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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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창문을 여시고 동터오는 새벽하늘을 바라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을 의사들은 숨을 죽이고 깊이 새겨들었다.

《심리치료부터 해야 합니다. 환자의 심리가 안정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로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부원장이 진정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그래서 명약중의 명약이 정성이라는 말도 있는게 아닙니까. 항일빨찌산들은 전문병원이 아닌 밀림속에서도 부상당한 전우를 정성이라는 보약으로 완치시키군 했습니다. 환자치료에서는 의사의 정성만한 보약이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환자의 수술을 미루는 경우 현재 여기 병원에 있는것보다 환경을 변화시키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환자가 오늘로 퇴원하겠다고 우긴다니 그 심정도 고려해서 말입니다. 공기도 좋고 조용한 료양소같은 곳으로 옮겨서 치료하면 건강회복에 더 좋을것같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들모두가 동의한다면 내가 세운 치료방안을 제기해도 되겠습니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벽하늘에선 려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병원 현관문으로 나오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계단을 내리시다가 주춤하시며 부원장을 돌아보시였다.

《내가 왔댔다는 얘기는 김일동지한테 하지 마십시오. 환자를 후송한 후 료양소에 나가 만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차문을 여시고 운전석에 오르시려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소 놀라며 주춤하시였다. 차안의 뒤좌석에 김일이 앉아있지 않는가.

김일은 그이를 뵈옵기가 거북한지 차창밖으로 눈길을 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혼자소리하시듯 나직이 뇌이시였다.

《작별인사야 하고 가야지요.》

배웅을 나왔던 의사들은 그이의 말씀의 뜻을 몰라 서로 마주보았다.

그이께서 차의 뒤문을 여시였다. 그제서야 부원장이며 의사들은 차의 뒤좌석에 어느새 옷까지 갈아입고 앉아있는 김일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김일은 자기에게 쏠린 의사들의 놀란 눈길에 다소 멋적은지 괜히 헛기침만 하였다.

부원장이며 의사들은 딱한 상황이여서 어찌할줄 몰라 김정일동지만을 우러렀다. 그이께서도 이것은 뜻밖의 일이였지만 김일의 심중이 충분히 리해되시였다. 아까 방문을 열어보았을 때 김일은 자는것이 아니였다. 오죽하면 누구도 몰래 차에 탔겠는가. 또 김일을 두고 떠나자니 자신의 마음도 좋지 않으시였다. 이젠 엎지른 물인데 환자의 마음도 위로할겸 김일의 의사를 따라야겠다고 결심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부원장이며 의사들의 마음을 위안하시려는듯 미소를 지으시며 차에 오르신 후 곧추 료양소로 떠나시였다. …

산골짜기에 자리를 잡은데다 신록이 짙은 료양소정원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몇발자국앞에서 꿩이 뛰여다니는것을 보느라니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날아예는 비둘기들을 련상케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일을 료양소로 데려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무등 기쁘시였다. 자연계의 감미로움에 몸을 잠그면 병원에 비해 훨씬 더 심신이 가벼워지고 건강이 갑절 빨리 회복될것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일을 삼륜차에 앉히고 몸소 뒤에서 미시며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옆으로 산책하시였다. 내물이 흐르는 가녁에 물오른 버들개지가 실바람에 한들거리고 바위츠렁에 뿌리박은 나무에서 초록색잎사귀가 춤추듯 야들거린다.

싱그러운 물비린내도 가슴을 활짝 열어주는것같았다. 꽁지를 달싹이며 이 바위에서 저 나무로 날아예는 물새도 료양소의 이채로운 풍경을 한껏 돋구고있었다.

삼륜차에 고개를 짓숙이고 앉은 김일은 옹색하여 몸둘바를 몰라했다.

《아, 이젠 됐습니다. 간호원두 있는데…》

김정일동지께서 너그러우신 웃음으로 김일의 송구한 마음을 식혀주시였다.

《오늘은 내가 간호원입니다.》

《제발 아, 의사들이랑 간호원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보면 뭐랍니까? 혁명선배와 후배가 한마음한뜻이 되여 함께 산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이께서는 삼륜차를 미시며 산기슭쪽으로 오르시였다.

《내가 료양소의사들에게 말했는데 죽은 인차 싫증이 납니다. 그래서 밥을 묽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마 식욕이 당길수 있을겝니다. 명태에 단백질이 많기에 명태를 갈아서 그것으로 료리를 만들게 했습니다.》

《원, 그런것까지 다…》

《여기서는 절대안정하도록 해야겠기에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을 단속하라고 했으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전화도 못놓도록 단단히 못을 박았으니 료양소에 내각사무실을 꾸릴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김일의 숱진 눈섭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이젠 그만 돌아가십시오.》

《아니, 함께 있구싶다면서 병원에서 탈출까지 하더니 이젠 쫓습니까? 내 오늘은 김일동지와 점심식사랑 같이하겠습니다. 식사를 다 드는것을 보면 그땐 마음놓고 가겠습니다.》

그이의 다심한 사랑은 김일의 페부로 스며들었다. 저앞의 이끼푸른 바위에서 쏟아지는 산골물이 물보라를 일으키고있었다. 그 물줄기를 거슬러 산천어들이 뛰여오르며 꼬리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삼륜차를 숲이 우거진 그늘쪽으로 미시였다.

수령님께서 교시하시였지만 지금 우리 나라 경제가 세계적으로 제일 안정되여있습니다. 새로 독립한 나라들에서는 대국들이 정치적부대조건을 건 경제원조〉때문에 갈팡질팡하고 한편으로는 〈기름전쟁〉이 터지는통에 경제대국이라 하는 나라들도 하강선을 긋고있습니다. 요즘 제일 아우성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이 그 정도니 남조선에서야 오죽하겠습니까.》

불현듯 김일이 후- 하고 긴숨을 내쉬며 삼륜차의 바퀴를 꽉 움켜잡았다.

《영화촬영때문에 현지에 나갔다가 보니 금년에 농사도 잘될것같습니다. 모내기도 제철에 끝날것같은데 이제 비료랑 제때에 보장해주면 작년보다 정보당 500~600kg은 더 날것같습니다. 농장들에 비료공급정형도 알아보았는데 린비료도 질안, 류안비료처럼 계획된 전량을 받았답니다. 흥남비료에서랑 생산이 정상화되고있는것같습니다.》

그만에야 김일은 주먹으로 삼륜차의 손잡이를 쾅 내려친다.

《제발 그만 하시우!》 그리고는 헐썩거리며 가쁜숨을 톺는다.

《날 이렇게 병원에 가두어놓구 위로할 생각마시우다.》

김일이 무릎언저리에 놓인 지팽이를 찾아들더니 비칠거리며 일어섰다.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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