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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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은 지팽이에 몸을 의지한채 무성한 가지들을 드리운 둔덕의 버드나무쪽으로 비청걸음을 놓았다.

《대문밖이 암만 소란스러워두 우리 경제가 그냥 상승하고있는게 뉘덕입니까. 암만 숨기자구 해두 내 다 압니다. 수령님께서 지금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

밖을 내다보면 원쑤놈들이 날치구 수정주의, 좌경모험주의때문에 사회주의진영이 통일단결되지 못해서 식민지민족해방운동과 신흥세력운동이 좌왕우왕하지, 이 복잡한 정세속에서 세계혁명의 운명이 수령님께 달려있어 로심초사하시는데 이런 때, 이런 때…》

김일은 괴로운 한숨을 내쏟았다.

수령님을 곁에서 잘 받들어드려야 하는데, 경제사업 한가지라두…》

《됐습니다. 이젠 그만 고정하십시오.》

김일의 손을 꽉 잡으시는 김정일동지의 음성도 저으기 갈리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일을 부축하여 다시 삼륜차에 앉히시였다.

《내 이번에 혜산에 갔다와서 가슴을 쳤습니다. 그 대기념비건설두 주인이 없다보니 질질 끄는게 분명한데 내가 구실을 잘못해서 그 꼴이 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목화솜같은 흰구름을 떠인 하늘가를 보며 심각한 사색에 잠기시였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김일동지, 제 생각에는 그 대기념비건설은 주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인이 많은데 문제가 있는것같습니다.》

김일은 정신이 펄쩍 들어 고개를 돌리며 그이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당중앙위원회에 들어와 사업하면서 많은것을 새롭게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수령님께서 왜 저를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도록 하시였는지 그 웅심깊은 의도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되였습니다. 솔직히…》

그이께서는 삼륜차를 에돌아 김일의 앞에 서시였다. 김일은 그이의 안광에 불길이 이글거리는것을 볼수 있었다.

수령님께서 전후 파괴된 경제와 인민생활문제때문에 내각사업을 전적으로 보시면서 경제를 이만큼 추켜세우시는 동안 당중앙위원회는 잠을 자고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수령의 눈과 귀가 되고 팔다리가 되여야 할 로동계급의 당이 오히려 수령님께 짐이 되고있다는 생각도 들고…》

김일은 속이 섬찍하였다. 그이의 말씀은 예리한 활촉이 되여 날아와 심장에 박히듯 했다.

수령님께서는 3차당대회를 거쳐 4차당대회에서도 당중앙위원회 지도기관 성원들속에 산에서 함께 싸운 투사들은 거의다 넣지 않으시였다. 투사들은 군대와 내각, 경제건설분야를 떠맡아안았다. 오죽하시였으면 타고난 무관이라는 최현에게 체신상직무를 맡겨주시고 최용진을 수산상으로 임명하시였겠는가. 그때로부터 수산부문에서는 전례없는 물고기풍년이 들고있는데 이것을 어찌 저절로 차례진 복이라고만 하겠는가. 그런데 그사이 당중앙위원회의 지도적지위에 오른 일부 사람들은 동상이몽을 하면서 수령님의 의도를 제대로 받들지 않고있었다.

그이께서 당중앙위원회에 오시여서 처음 놀라신것은 수령님께 올리는 문건에 《당중앙위원회 지도부 앞》이라는 글이 씌여있는것이였다. 그래서 부서의 일군들에게 물어보시였다. 이 《지도부》에는 어떤 사람들이 속하는가고, 그랬더니 수령님과 함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이 속하는것같다고 하였다. 바로 그들이 지금 수령님께서 자신을 내세우는것을 극력 반대하시는것을 악용하여 음으로양으로 책동을 하고있다.

천리마동상을 세울 때에는 그림자도 얼씬 안하던 사람들이 혜산에 세우는 탑을 두고는 성수가 나서 력사를 폭넓게 담아라, 인민영웅탑으로 형상하라 하며 요술을 피우고있다. 지어는 자기들의 그 어떤 《투쟁》경력을 광고하면서 《사적건물》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까지 꺼리낌없이 줴치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께서 직접 보고 느끼면서 받아안으신 고충과 격한 마음을 아직은 김일에게 다 터놓지 않으시였다. 환자인 김일에게 정신적괴로움을 주면 치료에서 백약이 무효로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주인이 많은데 문제가 있는것같다고만 하시였다.

