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2 장
2
(2)
《심리치료부터 해야 합니다. 환자의 심리가 안정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로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부원장이 진정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그래서 명약중의 명약이 정성이라는 말도 있는게 아닙니까. 항일빨찌산들은 전문병원이 아닌 밀림속에서도 부상당한 전우를 정성이라는 보약으로 완치시키군 했습니다. 환자치료에서는 의사의 정성만한 보약이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환자의 수술을 미루는 경우 현재 여기 병원에 있는것보다 환경을 변화시키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환자가 오늘로 퇴원하겠다고 우긴다니 그 심정도 고려해서 말입니다. 공기도 좋고 조용한 료양소같은 곳으로 옮겨서 치료하면 건강회복에 더 좋을것같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들모두가 동의한다면 내가 세운 치료방안을 제기해도 되겠습니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벽하늘에선 려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병원 현관문으로 나오시던
《내가 왔댔다는 얘기는 김일동지한테 하지 마십시오. 환자를 후송한 후 료양소에 나가 만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차문을 여시고 운전석에 오르시려던
김일은
《작별인사야 하고 가야지요.》
배웅을 나왔던 의사들은
부원장이며 의사들은 딱한 상황이여서 어찌할줄 몰라
산골짜기에 자리를 잡은데다 신록이 짙은 료양소정원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몇발자국앞에서 꿩이 뛰여다니는것을 보느라니 평양의
싱그러운 물비린내도 가슴을 활짝 열어주는것같았다. 꽁지를 달싹이며 이 바위에서 저 나무로 날아예는 물새도 료양소의 이채로운 풍경을 한껏 돋구고있었다.
삼륜차에 고개를 짓숙이고 앉은 김일은 옹색하여 몸둘바를 몰라했다.
《아, 이젠 됐습니다. 간호원두 있는데…》
《오늘은 내가 간호원입니다.》
《제발… 아, 의사들이랑 간호원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보면 뭐랍니까? 혁명선배와 후배가 한마음한뜻이 되여 함께 산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료양소의사들에게 말했는데 죽은 인차 싫증이 납니다. 그래서 밥을 묽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마 식욕이 당길수 있을겝니다. 명태에 단백질이 많기에 명태를 갈아서 그것으로 료리를 만들게 했습니다.》
《원, 그런것까지 다…》
《여기서는 절대안정하도록 해야겠기에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을 단속하라고 했으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전화도 못놓도록 단단히 못을 박았으니 료양소에 내각사무실을 꾸릴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김일의 숱진 눈섭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이젠 그만 돌아가십시오.》
《아니, 함께 있구싶다면서 병원에서 탈출까지 하더니 이젠 쫓습니까? 내 오늘은 김일동지와 점심식사랑 같이하겠습니다. 식사를 다 드는것을 보면 그땐 마음놓고 가겠습니다.》
《
불현듯 김일이 후- 하고 긴숨을 내쉬며 삼륜차의 바퀴를 꽉 움켜잡았다.
《영화촬영때문에 현지에 나갔다가 보니 금년에 농사도 잘될것같습니다. 모내기도 제철에 끝날것같은데 이제 비료랑 제때에 보장해주면 작년보다 정보당 500~600kg은 더 날것같습니다. 농장들에 비료공급정형도 알아보았는데 린비료도 질안, 류안비료처럼 계획된 전량을 받았답니다. 흥남비료에서랑 생산이 정상화되고있는것같습니다.》
그만에야 김일은 주먹으로 삼륜차의 손잡이를 쾅 내려친다.
《제발 그만 하시우!》 그리고는 헐썩거리며 가쁜숨을 톺는다.
《날 이렇게 병원에 가두어놓구 위로할 생각마시우다.》
김일이 무릎언저리에 놓인 지팽이를 찾아들더니 비칠거리며 일어섰다.
《왜 이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