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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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일동지께서 내각청사로 오신것은 감빛석양이 엷은 구름장을 서서히 덮기 시작한무렵이였다. 그이께서는 료양소에서 얼마간 치료받고나온 김일의 방으로 곧추 향하시였다. 김일이 창작가들이 혜산에 건립할 기념비모형사판을 가져오는데 보아주실것을 청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니 김일의 얼굴은 장마철하늘처럼 컴컴했다.

재빛쏘파에 곰처럼 웅크리고앉아 담배연기만 날리는 김일을 보시며 김정일동지께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음을 직감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일의 곁으로 다가가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김일동지, 료양소에서 나오신 후에 담배대수가 더 많아진것같습니다.》

《이런 땐 한두대로는 통 성차질 않아서

김일이 신경질적으로 옆차대우에 놓인 유리재털이에 담배를 비벼끄고 일어섰다.

《오늘은 기념비모형사판을 보지 마십시오.》

김일은 책상우에 놓인 곽에서 또 담배를 꺼내여 붙여물었다. 료양기간에도 혜산에 건립할 기념비를 두고 설계가들과 창작가들에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닥달질을 한 김일이였다. 그래서 료양소를 나오자 기념비모형사판을 김정일동지께 보여드릴 준비를 해왔는데 막상 가져온 모형사판을 보는 순간 속에서 불망치가 솟구쳐올랐다.

《이건 도대체 무슨 기념비요?》

첫마디부터 격한 노성을 터치는 김일의 모습에 마음을 졸이며 리석이를 비롯한 창작가들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보천보전투를 기념하여 세우는 탑인데 유격대원들은 얼마 없구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소? 로인들, 청년들, 아주머니들. 그래 보천보전투를 쇠스랑을 든 로인들이 했소?》

황유탁이 볼편을 문지르며 어줍은 미소를 지었다.

《1부수상동지, 이 형성안은 박금철부위원장동지의 지시를 받아 다시 창작한것입니다. 인민영웅탑이기때문에 각계층을 많이 형상해야 한답니다.》

《각계층이구 뭐구 이 형성안에 보천보냄새가 나는가?》

《김도만부장동지두 이 형성안을 보고 좋다고 했습니다.》

《뭐, 좋다? 난 모르겠소, 뭐가 좋은지.》

김일은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려치고는 모형사판을 들여다세운 방을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지금껏 담배하고만 씨름질했다.

《김일동지, 그래도 예까지 왔다가 한번 보는것이 옳지요.》

《뭐, 볼만한게 못됩니다. 오가잡탕이니

중앙당에서 나온 신인하부부장도 억이 막히는지 한마디도 말을 안했습니다. 부장이 좋다고 했다는데 아래사람들앞에서 뒤집어놓을수도 없고… 그 기관총이 불을 토하지 못하고 견디자니 오죽했겠습니까.》

김일은 신인하가 자강도당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사업할 때 강계에 내려갔다가 자강도에 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자자구구 알려주며 선전선동사업을 하는 그를 보고 《기관총》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그가 전쟁때 기관총소대장이였다는데서만 아니였다.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를 선전하는데서 열정에 넘친 그의 거침없는 웅변술에 대한 탄복에서였다. 또 자신은 빨찌산기관총수였고 신인하는 전쟁때 기관총수였다는 인연이 두사람의 정을 두텁게 하여 그렇게 부르군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이 사연을 알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은연중 무거운 숨을 내그으시였다.

《신인하부부장은 어데 있습니까?》

《부장이 찾는다면서 또 들어갔습니다. 말수더구가 적은 그 량반도 보아하니 마음고생이 여간 아닌것같습니다.》

평시에 말이 없고 사색형인 신인하는 감때사나운 시어머니밑에서 닥달질당하는 며느리처럼 마음속고충이 여간 아니였다. 터치지 못하는 울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였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인하의 이 고충을 간파하신지 오래였다.

《김일동지, 창작가들도 기다리고있다는데 그냥 가면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왔던김에 모형사판을 봅시다.》

김일은 마지못해 황소숨을 톺으며 자리에서 움쭉 일어섰다.

