 꾸리라고 하셨는데 모름지기 저 산들에 있는 고사리, 도라지와 두릅나무들은 울고있을겁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쓸모없이 버림받는다고 말입니다.》

군당위원장은 가벼운 한숨을 내그으며 잦아드는 목소리로 말씀올리였다.

《인민위원장동무가 보름동안 비판검토받다보니 그동안 군내 인민생활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돌아서시며 인민위원장을 바라보시였다.

《보름동안 무슨 검토를 받았습니까?》

군당위원장이 인민위원장을 대신하여 말씀올렸다.

《저하고 같이 삼복리 〈향토꾸리기〉문제때문에 비판을 받고있습니다.》

《국수집을 타고앉은 〈향토꾸리기지휘부〉에 가서 말입니까?》

《제가 김정일동지께서 다녀가신 소식을 듣고 〈향토꾸리기지휘부〉를 려관으로 옮겨가게 하고 국수집은 군내 인민들을 위해 다시 봉사하도록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사색에 잠기셨다가 인민위원장을 바라보시였다.

《인민위원장동무, 그래 비판검토를 어떻게 받고있습니까?》

인민위원장은 고개를 들지 못한채 《저 열흘동안 비판서를 쓰고 닷새동안은 사상투쟁회의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접수되는 비판입니까?》

인민위원장은 대답을 못하고 한숨방아만 찧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짐을 지시고 길가의 은행나무주위를 오가시며 말씀하시였다.

《내 방금 인민군대의 〈포〉얘기도 했는데 주둔지역 인민들을 성심껏 돕고있는 인민군대이지만 〈향토꾸리기)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습니다.

왜 그러겠습니까? 인민군대의 주요지휘관들은 다 항일투사들입니다. 그들은 수령님께서 하라고 하시는것외에는 그 누구의 〈과업〉이요, 〈지시〉요 하는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곁눈을 팔지 않는단 말입니다.

동무들은 부당한 비판을 받을게 아니라 불소나기를 터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동무들의 〈포〉가 저 모양으로 넘어졌으니 결국 〈지도소조〉가 쥐여준 펜대를 쥐고 비판서만 쓰고있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의 어조는 격해지시였다.

《이 일대는 항일무장투쟁시기 위대한 수령님의 전민항쟁로선을 목숨으로 받든 열혈투사들의 붉은 피가 스며있고 이 군은 산간지대 인민들을 잘살게 하시려고 수령님께서 여러 차례 찾아주신 력사의 땅입니다.

우리는 케케묵은 봉건때 얘기나 들추는 〈향토사〉가 아니라 바로 항일의 그 혁명정신으로 청년들을 교양하겠다, 〈오작교〉나 무도장의 날라리춤으로가 아니라 수령님의 교시를 관철하는 들끓는 투쟁으로 청년들에게 참다운 애국주의사상을 심어주겠다, 왜 이렇게 불포화를 퍼붓지 못합니까, 왜?

문제는 사상이고 신념입니다. 오직 수령님의 교시밖에 모른다는 확고부동한 사상, 위대한 수령님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철석의 신념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

군당위원장이 낮으나 강인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알았습니다.

김정일동지, 정신을 바싹 차리고 군안의 당조직들과 당원들을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관철에로 불러일으키겠습니다. 설사 목숨을 바친대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이의 안색이 밝아졌다.

《군당위원장동무의 결심을 들으니 나도 기쁩니다. 좀전까지는 걸음이 무거웠댔는데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인민위원장도 떨구었던 고개를 쳐들며 안경을 추슬러올렸다.

《저도 제정신을 차리고 일하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이제 두번다시야 동무들의 〈포〉가 넘어지겠습니까.》

호탕하게 웃으시며 승용차로 걸어가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돌아서시였다.

《당력사연구소 과장동무가 며칠동안 여기서 사업하겠는데 잘 도와주십시오. 수령님께서 잊지 못하고계시는 항일유격대 정치공작원의 유해를 찾는 문제입니다.》

그이께서는 군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신 후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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