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제 2 장
10
(1)
삼복리를 떠난 승용차는 읍소재지에 들어섰다.
김태호가 조용히 물었다.
《제가 군당에 갔다오랍니까?》
《야, 신통히는 만들었다. 이 자동차와 뜨락또르를 좀 보라요. 정말 우리 목재공장에선 아이들의 놀이감두 잘 만든다니까.》
《이 밥상두 멋쟁이다야. 판매원동무, 나 밥상 사자요.》
《난 식칼을 달라요.》
식칼을 쥐고 보던 녀인이 옆의 아주머니를 툭 친다.
《쌍둥이엄마, 이 식칼을 보라요. 손잡이랑 꽤나 맵시있지요? 아야 때벗이했다야-》
《철제일용협동조합 관리
《우리 도자기공장 그릇이라든지 꽃병이라든지 요전에 평양에 올라가서 1등을 했대요.》
《여기 지방산업공장들이 괜찮은것같습니다. 주민들이 모두 좋아합니다.》
《나도 평양시상점들을 돌아보군 하는데 여기 군상점엔 그만하면 자체로 생산한 상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때 갑자기 상품을 사느라 몰켜섰던 아주머니들이 어성을 높이며 떠든다.
《아니, 이 뜨개옷은 뭐야요?》
《어마, 어제 채칼을 살 때도 뜨개옷을 끼워줬댔는데 오늘 또 사라요? 집에 입을 사람두 없는데…》
《세상에. 아니, 식칼을 사는데도 뜨개옷을 끼워줘요? 아이보다 배꼽이 더 크다야.》
아주머니들의 항변에 외태머리처녀판매원이 급해맞아 몸둘바를 몰라했다.
《저두 안타까워요. 체화상품을 없앨 방도가 없다니까 인기상품에 끼워서 무조건 팔라지…》
《글쎄 우리두 웬만하면야 이 뜨개옷을 사지요. 그런데 이건 모양새두 그래, 색갈두 너무 칙칙하니 어떻게 입겠어요?》
《뜨개옷을 끼워주면 난 밥상 안사겠수다. 자, 받으라요.》
《나두 이 식칼을 못사겠구만. 그 잘난 뜨개옷때문에…》
너무도 창피하여 돌아서며 머리태끝을 입에 문 판매원처녀를 보던 김태호가
《판매원동무, 이 뜨개옷들을 내가 다 삽시다.》
판매원은 물론 녀인들이 아연해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매장에 있는걸 다 주시오.》
《어마나, 이 손님 그 한심한 뜨개옷은 뭣하려구 사요?》
《정말 사나요?》
《왜, 거짓말같습니까?》
《에그야, 입지두 못할 뜨개옷을 사선 뭘하겠어요?》
《판매원처녀가 우는걸 보구야 어떻게 그냥 가겠습니까.》
《어마나- 정말 마음두 곱다야. 헌데 돈이 그렇게 많아요? 판매원동무, 뜨개옷 끼워주지 않으면 그 밥상 사가겠어.》
《나두 식칼 달라요.》
그러자 새침해진 판매원처녀가 뜨개옷들을 다 거두어 매장밑에 넣었다.
《됐습니다, 이런 뜨개옷들을 뭣하러 사시겠습니까.》
《그러지 마오. 상점에 계속 체화상품을 쌓아놓구 판매원동무만 닥달질 당하겠소? 다 가져오오, 한개도 남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