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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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으로 돌아온 허담은
걸음보다 마음이 앞서 당중앙위원회 청사계단을 헐썩이며 오르는 그의 손에는 포장한 큰 물건이 쥐여져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허담의 눈길은 줄곳 벽에 걸린 수림을 형상한 그림에만 가있었다. 매혹되여서였던가. 아니, 그 정반대였다. 금강산이나 묘향산과 같은 절경도 아니고 보통 수수한 수림을 형상한 풍경화인데 미술가는 무슨 매력에 끌려 저 그림을 그렸는가.
더구나
세계적인 명산으로 알려진 금강산만 하여도 하늘을 찌를듯이 톱날처럼 솟구친 1만 2천봉으로 하여 산악미, 계곡미가 천태만상의 자연경관을 이루고 구룡폭포, 비봉폭포, 비단폭포, 은실폭포 등 전망경치, 호수경치, 해안경치의 장쾌한 화폭이 얼마나 많은가.
허담은 이 소박한 집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은근히 불만스러웠다.
《매일 밤 이렇게 새우시면 어떻게 합니까?》
《나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난 일에 파묻힐 때가 오히려 좋습니다.》
《제가 좀 어깨를 두드려달랍니까?》
《안마할줄 압니까?》
《할줄은 모르지만 의사들이 하는걸 봤습니다.》
《아!…》
허담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졌다.
《이런, 풍부혈이 경종을 울리는군.》
허담은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듯한 아픔에 들썩하며 일어서려고 했다.
《허, 풍지혈과 견정혈도 졸고있으니 눈에 피발이 설수밖에…》
《유럽나라들을 방문하면서 밤을 새운것같군요. 이젠 조국에 왔으니 환경변화를 좀 해야겠습니다.》
《아니, 일없습니다. 됐습니다.》
《허, 환자가 됐다는건 뭡니까. 다른 나라들처럼 돈을 받는것도 아닌 무상치료인데. 가만있으십시오.》
허담은 목이며 어깨의 아픔보다도 마음속 송구함이 더 커서 송곳방석에 앉은듯 안절부절 못했다. 순간의 휴식도 없이 밤을 지새시는
《이젠 시원합니다. 정말입니다.》
《오늘은 이만합시다. 지압치료는 10분정도 하는것이 좋습니다. 혈들이 잠을 깼으니 이젠 심장도 정상궤도로 뛸겁니다.》
《어거 괜히 저때문에…》
《나도 머리가 한결 거뜬합니다. 조건반사인가?!》
《지압치료나 족심치료를 한 후엔 꼭 더운물을 마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치료결과는 령으로 되고맙니다.》
의사들도 놀랄 정도의 박식한
허담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시며
하나의 작은 물방울에 우주가 비낀다는 말처럼 쏘피아의 무명전사묘에 비낀것은 무엇인가. 선렬들의 넋을 후대들에게 심어주지 못하는 혁명이 종당에 어떻게 될것인가를 경고하고있지 않는가.
붉은기, 오늘은 지구의 거의 절반을 덮고있는 이 기발의 붉은색은 사회주의라는, 혁명이라는 숭고한 리념과 사상이 그것을 위하여 바친 피의 색갈로 물들어진 빛갈이다. 사상이 변하면 선렬들이 흘린 피가 아무리 진하게 물들어져있다고 해도 이 기발의 색은 변하기마련이다.
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사회주의국가를 일떠세운 쏘련, 얼마나 많은 혁명가들이 인류의 리상인 사회주의를 위하여 피를 바치고 목숨을 바쳤던가.
애국의 사상감정은 어느 나라, 어느 인민에게나 있다. 그러나 강력한 경제력과 발전된 문화를 가지고있는 동서의 유럽나라들은 파쑈도이췰란드의 침공앞에서 일시에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졌지만 영웅적쏘련인민은 사회주의사상을 불굴의 신념으로 간직한 쏘련공산당의 령도가 있었기때문에 승리하였다. 쓰딸린과 쏘련공산당이 추켜든 쏘베트애국주의의 기치는 파시즘을 타승하였다. 그 붉은기를 따라 반파쑈인민항쟁에 떨쳐나선 혁명가들에 의하여 사회주의는 동유럽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흐루쑈브의 등장과 함께 사회주의리념의 근본을 이루고있는 견결한 반제사상이 이른바 제국주의와의 《평화적공존》, 《평화적경쟁》, 《평화적이행》이라는 수정주의로선으로 변색되기 시작했으며 그 여파는 전체 동유럽을 휩쓸고있다.
사상의 변질이 집중적으로 표현되는것이 바로 혁명선배들이 이룩한 공적을 허물어버리거나 잊혀지게 하는것이다. 선렬들의 넋이 살아있는한 절대로
로선의 변화를 실현할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수정주의자들의 책동은
《림춘추동지의 안부를 물었다는 쑤다에브 말입니다. 〈대사추방사건〉에 대한 그의 분석과 견해는 정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헌데, 그가 했다는 예언 말입니다. 유럽의 불덩이가 림춘추동지의 발등에도 떨어질수 있다?》
《과민증에서 온 억측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측이라? 혁명투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