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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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타고 도당위원회로 가는 목천복로인의 마음은 여간 알쑹달쑹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검버섯이 돋고 잔주름이 덮였으나 산마루같이 날이 선 코며 짙은 눈섭밑의 침착하면서도 예리한 눈빛은 세월의 풍파속에 굳어진 과단성과 담력의 두께를 느끼게 했다.
목로인은 자기를 도당에서 왜 갑자기 찾는지 통 가늠할수가 없었다. 해뜨기 바쁘게 승용차가 왔는데 운전사가 부부장이 찾으니 당장 차비하고 가자는것이였다.
아침해살이 부채살처럼 쏟아지고 산기슭에는 아직 지지 않은 연분홍빛진달래꽃들이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 그 진달래들을 바라보던 목로인은 혹시
목로인이 은발을 날리며 승용차에서 내려서는데 날렵한 몸매의 부부장이 마당에 나와 서있다가 반색하며 다가왔다. 목로인은 부부장을 따라 청사안으로 들어갔다. 부부장은 두릅차를 재빛차잔에 따라 권하며 미소지었다.
《로인님, 요새 건강은 어떠하십니까?》
《보다싶이 난 곤장덕 이깔이웨다.》
《그럼 됐습니다. 실은 평양에서 백두산특별답사대가 오는데 로인님께서 그들을 안내해줘야겠기에 찾았습니다.》
진정서를 올린데 대한 희소식이기를 은근히 소원했던 목로인은 그만에야 들었던 차잔을 맥없이 놓았다.
《백두산답사야 쟁쟁한 젊은 강사들이 많지 않쉐까.》
《많지요. 그런데 이번 답사대는 꼭 로인님이 안내하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찾았습니다.》
도당부부장은 이번 답사성원들은 대기념비창작에 망라된 창작가들인데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 계시는
《
목천복의 가슴은 금시 이글거리는 숯불처럼 화끈 달아올랐다. 그분께서 목천복이란 이름석자를 찍어서 말씀하셨다니 분명 진정서를 보신것이 틀림없었다. 목천복은 내심 날개라도 돋친듯 무등 기뻤다.
목로인은
이튿날 목천복은 리석을 비롯한 조각가들과 설계가들을 안내하여 보천보혁명전적지를 돌아본 후 곤장덕에 올랐다.
끝간데없이 펼쳐진 이깔나무, 전나무수림속으로 목천복로인은 맨앞장에서 씨엉씨엉 걸어가며 속궁냥을 톺다가 뒤따르는 리석을 돌아보며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조각가선생, 듣자니 이번 이 특별답사대는
《예,
목천복의 곁으로 다가선 리석은 로인의 팔목을 잡았다.
《참, 보천보로인들이 그분께 편지를 올렸다고 하시던데 로인님은 모르십니까?》
리석의 호기심이 실린 물음에 목천복은 너무 기뻐 껑충 뛰며 춤이라도 추고싶었지만 또 애써 마음을 눅잦혔다.
《알고있쉐다. 헌데 그분께서 편지얘길 하시던가요?》
《
목로인은
《그분께 편지를 올린 로인님을 아십니까?》
목로인은 《허허…》 웃고나서 도리질했다.
《모르긴 해두 우리 보천보사람들의 맘을 담은 편지를 올렸겠지요.》
백두밀림우로 날으는 흰구름처럼 마음이 붕- 뜬 목로인은 뒤에서 헐썩이며 올라오는 조각가들과 설계가들을 보며 소리쳤다.
《여긴 백두밀림이웨다. 잡도릴 든든히 하지 않으면 주저앉구마우다. 허, 저 처녀설계가는 몹시 베찬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약샘이 있는데 거기서 다리쉼 합세다.》
《약샘? 아니, 이런 밀림속에요?》
《이제 보시우, 신기하게도 약수가 콸콸 솟아나는걸… 바로 10년전, 중학시절에 첫 백두산답사대를
이끄시던
목천복로인이 터치는 감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물결쳐갔다. 리석이 갈마드는 궁금증에 로인에게 바투 다가섰다.
《로인님, 그러니 지금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바로 그때 그분께서 첫 답사의 자욱을 찍으신 그 길인가요?》
《옳쉐다, 그분께서 백두밀림에 개척해놓으신 그 길이우다.》
《야!》
리석이며 주대성 등 답사대원들이 흥분에 떠서 걸음을 다우쳤다. 이름모를 관목이 꽉 들어찬 등성이로 씨엉씨엉 오르던 목천복이 손을 흔들며 또 소리친다.
《어서 올라오시우. 약샘이웨다, 약샘!》
《야! 샘!》
진주보석을 깔아놓은듯한 하얀 옥돌들이 수정같은 샘속에서 제모습을 자랑하며 방글거리고있었다.
주대성이 바가지에 물을 떠서 목천복에게 권했다.
《로인님, 어서 마시십시오.》
《나야 여기 주인인데, 자, 시원히 쭉 하시우.》
리석이 전나무옆에 기대여앉은 목로인을 보며 다가섰다.
《
목천복이 두눈을 끔뻑했다.
《그렇다마다요. 내 그분네들을 이 곤장덕에두 안내하구 리명수까지 안내해드렸수다. 어리신 학생책임자분이 우리
목로인은 깊은 감회에 젖어 백발을 쓸어넘기며 옛일을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