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상편

대궐주추돌을 피로 물들이다

제 1 장

귀양지에서 돌아온 조헌

2

(8)

 

리지함은 구럭안에 절구공이만한 황대어가 들어있는것을 보고 껄껄 웃었다. 대여섯근이 실히 나갈것같았다.

조헌은 희한스럽게 큰 황대어를 보고도 놀랐지만 그것을 받아놓은 리지함을 보고도 놀랐다. 그는 리지함이 황대어를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리지함은 부엌에 있는 부인을 찾았다.

《여보, 마침 오늘 통진사또가 왔는데 잘 대접하게 되였소. 허허.》

《아니, 그걸 받으면 어찌하나이까?》

이미 부엌에서 다 듣고있던 부인이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면서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하였다. 부인은 남편이 글이나 읽을줄 알고 청렴결백한 정사를 펴는줄만 알았지 점과 같은 허황한 일은 전혀 모른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어쩌다니? 부인은 통진사또를 김치 한가지로 대접해보내겠소?》

《허지만 그렇게 거짓점을 쳐주고 무슨 량심으로 이런 귀한것을 받겠소이까?》

《허어- 거짓점이라니, 누가?》

《어른께선 우물파는 날이 오늘도 좋고 래일도 좋은 날이구 그후엔 나쁜 날인줄 어떻게 알구 고지식한 백성들을 속이시오?》

《허허허, 그 참, 그거야 사실 아니요? 이제 하루이틀 해가 나고 그다음엔 장마철이구 그때 비가 계속 내리겠는데 우물을 어떻게 판다고 그러우. 그날이 나쁜 날이 아니고 좋은 날이요?》

《아이참, 그렇다면 그런 리치를 알려주어야지 마치 점술에 껴묻어나온 날처럼 속이면 어찌되리까?》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해가 되는 날에 우물을 파라면 고을원이 백성들의 사정을 아무렇게나 대하면서 자기들을 업신여긴다고 매우 섭섭히 여길거란 말이요. 그리구 이 황대어를 도루 가져가라고 하면 황대어보다 더 비싼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한테 가지고가서 속히우지 않겠소. 그러니깐 내가 속여서 맹서방이 더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자는게요. 허허.》

《아이구머니, 정말 그렇게 되겠네요. 그러니 그렇게 속히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가엾겠소이까.》

《세상이 그런걸. 지금 사람들은 제 마음에 들게 속히워야 마음이 편해지는걸. 고을사람들이 날보고 혼례식날자를 받아달라, 첫돌아이 신수팔자를 점쳐달라 지어는 장담그는 날까지 잡아달라, 이렇게 온갖 날을 잡아달라고 해서 척척 잡아주군 했더니 오늘은 우물파는 날까지 점쳐달라는구려. 허허허.

사람들이 나에게 신통한 점술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난 점술을 모르네, 점을 친다는게 다 허황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난 그들의 부탁을 친절히 다 들어주었네. 백성들의 마음이 편해지고 사소한 리익이라도 되는 일에는 <점쟁이> 가 되여도 좋으면 좋았지 나쁠것이 없지. 내가 만약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놈들, 고을관장을 점쟁이로 아느냐. 관장을 우습게 여기는 저놈을 형틀에 올려라.> 하고 불호령을 내리면 백성들이 찾아오지 않고 등을 돌려대기 마련이요. 고을원이 백성들과 멀어지고 인정이 멀어지며 민심이 돌아앉게 되면 고을원은 백성들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것은 정해놓은 리치인걸. 허허허.》

…바로 이런 토정 리지함이 세상을 떠난지 10여년이 지난 오늘에 그 로부인이 조카딸(박설향)의 신랑감으로 조헌의 아들을 지목하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는데 그 일이 잘 진척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조헌의 아들이라면 내가 한번 말해보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그와 혼례를 치르는것은 좋은 일이다 하고 늙은 몸으로 먼길을 찾아온것이였다.

로부인과 조헌은 오래간만에 만난 감구지회가 남달라 서로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회포를 나는 뒤끝에 드디여 박표댁과 사돈을 맺는 이야기를 하였다.

《로부인께서 지극한 마음을 안고 먼길을 수고로이 오셨지만 참으로 죄송스러운 대답을 올릴수밖에 없는것이 송구하옵니다.

소인은 시골의 말직 벼슬아치에 불과하온데 큰 량반집과 사돈맺기도 분수에 넘치거니와 박표가 지난날 토정선생의 편달을 많이 받고도 아직까지 개심치 않고있으니 이런 사람과 어찌 사돈을 맺겠나이까.》

로부인은 한숨을 길게 내쉬는데 두눈에는 눈물이 고여올랐다.

《내 조카되는 박표가 바른 길을 걷지 못하고 점점 자기의 리욕만을 채우고있는줄 내 아오. 내가 그의 삼촌어머니로서 충고하고 중봉이 사돈으로서 그를 충고하며 완기가 사위로서 간하면 박표를 바른 길로 되돌려세울수 있지 않을가?》

조헌은 자기를 사랑해주고 성심성의로 가르쳐주던 존경하는 스승의 부인의 권고를 차마 물리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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