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상편

대궐주추돌을 피로 물들이다

제 1 장

귀양지에서 돌아온 조헌

2

(3)

 

사실 삼녀는 전라도 어느 바다가마을에서 태여났다. 삼녀의 아버지는 가난한 어부였는데 어머니도 삼녀의 아버지와 함께 쪽배를 타고 고기도 잡고 미역도 따서 근근히 살아갔다.

삼녀가 다섯살적에 그의 아버지, 어머니는 바다가마을에 몰래 기여들어 해적질을 하는 왜놈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였다.

삼녀는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였다. 어린것은 날마다 아버지, 어머니를 찾으며 울었다. 그 정상이 가엾고 불쌍하였다.

조헌은 그때 전라도도사로 있었다. 그는 급히 략탈당한 바다가마을에 내려갔다. 마을이 불타고 죽은 사람도 여럿이 되였다.

그는 삼녀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리였다.

《얘야 울지 말아, 응? 내가 너의 아버지가 되여주마.》

조헌은 관속 하나를 시켜 옥천의 자기 집으로 삼녀를 데려다주도록 하였다. 안해 신씨는 어린 삼녀의 가긍한 처지를 자상히 써보낸 남편의 편지를 보고 두눈에 눈물을 그득히 담았다.

《삼녀야, 이제부터는 내가 네 엄마란다 응? 울지 말아라.》

이리하여 삼녀는 옥천집에서 완기와 해동이를 오빠라고 부르며 한가정의 식솔이 되여 이날이때까지 살아온것이다. …

《마님, 소녀는 시집을 안가겠나이다. 평생 마님을 모시다가 처녀로 늙어도 좋소이다. 나리님과 마님의 슬하에선 늘 마음이 즐겁고 기뻐서 하는 일이 힘들지 않고 성수가 나오이다.》

어머님, 삼녀를 다른데로 시집보내면 안되오이다. 삼녀와 짝을 지을만한 사람이 이 세상에 하나 있는데 삼녀는 그 총각을 잊지 못하고있소이다.》

《응, 그래?! 그게 어떤 총각인데 삼녀가 잊지 못하는 총각이라면 내 마음에도 들것같구나.》

《그렇지 않구요. 몇년전에 삼녀가 시내가에 빨래하러 나갔다가 독뱀에 물린적이 있지 않소이까. 그때 어떤 젊은이가 삼녀의 다리목을 문 독뱀을 잡아죽이고 독뱀이발자리를 제 입으로 깨물어 피를 빨아버렸는데 그 총각을…》

신씨는 완기의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아,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댔지. 그런데 그 총각이 어디서 살고있는지 모르지 않았느냐?》하고 매우 아쉬운듯 한숨을 내쉬였다.

삼녀는 가랑가랑 맺혀도는 눈물을 손으로 눌러 씻고 빙그레 웃었다.

《그러기에 소녀는 마님곁을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겠소이다. 그 사람이 어찌되였는지 모르는데 다른데로 어찌 시집을 가오리까.》

《그 참, 네 마음이 착하다.》

신씨는 삼녀를 칭찬해주면서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삼녀, 그 총각을 기다려라. 기다리면 복이 찾아든다지 않느냐.》

완기는 삼녀에게 희망을 안겨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자기곁을 떠나간 안해가 떠올랐던것이다. 안해? 지금은 안해가 아니지, 시집이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제집 본가로 달아난 설향이, 그가 삼녀와 같은 착한 마음을 지녔다면 귀양지에 함께 와서 며느리로서 불행을 함께 겪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녀자가 못되였다. 하지만 결혼초기에는 얼마나 살갑게 애정을 기울이였던가. 마치 푸른 숲에 날아들어서 《꾀꼴》, 《꾀꼴》 고운 목청으로 노래부르다가 계절이 바뀌면 날아가버리는 꾀꼴새처럼 그도 본가로 날아가고말았다.

완기는 박설향과 처음으로 만나던 때가 어제일처럼 생생히 밟혀왔다.

…완기는 열여섯살이 되던 해에 인재양성을 위한 소년과거를 본다는 조정의 공시문이 고을에 나붙고 량반선비들의 자녀들이 너도나도 한성을 향해 떠나는것을 보고 아버지앞에 무릎을 꿇고 여쭈었다.

아버님, 소자도 소년과거를 보이고싶소이다. 아버님의 의향은 어떻소이까?》

당시 조헌은 공주에서 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치고있었다. 아들 완기도 향교에 다니였다. 조헌은 아들의 성적이 다른 제자들보다 뛰여나다는것을 알고있었던지라 쾌히 승낙하였다.

《오냐. 그리해라. 너의 학문이 다른 집 자제들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한번 겨루어보아라, 락방해도 좋으니라. 그래야 자기를 알고 분발할게 아니냐, 한성에 가면 과거를 보일 때까지 기거할 집이 있어야 하니라. 내가 소개신을 한장 써줄테니 너는 호조좌랑 안세희란 분을 찾아뵈워라.》

이리하여 완기는 량반선비의 자제답게 흰 도포를 입고 총각의 굵은 머리태를 흰 머리수건으로 감싸매고 그우에 소년들이 쓰는 복건을 두르고 길을 떠났다.

그의 걸음발은 획획- 바람을 일으키였다. 이틀만에 300여리를 축내고 리천고을을 지나 어느 고개길에 오를 때였다. 소나무, 참나무들이 우중충 솟아있는 고개마루에 웬 사람들이 하늘소고삐를 서로 붙잡고 옥신각신 다투고있었다. 그옆에는 옷차림이 고운 두 녀자가 서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우고있었다. 눈이 부실듯 하얗고 하르르한 장옷을 보니 이는 어느 량반집 아씨가 분명하고 그옆에 껴붙은 녀자는 그의 시녀같았다.

《이 두상태기, 아직두 고삐를 놓지 못해? 그래두 나이대접해서 뭇매질을 안했더니.》 하고 험상궂게 생긴 젊은놈이 오십고개를 바라보는 중늙은이를 칠듯이 주먹을 쳐들었다.

《여보게, 이러지 말게. 이 아가씨는 대호군님의 딸이야. 이 하늘소를 빼앗으면 아가씨가 어떻게 한성엘 가겠나.》

《우리는 그따위 대호군을 몰라. 놔라. 이 두상태기 죽여버리고말테다.》

젊은놈은 발길로 중늙은이의 아래배를 세차게 걷어찼다.

《윽-》

중늙은이는 외마디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벌렁 뒤로 넘어졌다.

《자 아가씨, 하늘소에 오르시오다. 이제부터는 내가 견마하리다. 히히.》 하고 젊은놈이 하늘소를 아가씨앞에 끌어다놓고 먹음직스러운 딸기를 들여다보듯 군침을 삼켰다.

《이놈아, 감히 뉘앞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당장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장옷을 입은 아가씨가 별안간 젊은 놈의 귀뺨을 세차게 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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