《거 설계가들이랑 창작가들을 너무 어자어자하지 마십시오. 손이랑 말갛구 보매 곰취맛은커녕 구운 감자도 못먹어본 애들 같은데 한번 후두리를 먹여놔야 정신을 차릴것같습니다.》

김일은 속에서 이글거리는 분김을 또 한번 터뜨리고야 방을 나섰다.

리석이며 창작가, 설계가들이 긴장하여 대기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일을 앞세우고 출입문쪽으로 오시였다. 김일이 그이를 앞세우려하자 그이께서는 굳이 만류하시였다.

《김일동지는 보천보전투때 기관총수였지요?》

김일은 그이의 물으심에 가슴이 오르내리도록 몰숨만 내쉴뿐 대답할념을 못했다.

방에 들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모형사판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김일이 한마디로 오가잡탕이라고 했는데 확실히 문제가 있는 모형사판이였다.

단순히 각계층 인물을 많이 형상한데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낫과 쇠스랑을 든 그 각계층의 성격형상에 색다른것이 내재되여있었다. 유격대원들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 인민들은 얼마 없고 각이한 계층의 인물형상은 그 무슨 쟁의를 방불케 했다.

얼핏 보기에는 기념비건립에서 형상의 《폭》을 넓혀 《립체적형상》을 의도한것같았지만 그 각이한 형상들로 하여 보천보전투라는 노란자위가 안개속에 묘연해지고있었다. 이것이 순수 창작가들의 의도인가?

그렇지 않았다. 탑건설의 주인이랍시고 지시봉을 든 사람들은 이 모형사판을 보고 잘되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창작가들은 그 지시봉에 따라 이런 형상을 만들어낸것이 분명하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기들의 주견을 상실한 맹종맹동의 모조품이였다.

그이께서는 은연중 태질하는 쑥대밭이 떠오르시였다. 숨막힐듯 가슴이 답답해왔지만 애써 참으시며 침묵속에 굳어져계시였다.

그이께 리석이 조심히 설명해드리였다.

《이것이 인민영웅탑1안이고 이건 2안인데 부결맞았던 본래것입니다.》

《1안과 2안중에서 어느것이 낫습니까?》

리석은 물론 조각가들모두가 선뜻 대답을 못했다. 그들의 눈길은 바위처럼 뚝 버티고선 김일에게 쏠리고있었다. 비위를 건드리는 말이라도 튀여나오면 당장 잠수함의 어뢰가 불을 토할것만 같아 아예 주눅이 들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서리맞은 풀대처럼 고개를 떨군 창작가들의 심리적방황을 느끼시며 2안을 가리키시였다.

《리석동무 생각엔 이 2안이 낫다는것이겠지?》

《예, 1안보다는 낫다고 봐서 함께 가지고왔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2안도 1안보다 별로 잘되진 못했구만.》

김일이 금시 터질것만 같은 분김을 억제할길 없어 괜히 코바람만 힝힝 내불었다. 한동안 모형사판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계시던 그이께서는 낮으나 진중한 어조로 침묵을 깨시였다.

《창작가들의 고충도 리해됩니다. 하지만 내 보기엔 1안과 2안은 쌍둥이입니다. 두개가 다 종자도 없고 주제도 명백치 않습니다.》

그이의 지적의 말씀에 리석의 목덜미가 붉어올랐다. 김일이 퉁명스럽게 그 말씀을 받았다.

《옳습니다. 두개 다 씨알머리가 배기지 못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력있는 음성으로 리석에게 물으시였다.

《리석동무, 1부수상동지가 지금의 형성안들에 씨알머리가 박이지 못했다고 하는데 왜 그러시는것같습니까?》

리석은 두손을 맞잡은채 속을 바재였다. 종자가 없고 주제가 명백치 못하다고 하신 김정일동지의 말씀과 씨알머리가 박이지 못했다는 1부수상의 말은 다 노란자위가 없는 닭알이라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종자문제를 말씀하셨는지 몰라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했다.

《저, 말씀의 뜻을 딱히는

그이께서는 두손으로 허리를 짚으시고 천천히 방안을 거니시며 리석을 두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속담을 생각하시였다. 그 속담이 과연 옳은가? 혁명가인 아버지와 그 아들인 리석을 보면 부자간에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력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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