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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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명이 박덕산인 그에게
《내 이제라도 자식들에게 〈김〉씨성을 달아줄가 합니다.》
《김일동지, 〈박〉씨가 〈김〉씨로 되여야만 혁명의 피줄기를 잇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일동지가 백두산에서 안고온 그 신념을 자식들의
마음속에 심어주면 아버지의 대를 꿋꿋이 이어나가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래서
《
웬만해서는 자기의 흥분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김일이 격정에 넘쳐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신걸. 그럼
《
《그럼 어떻게? 당책벌을 주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림춘추가 오금이 꺾이웠는데.》
《모든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진다는건?…》
《만약 이 일로 하여 당책벌을 받는다면 제가 받겠습니다.》
김일은 온몸이 확 달아올랐다.
당책벌?!
김일의 불덩이같이 달아올랐던 몸이 삽시에 얼음덩이로 굳어졌다. 림춘추가 당책벌을 두고 마음쓰며 고민하고있을 때 자기도 역시 그 생각을 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제 생각에는 림춘추동지만이 아니라 투사동지들이 이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이어
김일은 의아해서 물었다.
《그런데 그 배낭은?》
《아, 이것 말입니까? 얼마전에 삼복리라는 산골농장에 들렸다가 작업반 선동원처녀를 한명 알게 되였는데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부수가 너무 적어서 리들에까지 배포되지 못한다기에 제가 구해주마 하고 약속하고 왔습니다. 오늘 시간을 내서 가보려고 합니다.》
《…》
김일은 노여움이 울컥 치밀어올랐다.
《당선전부가 있는데 그런 문제때문에 책배낭을 메고다니게 한단 말입니까? 이거 정말 안됐습니다. 일전에 당선전부 신인하부부장이 찾아와서 안타까운 얘기를 하길래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가고 욕을 좀 하고 인쇄공장에 종이를 추가로 더 넣어주었는데 한발 늦었습니다.》
그 말에
《김일동지, 회상기발행부수문제는 종이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어떤 책은 많이 출판하고 어떤 책은 적게 출판하는가?
어떤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내리먹이고 어떤 책은 심심풀이로 읽을 책이라고 하는가?
저는 이 문제를 두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혜산의 대기념비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보고있습니다.》
말씀의 마디마디에서 전류같은것이 김일의 가슴에 찡찡 뻗쳐왔다.
문득
《김일동지, 충신도 곁에 있고 간신도 곁에 있습니다.》
당과 국가의 요직에 앉아 양봉음위하는자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미구하여 그자들이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
《머리쉼도 할겸 림춘추동지랑 최현, 오진우동지랑 바람을 쐬며 즐거운 려행을 하는게 어떻습니까?》
《?…》
《옛 전구들을 돌아보면서 말입니다. 보천보, 삼지연, 청봉… 어떻습니까? 아마 동지들의 피가 스민 그 전구들을 돌아보면 림춘추동지도 손에 날개가 솟아 필을 달릴겁니다.》
《그런데 김일동진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 김일의 부탁두 꼭 들어주시우.》
《말씀하시지 않아도 그 부탁이 무엇인지 알만합니다. 첫째, 식사를 제시간에 꼭꼭 할것. 둘째, 잠을 제시간에 꼭 잘것. 셋째, 넷째… 다 꼽으랍니까?》
김일은 입을 쩝쩝 다시고말았다.
인상적인 볼우물을 지으시며 밝은 미소를 남기고 떠나시는
(제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