하지만 김일은 《주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인이 많아서》라고 못박으시는 그이의 말씀에서 눈앞에 막혔던 장막이 광풍에 산산이 흩어지고 무엇인가 확 안겨오는것을 느꼈다. 주인구실을 해야 할 자신은 지금껏 기슭에서 강건너 불을 보듯 하지 않았는가. 수령님을 따라 수많은 투사들과 함께 피흘려 찾은 조국, 그 피가 물이 되여서는 안된다는것을 순간도 잊지 않고 살아야 하겠는데 그러지 못하였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옥죄였다. 결국 자신부터가 눈뜬소경이 아니였는가. 그래서 혜산에 갔다온 후 내각비상협의회를 열고 며칠밤을 자책에 모지름썼던것이다.

그런데 방금 김정일동지께서 사상의 장검을 드시고 해부하신 현실은!… 김일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활랑거리며 숨쉬기조차 베찼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가지를 잡으시고 깊은 상념에 잠기셨다가 낮으나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래년이 보천보전투승리 30돐이 되는 해입니다. 때문에 래년 6월 4일에는 무조건 기념비준공식을 해야 합니다.》

김일은 흠칠하며 놀랐다. 몇년동안 기념비주변 기초구뎅이나 파놓고 앉아뭉개고있는데…

《그것때문에 속이 마릅니다. 래년에 준공식을 한다는게 헐치 않을것같습니다.》

《아니, 무조건 해야 합니다. 이제 당장 전쟁이 터진다 해도, 미국놈들이 원자탄이 아니라 그 하내비를 휘둘러도 그 탑만 일떠세우면 우린 이깁니다.》

쩡- 김일의 숨막히듯 고패치는 가슴을 또 활짝 열어제끼는 그이의 단호한 선언이였다. 김일이 심중의 격한 충동에 고개를 수굿하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로투사의 내심을 환히 궤뚫어보신듯 갑자기 웃으시였다.

김일이 웬일인가 하여 눈을 끔뻑거리자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며칠전 다부작예술영화 《유격대의 오형제》창작단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시였다.

《유격대의 오형제》창작과 관련한 문제를 론의하시는데 연출가가 일본놈들의 기마대를 형상해야겠는데 군마 100필이 있어야 한다며 그이께 이 문제를 풀어주실것을 제기하였다.

《군마100필이요?!》

그이께서 곱씹으시는데도 촬영소 일군들이며 창작가들은 래일 당장 말들이 렬을 지어 들어설줄로 여기는지 벙글거렸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100마리는커녕 열마리도 구할 길이 없으시였다. 그렇다고 창작가들에게 그 많은 말을 구할수는 없다고 하실수도 없었다.

《김일동지, 이런 땐 어쩌면 좋습니까? 내가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나 부부장입니까? 내각의 부수상이나 상쯤 되는 간부입니까? 글쎄 요샌 앉으나서나 눈앞에 달리는 말들만 떠오르구 그 걱정에 잠이 다 안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꼭 대작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혜산에 건립할 기념비처럼 품을 들여서 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어떤 강력한 건설력량이 준비되여있어 대기념비를 보천보전투승리 30돐에 준공해야 한다고 단언하지 않으시였다. 세계정치정세가 복잡다단한 속에서도 이 대기념비만 일떠세우면 수정주의자들은 물론 원자탄을 휘두르는 미국놈들도 쥐락펴락할수 있기에 우리 당 사상의 탑으로 무조건 건립하려고 결심하신것이였다. 말 한필을 놓고도 그 걱정에 잠못이루시는 그이이시지만 혁명전통을 주제로 한 영화이기에 《유격대의 오형제》역시 품을 들여 만들겠다고 다짐하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마전에도 수령님께서는 항일의 나날 김일과 나누신 대화에 대하여 회고하시였다고 하시며 로투사의 팔목을 잡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그날 김일동지와 산책하면서 나라도 후방도 없는 속에서 일제의 백만 관동군과 싸우고있지만 우리는 싸워야 하며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 누구의 도움이 아니라 우리가 조선혁명의 주인이 되여 조국광복을 이룩해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지금도 수정주의자들과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아무리 악랄해도 그때의 빨찌산정신으로 싸우면 이 난국을 타개할수 있다고 교시하시였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말씀에서 김일은 잊을수 없는 그날을 다시 눈앞에 떠올렸다. 그이께서 방금 당중앙위원회가 잠을 자고있다는 말씀이 바로 항일대전에 참가했던 자신이,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인 김일이 동면하고있다는 경종이라는 생각에 온몸은 불도가니에 든듯싶었다. 자기의 동면을 깨워준 김정일동지- 그이의 앞에 선 자신은 혁명선배가 아니라 제자라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일이 점심식사를 한 후 입원실에 가서 잠에 든것을 보시고서야 료양소를 떠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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