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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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불덩어리》란 무엇이며 그것이 림춘추의 발등에도 떨어진다는것은 무슨 뜻을 내포하고있는가? 허담은 우리 말도 그만하면 괜찮게 하는데다 림춘추와 막역한 사이처럼 느껴지는 로인을 급히 따랐다.

《쑤다에브선생, 림춘추동지와 자별한 사이같은데 혹 편지라도 써주신다면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국제호텔에 류숙하고있는데 며칠간 쏘피아에 체류할 계획입니다.》

허담의 각별한 호의에 감복되였는지 쑤다에브는 고맙다고 하면서 의미있는 눈매로 허담을 바라보았다.

《이 말이 실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림선생이 우리 나라에서 추방된 후 어떻게 됐는지 퍽 궁금합니다.》

쑤다에브가 말한 《추방사건》이란 이러한것이였다. 준엄한 조국해방전쟁시기 벌가리아에서는 조선의 전재고아들을 맡아 키워주겠다고 우리 나라 외무성을 통하여 제기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벌가리아정부의 제의에 사의를 표하시면서 우리 나라 전재고아들을 벌가리아로 보내시였다. 바로 그 전재고아들이 성장하여 공민권을 가질 나이가 되였다. 벌가리아측은 자기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이고 공민의 권리를 부여받을 나이니만치 벌가리아공민증을 발급하겠다고 나섰다.

《벌가리아공민?!》

당시 벌가리아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였던 림춘추는 벌가리아측의 행위에 분격하였다. 즉각 벌가리아외무상과의 면담을 요청한 림춘추에게 뜻밖에도 벌가리아공산당 비서가 만나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면담장에서 림춘추는 자기의 분노를 터쳐 무섭게 단죄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전재고아들을 키워달라고 청탁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전재고아들을 맡아 키워주겠다고 하기에 그 성의를 고맙게 여겨 이 나라에 보냈다, 우리는 헐벗고 굶을지언정 타향살이를 하지 않겠다는 그 아이들을 울면서 떠밀어보냈었다, 당신들을 친구로, 형제로 믿었기에 그런데 전쟁을 겪는 형제나라의 아이들을 데려다 빵쪼각이나 좀 먹여줬기로서니 이제와서 그 아이들을 자기네 양자로 삼겠다니 이게 공산주의자로서 할짓인가?

회담탁에 앉은 벌가리아공산당 비서는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공민권을 주는것은 자기 나라의 제정된 법이라고 하면서 준법성을 내세웠다.

《대사선생, 벌가리아땅에서 어린시절부터 살아왔으며 지금도 여기서 살고있는 조선인전재고아들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권을 줄수 있습니까? 그들은 마땅히 벌가리아공민권을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가 사리를 따지듯 차근차근 번져나가는 말은 잠자는 호수와 같다가도 욱하면 리성을 잃기까지 하는 림춘추의 심기를 사정없이 건드려놓았다.

《당신의 말은 궤변이다. 이제 당장 전재고아들이 있는 학원에 가보라.

그들은 귀국할 그날만 손꼽아기다리면서 노래를 부르고있다. 무슨 노랜지 아는가! 불멸의 혁명송가 김일성장군의 노래이다. 김일성장군의 노래가 그들의 신념이고 의지이다! 자기 수령만 믿고 따르려는 그 순결한 넋에 감히 먹칠을 하려드는가, 이 너절한!》

종시 림춘추는 탁우에 놓인 담배재털이를 들어 동댕이쳤다. 결국 림춘추는 외교석상에서 《무례한 행동》을 한 《환영할수 없는 인물》로 락인되여 《추방령》을 받고 쏘피아를 떠났었다.

《부상선생, 이것이 인연이라 할수 있겠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안해는 조선인 전재고아학원의 음악교원이였습니다.》

《아!》

허담은 비로소 리해가 갔다. 이 로인이 어떻게 조선말을 번질수 있었으며 자기를 남다른 친근감을 가지고 대했는가를.

《나는 지금도 잊을수 없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10년전에 벌가리아를 방문하셨을 때 조선인전재고아학원을 찾으셨던 그날의 일들을 말입니다. 그날 처가 들어와 눈물을 머금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애들이 김일성동지의 옷자락에 매달려 울고웃던 그 광경을》 로인은 그날의 감동이 되살아나는지 눈물이 글썽해졌다.

《마지막에 그 애들이 김일성동지앞에서 예술공연을 했습니다. 림춘추대사선생이 면담탁에서 하던 김일성장군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그날에 부르던 노래를 념두에 둔것이였지요.》

이런 연고를 가지고있는것으로 하여 쑤다에브는 림춘추의 신상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있는것이였다.

《지금 림춘추동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이라는 아주 책임적인 사업을 하고계십니다. 당에서는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직무를 가지고있습니다.》

쑤다에브는 허담의 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게 사실입니까?》

《왜, 믿어지지 않습니까?》

《외교관으로서 국가간 특히 형제국가간의 외교적미찰을 일으킨 사람이 어떻게?!

허담은 그의 의문과 놀라움이 십분 리해되였다. 우리 나라 실정을 알리 없는 외국인으로서는 얼마든지 그럴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림춘추가 추방되여왔을 때 허담은 김정일동지로부터 대사추방사건에 대하여 들었었다. 그때 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는 이 사건을 엄중하게 보았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벌기리아에서 한 림춘추의 행동을 두고 대단히 높이 평가하시였다.

《항일투사들의 배짱이 대단합니다. 역시 수령님을 모시고 백두산에서 싸운분들이 다릅니다.》

그이께서는 저택에서 몸소 키우신 복숭아를 한알한알 따시여 림춘추에게 선물로 보내주시였다. 림춘추는 그 복숭아를 받아안고 온밤 잠들지 못하였다. 그 한알한알의 복숭아는 그대로 격정의 눈물이 되여 로투사의 눈귀에서 흘러내리였다.

얼마후 림춘추가 재외대표부생활을 하면서도 중단하지 않고 집필한 장편회상기 《항일무장투쟁시기를 회상하여》가 나오고 련이어 2부작 장편소설 《청년전위》가 세상에 나왔다. …

쑤다에브는 림춘추에게 꼭 편지를 쓰겠다며 어둠의 장막이 짙게 드리운 거리로 멀어져갔다. 허담은 2차세계대전의 로병인 쑤다에브를 우의적인 친근감을 가지고 오래도록 못박힌채 바래웠다. 방문일정을 마치고 쏘피아를 떠나는 허담의 품속에는 쑤다에브가 림춘추에게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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