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제 2 장

7

(4)

 

촬영가는 눈굽을 슴벅이며 감개에 젖어 뇌였다.

《난 그이의 안녕이 걱정되여 어서 내려가달라고 청을 드렸는데 그이께서는 자신께서도 제작단의 한 성원이라고 하시며 행정연출가에게 어서 렬차를 달리게 하라고 재촉하시는게 아니겠소. 달리는 렬차우에서 무릎을 꿇고앉으시여 촬영기의 다리를 잡으신 그이를 뵈옵자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고그러자 그이께서는 촬영가가 울면 렌즈의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시며 손수건까지 꺼내여주시질 않겠소. 그이를 뵈오며 연출가도 울고 우리 이 편집원처녀도 울고돌아가는 필림소리도 흐느낌소리처럼 들렸댔소.》

리석의 눈굽도 불그레하게 달아올랐다.

《촬영이 끝나자 우리 편집원처녀는 그이의 품에 안겨 어린애처럼 왕왕 울음을 터쳤댔소. 그러자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렬차촬영이 정말 잘되였다고, 촬영가동무가 수고했다고 못내 치하까지 해주시며

촬영가는 눈굽을 슴벅이며 리석의 손을 꽉 잡았다.

《리석동무, 그이께선 촬영현지에 필림을 넣은 배낭까지 들고오신적이 한두번 아니요.》

《필림배낭까지요?》

《사실 지난 시기에는 밤이나 이른새벽 조건촬영을 할 때에 하루에 몇십m밖에 찍지 못하던 때가 많았소. 촬영소가 쑥대밭에서 헤매던 때였지. 그런데 지금은 몇백m 아니, 몇천m를 찍는 기적이 창조되고있소. 온 촬영소가 말그대로 룡마타고 달리오, 룡마타고!》

목천복로인도 눈귀를 적시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목천복로인의 안내를 받으며 답사대일행은 삼지연이며 청봉, 리명수를 비롯한 혁명의 성지들을 돌아본 후 백두산으로 올랐다. 천만산악을 한품에 안고 삼천리를 굽어보는 조종의 산-백두산!

주대성이 격정에 넘쳐 백두산의 부석을 손에 쥐고 보다가 즉흥시를 터쳤다.

 

    아! 백두산 조종의 산이여

    네 산정에 오르니 추억도 새로워라

    이 나라의 시인들 피눈물에 붓을 찍어

    가슴치며 웨치지 않았더냐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아! 절세의 애국자 김일성장군님

    강도 일제를 쳐부시고 찾아주신 내 나라

    해방의 기쁨안고 네 산정에 오른 시인 조기천

    심장을 터치며 노래했어라

    백두산 너는 만고의 영웅

    김일성장군님의 백두산이라고!

    …

 

주대성이가 터친 격정은 그대로 리석이며 조각가들과 설계가들의 한결같은 심정이였다.

천지의 푸른 물결이 일렁이며 굼니는 기슭에서 목천복은 자기의 진정을 토로했다.

《지금도 쇠통 잊혀지지 않쉐다. 김일성장군님께서 보천보에서 일제놈들을 답새기고 연설하실 때 펄펄 휘날리던 붉은기 말이웨다. 그때부터 우린 붉은 천만 봐도 그날의 붉은기 생각이 나서

목천복로인은 말을 끊고 갑자기 껄껄 웃더니 리석이며 조각가, 설계가들앞에 담배쌈지를 꺼내여보였다. 그것은 붉은 천으로 만든 보풀이 인 쌈지였다.

《이게 내가 30년가까이 써오는 쌈지인데 이것두 보천보전투가 있은 후에 만든거웨다. 왜 붉은 천으로 했는지 아시우?》

목천복은 붉은 천으로 만든 쌈지를 만지작이며 잊지 못할 그날을 떠올렸다.

곤장덕밑엔 반토굴이나 다름없는 오막살이들이 몇채 있었다. 목천복의 옆집에서 애기를 낳자 포단을 마련하려고 전당포에 나가 천 한감을 사왔다. 그 천이 붉은색이였다. 옆집 마누라는 그 천을 가림천가에 나가 깨끗이 빨아서 마당가의 빨래줄에 널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강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그 천이 날려 나무가지에 걸렸다. 헌데 먼곳에서 지나가던 왜놈경찰이 나무가지에서 흩날리는 붉은 천을 보자 기겁해서 《빨찌산이다!》 하고 소리치며 주재소로 뛰여들어갔다.

《그놈은 나무가지에서 펄럭이는 붉은 천을 유격대 붉은기로 봤던거웨다. 경찰놈의 말을 들은 수비대놈들은 부랴부랴 기관총까지 들고 총출동했댔수다. 헌데 나무가지에선 여전히 붉은 천이 날리고있었지요. 공포까지 쏘며 올라와도 끄떡없이 날렸지요. 장교놈이 이상타해서 쌍안경을 끼고보니 붉은기가 아니라 붉은 천이였수다. 애기포단을 꾸미자던. …》

왜놈들은 붉은 천을 내리게 한 후 이제 다시 붉은 천을 들고다니면 공산당으로 몰아 된경을 치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 그때 왜놈들이 보기만 해도 벌벌 떠는 붉은 천을 구해 이 담배쌈지를 만들었쉐다. 그리고는 우정 경찰서앞길을 가다가는 쭈그리고 앉아 이 쌈지를 꺼내고 담배를 말군 했지요. 그러면 지나가던 경찰들이 보고 와뜰 놀라 빨찌산쌈지는 왜 들구다녀?하며 눈알을 희번득이군 했지요. 그놈들이 내앞에선 으시대는척 했지만 실은 붉은색만 봐도 겁이 나서 질러댄 비명소리였수다.》

목천복의 말에 조각가들과 설계가들은 웃으며 너도나도 로인의 쌈지를 신기한 보물처럼 쥐고 보았다.

목천복로인의 담배쌈지를 쥐고 보던 리석은 눈앞이 번쩍 띄였다.

붉은기!

항일빨찌산의 붉은기는 김일성장군님의 붉은기, 백두산의 붉은기였다. 내가 왜 대기념비에 붉은기를 세우지 않았던가! 보천보전투를 목격한 인민들은 우리 수령님께서 보천보에 휘날린 그날의 붉은기를 수십년이 지난 오늘도 심장속에 안고사는데 대기념비의 창작에서 주상형상을 맡은 나는 왜 그 붉은기를 잊고 살았는가. 이것은 심장을 도려내는듯한 죄책이였다. 아니, 목천복로인의 말은 온 나라 인민들이 리석에게 쏟는 타매의 불소나기였다.

리석은 백두산붉은기를 중심으로 대기념비군상을 세울 새로운 착상을 바로 인민의 심장의 목소리에서 발견하였다. 그는 목천복로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고맙다는건? 그건, 무슨 소리웨까?》

《붉은기에 대한 말씀 말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리석은 흥분에 겨워 벙글거리였다.

목천복은 조각가들과 설계가들이 모두 감개하여 들썩거리는것을 보면서 김정일동지의 분부대로 백두산답사안내를 괜찮게 했다는것으로 내심 무량함을 금할수 없었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