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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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년들도 일제히 《좋습니다!》하고 소리쳤다.

《그 책에 오백룡동지가 쓴 회상기 명령은 무조건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가 있소. 항일투사들이 사령관동지의 명령을 어떻게 관철했는가 하는것을 감동깊이 새기게 될거요.

먼저 독보하고 그다음에 동무들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이 깊은 산골에까지 찾아오시여 주신 교시를 어떻게 관철해야 하는가 토론들을 해보오.》

《알았습니다, 이제 당장 독보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리만길을 돌아보시였다.

《관리위원장동진 여기 태생이라지요?》

《그렇수다. 3대를 두고 태를 묻은 고장이우다.》

차성희가 옆에서 보태주었다.

《우리 관리위원장동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주놈의 꼴머슴을 했답니다.》

리만길이 눈을 찔 흘겼다.

《그 소린 왜 하냐? 생각만해도 지긋지긋한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만길의 손을 다정히 잡으시였다.

《관리위원장동지, 바로 그 눈물겨운 이야기를 청년들이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다락밭들이 산기슭에 펼쳐진 영덕산줄기의 안침진 골안에 자리잡은 마을을 가리키시였다.

수령님께서 이 마을을 현지지도하시면서 교시하지 않으셨습니까. 옛날 풍수쟁이는 세가지 화를 면치 못한다고 했다는데 내 보기에는 산이 깊으니 황금산으로 잘 가꾸고 물이 많으니 저수지와 양어장을 만들고 큰물에 씻기군 해서 척박한 비탈밭은 다락밭으로 만들어 기름지우면 산복〉, 〈물복〉, 〈땅복이라는 세가지 복을 누릴수 있다고 말입니다.》

차성희는 망울을 터친 봄꽃처럼 볼웃음을 활짝 피워올리며 성수가 나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옳습니다! 어쩜 우리 마을을 우리보다 더 잘 아시네. 수령님교시대로만 하면 정말 살기 좋은 삼복리가 돼요. 관리위원장동지, 우리 청년들이 이 일을 맡아제끼겠습니다.

동무들, 우리가 우리 마을을 살기 좋은 락원으로 꾸리자요!》

차성희의 선동에 청년들이 흥분해서 호응했다.

《옳소! 우리 사로청에서 맡아합시다!》

리만길은 목덜미가 붉어올랐다. 이 젊으신분의 말씀대로 피눈물이 떨어지던 이 땅이 수령님덕에 만복이 넘치는 고장으로 전변된 력사를 청년들에게 들려주면 그게 진실로 향토애를 키워주는 애국주의교양이지 어떤 점쟁이가 지나가다 쉴참에 다리를 두드리며 했다는 말이나 옥가촌 정배살이 량반이요, 여우골 기생이요 하는거나 들추는것이 애국주의교양일수는 없지 않는가. 지극히 당연하고 명백한것을 가리지 못하고 들떠다닌 자기가 실로 어처구니없었다.

문득 김태호가 산비탈이 휘돌아간 저쪽 강녘에 채 짓지 못한 정각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그 삼화정이라는건가요?》

《옳수다. 짓다가 걷어치웠수다.》

언짢은 심기가 내비치는 그 퉁명스러운 대답에 이번에는 김정일동지께서 빙그레 웃으며 물으시였다.

《왜 걷어치웠습니까? 그때 보니 꽤 극성이던데.》

리만길은 손을 홰홰 내저었다.

《처음에 그림을 척 걸었을 때야 희한했지요. 이거면 우리 삼복리가 남보다 더 멋들어지겠구나 하구 말이우다. 거기에다 전국적인 방식상학까지 척 하면 온 나라가 우리 삼복리를 알게 될거구.

헌데 농사두 제쳐놓구 하라는 바람에 알쭌한 농사군마음으로는 쯤쯤했지만서두 우리 삼복리가 말밥에 오르는게 싫구 또 그것때문에 리당위원장, 군당위원장서껀 좋은 당일군들이 해를 입을가봐 어떻게든 해보자하구 손바닥에 침을 바르구 나섰던건데, 허, 제날자를 못지켰다구 한사코 리당위원장 목을 떼겠다니 그럼 내 목두 떼시우, 나두 안하겠수다 하구 나자빠지구말았수다. 까짓것 정각 하나 없다구 우리가 못살겠소?

거기에다 짓자구보니 자리가 글렀수다. 기어코 그 풍수쟁이가 뭐라뭐라 했다는 저기에다 딱 세우라는데 정각이라는거야 산천경개를 한눈에 척 둘러볼수 있는데다 세워야 멋이지 저런 구석에다 지어놔선 어쩐다는거요?》

가장 생활적인 론리와 타당성을 가지고있는 그 말이 재미있어서 김정일동지께서 웃음을 참지 못하시는데 이번에는 김태호가 시까스르듯 덧찔렀다.

《그래두 이자 보니 목민심서공부는 부지런히 하던데요?》

리만길은 눈을 찔 흘기고나서 코구멍을 후볐다.

《어쩌겠소. 기왕 발라맞추던거 리당위원장 목 떼겠다구 내려오는 어른들한테 해방후 성인학교 문맹퇴치루 국문해득수준밖에 안되는 이 사람두 우에서 하라는대루 그 까다로운걸 뜬금으루 외웠으니 날 봐서라두 제발 고쳐 생각해주시우다 하구 빌붙어보려댔수다.》

《하하하!…》

김정일동지께서 끝내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리시자 일시에 요란한 웃음소리들이 터졌다. 참으로 단순하고 솔직하면서도 직통배기성격이였다.

이윽고 웃음발들이 가라앉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만길에게 무랍없이 말씀하시였다.

《관리위원장동지, 하나 부탁할가요? 난 저 어울리지 않는 정각을 지을 자재가 있으면 우선 저 밤골에서 건너오는 다리를 놨으면 합니다. 아까 보니 물이 불어서 학교가는 어린아이들을 업어건네야 하던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빙 돌아가야지요?》

그이께서는 저쪽에 서있는 차성준을 가리키시였다.

《밤골아이들을 업어건네느라고 아까 저 동무가 물참봉이 되였습니다.》

리만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 사람이 물에 빠진 장닭꼴이 돼가지고 나타났댔군. 저 성희의 오래비인데 사람은 좋은 사람이우다. 거 일전에 여기 왔던 외무성 부상어른한테 내 삐뚜른 소리를 했던 그 사람인데 그땐 노래를 잘못불러서 내리먹더니 이번엔 향토사쓰라는걸 안 써서 또 눈밖에 났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우신 눈길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그러니 저동무가 차성준?…

《헌데 고작 둘뿐인 아이들때문에 다리를 놓는다는게…》

리만길의 기우뚱하는 말에 그이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아이들을 나라의 왕이라고 하시는데 둘이 아니라 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리를 놔야 합니다. 놔도 큰 다리를 놔주십시오. 앞으로 삼복리가 더 번성하면 밤골마을도 커질텐데 잘 생각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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